종교의 가치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만한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동백꽃 필 무렵 中
종교라는 것은 삶의 가치관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일요일에 성당을 가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지만, 커서 생각해 보니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나는 굉장히 신기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신앙심이 뛰어나거나 믿음이 굳건한 사람인 것은 또 아니다. 심지어 나는 나의 가치관에 종교가 영향을 크게 주지도 않았다.
대학 동기들 중에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꽤나 독실했다. 어떤 친구는 종교 때문에 금주를 하기도 했다. 무신론자인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관점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종교를 학문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신학도 매우 깊은 학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어떤 종교든 좋으니 사람에게 있어 신이라는 존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사람은 나약하기에 힘들 때 누군가에게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다. 사람은 언제나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신이라는 영적 존재에게 힘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가 나는 더 중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나 자신을 항상 낮추는 자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많은 것을 성취하고 잘 나가다 보면 때론 우쭐하기도 하고 자만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아래로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능한 신이라는 존재 앞에서 우리 모두는 매우 부족한 존재가 된다. 그렇기에 내가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해도 계속 겸손한 자세를 가지게 된다. 이 점이 내가 성공의 길로 가도록 잡아주는 제어장치라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경이라는 책에서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다룬다. 용서, 화해, 사랑, 믿음 등 말이다. 종교의 유무를 막론하고, 우리가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들이다.
나는 청소년부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교리 중비를 하며 신부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내용들 중 일상에 적용할 것들이 많아 매주 새롭게 배우고 있고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내가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회사에 굉장히 무례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화도 나고 하루 온종일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인사도 하고 싶지 않았고, 내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때 신부님이 교리를 해주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마스테라는 인사를 아시나요?
그 인사말은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을 존중한다” 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하기 힘들 때도,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그 사람 안에도 하느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하느님에게 인사를 하고 대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이 화해와 용서다.
언짢은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거나
듣기 좋은 말을 하거나
기도하는 것은 위선이다.
오늘 용서할 일을
오늘 용서할 때 평화가 찾아온다.
이해인 수녀
부끄럽지만 어쩌면 지금도 나는 누군가를 완벽히 용서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을 실천해야 하기에, 내가 믿는 신의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살아야 하기에, 상처를 입었지만 계속해서 나를 비워내는 중이다.
나의 작은 고민도, 누군가에 대한 기대도, 삶의 소소한 욕심도, 누군가에 대한 마음도.
때로는 대나무와 같은 나로, 모래밭 사과나무와 같은 나로, 울창한 느티나무 같은 나로, 소나무와 잣나무 같은 나로, 그렇게 조금 더 나은 나에게 다다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