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이 뜨면

6화

by 서윤

6화


미결사동 전체 전방이 이루어지고 싸우는 소리가 확실히 없어지긴 했다.

나는 그 이유가 서로 탐색전을 하는 거라고 여겨졌다.


3.6평 방 안에서 단 하루면 상대에 대한 파악이 끝나고 듣는 이야기가 늘 반복되다 보면 식상해지고 지루해지고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니 그때부터는 싫증 나고 관심도가 사라지면서 미운 것 싫은 것 나와 안 맞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서로 할퀴고 싸우고 헐뜯기 위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라도 갇혀 있는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해야만 하니까 어쩌면 인간의 습성이 선이 아니고 악이 먼저라는 듯 말이다.


또 누구 한 사람 접견이다 면담이다 자리를 비우면 남은 사람들은 없는 사람 흉을 보고 욕을 하면서 갇혀 있는 답답함을 푸는 것이 감옥이었다. 험담은 교도소에서 유일한 낙이었고, 남의 똥 더러운 거 떠들다 보면 시간도 빨리 갔다.


우리 방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며칠은 각자 왜 이곳에 왔고 밖에선 어떤 직업이었는지 가정사는 어떤지 묻고 질문하고 답하는 일명 청문회를 하면서 평온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교도소에선 적당한 거짓말과 위선 그리고 밖에서 얼마나 잘 나갔는지 돈이 좀 있다고 뻥치는 것도 나름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우리 방에 27번은 50대 후반이었고, 마약으로 들어왔는데 마약을 한 게 아니라 마약으로 먼저 잡혀 온 사람이 공범이라고 공급책이라고 불어서 동남아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 잡혔다고 한다.

나는 마약 쪽은 아는 게 거의 없어서 27번이 억울하다고 하니 여기는 다 억울한 사람뿐이구나 싶었다.


" 그러면 마약은 머리카락 소변검사 한다는데 결과가 나왔어요 ? "


" 당연히 마약은 검출되지 않았지 "


" 그런데 어떻게 1심에서 3년을 받은 거예요 ? 마약을 하지도 않았는데요 "


" 내가 태국에 있을 때 마약을 팔았다는 거야 난 진짜 그런 적이 없는데 그때 태국에 있을 때 한국사람 몇 명이 관광을 왔고 어찌하다 보니 그 사람들과 친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넌지시 마약에 관심 있다고 해서 아는 지인한테 소개해 준 게 다야 나는 "


교도소의 죄인들은 갇히는 순간도 갇혀서도 스스로 다 자신은 무죄라고 생각한다. 감방에 사는 사람 중에 억울하지 않은 죄인은 없다.

모두 자신들은 무죄인데 빽없고 돈 없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다.


27번은 내가 봐도 누군가의 음모에 진짜 억울하게 들어온 것 같긴 했는데 사실 굉장한 미인이라서 얼굴을 보면 강남사모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고 자기애가 굉장히 강하고 자기중심적인 부분도 많았다.


27번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아무 물증 없이 3년을 선고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물음표가 남았다.

아무리 검사들의 세계가 무법천지라 해도

판사가 3년형을 선고했을 땐 그만한 근거가 있었을 텐데 27번은 유난히 무죄를 주장하는 면이 강한 편이었다.


그리고 문제의 778번은 사기로 1심에서 3년을 받은 여자였다.

이혼하고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살았고,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에게 사기로 꽤나 많은 돈을 받아 쓴 것 같았다.


778번은 겉모습은 법이 지켜줘야 할 순한 인상이었는데 저 얼굴로 어떻게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쳤을까 사실 궁금함이 많이 생기는 여자였다.

나이는 27번과 동갑이었다.


전방을 하고 이 삼일이 지난 다음부터

우리 방도 슬슬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778번의 욕설과 게으름 더러움이 주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원인이었다


778의 본모습이 나오기 시작하고, 하루 종일 말끝마다 각종 욕설을 해댔고 습관처럼 모든 말에 십팔 짜증 나 하면서 불안증세까지 보였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한숨을 내뱉고 혼잣말로 십팔 십팔 아휴 짜증 나 아 진짜 십팔 십팔 해대는데 그걸 들으면서 참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교도소는 일주일에 목욕시간이 두 번인데 한 번은 15분 샤워만 할 수 있었고, 한 번은 40분 목욕을 할 수 있다.


27번은 결벽증이다 싶을 만큼 깔끔을 떨었고, 꼭 죄수복 속에 흰색 티셔츠를 챙겨 입었는데, 반대로 778번은 찬물이 손 시리다고 양말도 속옷도 안 빨아 입고 뒤집어 입고 며칠 신은 양말도 휙 방구석에 던져놓고 방치해서 27번과 잦은 다툼이 있곤 했다.


속옷과 양말은 목욕날만 빨아 입었고 잘 씻지도 않아서 옆에 있으면 머리냄새에 입냄새에 사실 나도 그다지 그 여자가 좋지는 않아서 가끔 제발 양치하고 씻으라고 하면 또 그 욕설을 반나절 동안 쉼 없이 해댔다.


" 네가 뭔데 씻으라 마라야 내가 알아서 해

짜증 나니까 말 걸지 마 "


" 아니 혼자 있는 방도 아니고 양치라도 하라는 게 무슨 잘못이야 "


" 아 짜증 나 진짜 짜증 나 십팔 "


목욕을 하고 온 날 결국 깔끔한 27번과 게으른 778번이 충돌을 했다.


" 물이 뚝뚝 떨이 지는 빨래를 거기다 그렇게 널면 어떻게 해 "


" 언제는 빨아 입으라며 "


" 빨은걸 뭐라나 짜서 널라고 "


" 그럼 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네가 짜주던지 "


" 그 욕 안 하면 말이 안 되나 ? 말끝마다 듣기 싫어 죽겠네

저기 화장실에 걸어놨다가 물 빠지고 난 후에 널면 되잖아 "


" 화장실은 냄새 배고 곰팡이 냄새나는데

기껏 빨아서 거기다 두라고 아이 씨발 진짜 짜증 나는데 별 걸 다 지랄 떠네 나도 너 그 깔끔 떠는 거 지겨워 시발년아 "


" 뭐라고 십팔 년 야 누구는 욕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 내 입 더러워질까 봐 참는 거야 얻다 대고 욕이야 무식한 거 티 내냐? "


빨래 때문에 시작한 말다툼을 말려야 했기에 내가 778번의 빨래를 다시 걷어서 마른 수건을 두르고 다시 꼭 짜서 널어주었다.


" 같은 방에서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는데 언니 둘 다 그만 좀 해 진짜 불편해죽겠어 "


나도 결국 화가 나서 두 사람 다 그만하라고 언성을 높였고 겨우 조용해졌는데 방 분위는 한겨울 고드름처럼 칼날이 선 듯 냉랭해졌다.


교도소에선 12월에도 찬물로 빨래를 해야 하는데 커피물이 들어오면 그 물을 찬물에 섞어서 비누칠만 하고, 헹굼은 다 찬물로 해야 하니 나도 얼음 같은 찬물에 손 빨래하는 게 제일 힘들고 고달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감옥에선 그 모든 게 형벌이라고 여겨졌다.


빨래를 하면 탈수기(짤순이)를 돌려주는데 그것도 겨우 일주일에 한 번뿐이라서

평소에 빨래를 하면 화장실에서 물이 빠진 후에 방에 널었고 난방도 잘 안 되는 방에선 빨래가 잘 마르지도 않았다.


빨래하는 날은 일주일에 한 번 세제하고 빨래를 밖에 내놓으면 사소들이 세탁기에 돌리고 탈수해서 주는데 그때는 수의 (죄수복) 하고 수건정도만 내놓을 수 있었다. 전체방 빨래를 돌려야 하니 사소들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거나 무료하면 심심풀이 시간 때우느라 신문으로 쓰레기봉투를 접어서 교도관 몰래 사소들을 주면서 하루하루를 견뎌가고 있는데 꼭 그럴 때마다 778번의 그 욕이 튀어나왔다.


" 미친년 착한 척은 혼자 다하네 저런 거 접어주면 사소가 고기라도 더 주나 ? "


내가 778번을 째려보았다.


" 뭐 뭐 쳐다보면 어쩔 건데 십팔 말도 못 하냐 "


" 사소들 힘든데 이거라도 해주면 서로 좋은데 뭘 그렇게 궁시렁거려 언니가 하는 것도 아니면서 "


" 그럼 저녁에 고깃국 나오면 고기 듬뿍 달라고 해보던지 그러지도 못하면서 "


" 그렇게 고기가 먹고 싶으면 직접 말해보시지 왜 걸쭉한 욕을 듬뿍 넣어서 "


" 못할 거 있어 십팔 저녁에 국물만 줘봐라 내가 사소년들 가만두나 "


그냥 못 들은 척해야지 모든 걸 사사건건 시비 걸고 툭툭 거리는 778번은 포기하고 무시해 버리는 게 차라리 속 편했다.

참 저 고상한 얼굴에 어디서 저런 걸레만 쏟아내는지 납득이 안 갔다.

저 여자 입은 휑궈도 군둥내가 날 것 같았다.


교도소엔 만일의 경우를 위해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문지를 접어서 쓰레기봉투로 썼다.


어느 날 오후에 우리 방에서 쓸 신문을 접다가 배가 고파서 빵을 먹으려고 하는데 내 사물함에 있던 빵이 안 보였다.


" 혹시 여기 있던 내 빵 누가 먹었어 ? "


" 내가 아까 먹었어 그게 뭐 "


" 먹을 거면 먹는다고 말하고 먹던지 왜 남의 걸 맘대로 먹어 자기 것도 아닌데 이젠 욕을 넘어 도둑질도 하네 "


" 뭐 도둑년 그래서 넌 사기치고 깜빵 왔냐 "


" 넌 사기꾼 아냐 너도 사기치고 왔잖아

이젠 도둑질도 하면서

난 그래봐야 몇 천만 원이고 넌 억이잖아 억억억 "


778번은 분을 못 이기고 온갖 욕설을 하다가 내 머리채를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아서 778번 사물함에 있는 걸 다 끄집어내서 집어던졌다.


[ 778번 779번 나오세요

그만 싸우고 나오세요 ]


결국 또 교도관한테 불려 가서 상황설명을 했고, 둘 다 경고를 받았다.

한번 더 싸우면 강제 전방을 시키겠다고 교도관이 엄포를 놓았다.

사실 나는 네 명보다는 세 명이 쓰는 방이 편해서 좋은데 778번 때문에 전방 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참자니 화나고, 싸우자니 경고에 진짜 감옥은 지옥살이였다.


그 무렵 778번은 아들한테 집 전세금이라도 빼서 피해자와 합의를 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지 극도로 예민해져 갔고, 27번과 나는 매일 쏟아내는 778번의 그 십팔 소리에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니 참자 참자 참자

죄짓고 왔으니 참자 참자 참자 해도 울컥울컥 피를 토할 듯 추슬러지지 않는 감정은 나 자신도 진짜 나의 모습이 이런 사람이었나 의문이 생겼다.

나의 진짜 모습도 선이 아니라 악이 지배하고 있었던가 하는 마음이 강해져 갔다.



( 7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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