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에 달이 뜨면

7화

by 서윤

7화


우리 옆방은 다른 방보다 작아서

그 방엔 두 사람이 지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방은 둘이 사이가 너무 좋았고 한 번도 큰소리가 난적도 없었다.

운동시간에도 둘이 꼭 붙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소곤거리고 뭐가 날마다 즐거운지 늘 표정이 밝았다.


한 명은 절도로 들어오고 한 명은 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을 노리고 돈을 갈취해서 사기로 고소를 당했다고 하는데

나이는 비슷해 보였고 얼굴도 어딘지 닮은 듯 보였다.


778번은 무당끼도 있는지 가끔씩 혼자 알아듣지도 못하게 중얼중얼거리고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778번의 중얼거림이 심해서 신경이 곤두섰다.


" 미친년들 별 짓거릴 다해 더럽게 여자끼리 지랄 발광을 하네 "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말은 들리는데 내용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책을 읽고 있어도 귀는 778번의 중얼거림을 향해 있었다.


" 아이 더러워 진짜 한 년은 도둑년에 한 년은 장애인한테 몸 주고 돈을 뺏었다는데 여기서도 같은 짓을 하네 "


도대체 누굴 두고 저러는지 미친년은 본인이면서 자꾸 누구를 미친년이라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27번도 자꾸 778번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진짜 시끄러워 죽겠어 비도 안 오는데 혼자 뭐라는 거야 "


내가 짜증스럽게 778번한테 물었다.


" 뭘 너도 알잖아 저 옆방년들 저년들 둘이 뭔 짓 하는지 몰라서 그래 "


" 조용하고 둘이 잘 지내는데 멀쩡한 사람들을 왜 욕하고 난리야 저 사람들이 언니한테 밥을 달래 돈을 달래 괜히 혼자 지랄이야 진짜 "


" 야 내가 운동시간마다 보는데 저년들은 다른 사람들하고 말도 안 섞고 둘이 꼭 붙어 다니길래 이상해서 눈여겨보다가 들었는데 저년들 둘이 저 방에서 별짓 다 하는 것 같아서 더럽다고 했다 왜 뭐 "

" 감방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짓을 해 둘이 한밤중에 도둑질이라도 한대 ? "


" 병신 모르면 가만있어 알지도 못하는 게 지랄하고 있네 "


" 뭐 병신 지랄 그 무식한 욕하고 말 좀 가려서 해 진짜 지긋지긋해 옆방이 지랄이 아니고 언니가 지랄이다 아 진짜 듣기 싫어 "


" 야 779번 알아듣고 모른 척하냐 진짜 몰라서 그러냐 저년들 동성연애 한다고 븅신아 "


난 그 순간 너무 어이없고 소름 끼치고 그 두 사람 얼굴을 떠올리니까 구역질이 났다.

동성연애 무슨 교도소에서 동성연애야

밤이고 낮이고 불이 환하게 켜진 교도소 방에서 연애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778번이 드디어 미쳐가는가 보다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미결사동은 그 여자들 이야기로 시끌시끌해졌다.


' 둘이 연애했대.

그래서 그렇게 다정했던 건가 봐

어머머 어떻게 어떻게 했대

언제부터래

누가 알아 둘이 처음부터 그렀다던데

세상에 말만 들었지 진짜 동성애자가 있네 아휴 망측해라

난 그 소리 듣고 그 사람들 얼굴 보면 소름이 끼치더라

나도 저 여자들 보면 밥맛이 없어

밖에서도 동성애자였대

아 그걸 내가 어찌 알아

여기 와서 그랬겠지 방도 둘만 쓰니까

그랬겠지 그나저나 아휴 난 싫다

778번이 다 떠들어서 우리도 알았잖아

778번은 어떻게 알았대

이상하니까 운동시간마다 유심히 봤다나

778번은 얌전해 보이던데 또 보는 거랑 다르네

사람을 얼굴 보고 아나 뭐

여기 봐봐라 누가 죄인같이 생긴 사람 있나

다 법이 지켜주게 생겼지

크크 크큭 키키키키킥


밖에서도 남의 말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 할 일 없는 교도소는 백배 천배 말의 속도가 빨랐다.

말은 풍선처럼 부풀어서 천리를 간다고 했는데 그 여자들의 동성애 이야기는 운동시간을 기다렸고, 목욕하는 날을 기다리게 했다.


날이면 날마다 만나면 그 여자들 이야기에 운동시간도 금방 지나갔고, 목욕시간엔 교도관도 없으니 쑥덕쑥덕 둘씩 셋씩 그 여자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미결사동은 크지도 않고, 복도 하나에 다닥다닥 붙은 방이 전부였고 운동도 목욕도 다 같은 날 하다 보니 다 모이는 날은 새로운 소식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던 거다.


결국 교도관들도 소문을 들었는지 그 방을 밤낮으로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동성애가 죽을죄는 아니니까 물리적으로 뭘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그 일로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방으로 전방시키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운동시간에 결국 우리 방 778번 하고 그 두 여자 중 한 명이랑 싸움이 났다. 나는 반대쪽에 있어서 싸운 내용은 모르는데 27번 말로는 778번이 욕을 하면서 더러운 년이라고 성병환자라고 했고, 그러다 싸움이 났다는 거였다.


교도관 두세 명이 뜯어말려도 서로 잡은 머리채를 놓지 않고 계속 싸우던 그 여자들은 까마귀들이 오고 나서야 겨우 떨어졌고, 778번은 독방 징벌방으로 옮겨갔다.

독방에 들어간 후 나는 출소 때까지 778번을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 기결사동에 있을 때

778번은 우울증이 심해져서 자주 발작을 하고 자해도 번번이 했다고 그래서 정신병동이 있는 공주로 이송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볼 때 778 번은 어쩌면 일부러 정신병자인척 해서 감형을 받으려고 더 미친년처럼 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미결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독방에 가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778번은 어쩌면 미친 여자가 아니라 영리한 여자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의를 하기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으니 정신이상으로 감형을 노린 게 아닐까 생각하니 몇 달 내내 그 여자의 희생양이 바로 나였구나 씁쓸해졌다.


778번은 국선변호사를 선임했었고 27번은 대형로펌이랑 계약을 한 상태였으니 778번 입장에선 27번이 부럽기도 하고 시기심도 있었으리라 그 당시만 해도 마약사범은 재소자들끼리도 무시하지 못했다. 이유는 마약사범들은 경제적으로 있는 사람들이 많았었고 그러다 보니 경제사범 다음으로 우대를 받았다.


빈익빈 부익부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가진 자가 힘을 가졌고 영치금을 펑펑 쓰는 사람옆에는 늘 사람들이 붙어 다니는 걸 종종 볼 수가 있었기에 감옥에서조차 부자가 있고 가난한 자가 존재하는 게 우습다고 여겨졌다.

사소들도 부자가 있는 방에 장조림 한 주걱이라도 더 넣어주곤 했는데 그러면 빵이나 우유를 구매해서 사소들에게 건네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교도소도 또 하나의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어서 각각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곳이고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고 아부만 더 필요한 곳이었다.

살아가는 방식은 밖의 사회나 교도소의 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겨야 편하게 살고 지면 굽히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예 바보로 살던지 아니면 승리자로 살던지 어중간한 성격은 이리저리 차이는 낙엽 같았다.


판검사 인사이동 기간이 있어서 재판이 3주 정도 휴정기간이 있었고, 다시 재판 시작을 한다는 안내가 있었고, 다들 재판이야기에 새로 부임한 검사나 판사에 대해서 정보수집을 하느라 운동시간이면 대부분 재판이야기를 나누었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재소자들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27번과 나 역시 그것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나는 오직 고소인과 합의를 해야만 2심에서 그나마 기대를 할 수 있었고, 27번은 마약을 공급하거나 마약상에게 소개를 한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 증거나 증인이 필요한 상태였고 하루 종일 자신들의 사건이야기를 의논하고 작은 것이라도 아이디어를 내느라 하루해가 짧았다.





( 8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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