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버지
아버지는 청개구리
엄마는 아버지가 잘 씻지 않는다고 아침저녁으로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하셨다.
아버지는 들에 갔다 오실 때마다 나에게 등에 물을 뿌려달라고 하셨고 매일 발도 씻고 세수도 하시는데 엄마는 그게 씻은 거냐며 아버지 얼굴만 보면 푸득푸득 좀 씻으라고 하셨다.
어느 날 점심때쯤 아버지가 펌프질을 하고 물을 잔뜩 받아놓으신 다음 바지저고리를 벗고 머리를 감으려고 하시는데 엄마가 또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하셨다.
' 즈아부지 거 씻을 거면 깨끗 허니 좀 씻어유 머리도 박박 감고 소금물에 양치도 좀 해유 ' 그 순간 아버지는 일어나셔서 벗어 놓았던 바지저고리를 주섬주섬 다시 입으셨다.
' 아 씻으라니까 옷은 왜 입고 저런댜 '
아무 말 없이 아버지는 고염 (고욤) 나무 쪽으로 나가셨다.
아버지는 청개구리다
씻으라고 잔소리를 하니 씻지도 않고 집을 나가셨다.
며칠 전에도 엄마가 안산 밭에 풀 뽑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아버지는 뒷골 밭으로 가시는 걸 봤다.
엄마가 또 소리 지를까 봐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는 또 잔소리를 하셨다.
' 즈아부지 내일은 일군도 많고 할 일이 태산이니까 밥 잡숫고 일찍 주무셔유 ' 했다.
아버지는 그날 사랑방으로 가는 척 걷다가 마실을 가셨다.
아버지는 엄마가 하라는 걸 꼭 반대로 하셔서 내 생각에 아버지는 청개구리 같았다.
엄마는 아버지랑 살면서 아버지 성격을 너무 모른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하고 조용히 있으면 알아서 다 하시는데 엄마는 아버지를 맨날 맨날 볶아댔다.
아버지만 보이면 논에 피사리(풀 뽑기) 해라, 콩밭 매라, 고추 말뚝 박았느냐, 땅콩밭에 풀이 넘쳐난다.
아버지는 우리 집 머슴이 아닌데 엄마는 아버지를 머슴 대하는 듯했다.
엄마는 부잣집 딸이어서 진짜로 머슴이 많은 집에서 자라셨다고 했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땅 사주고 집 사주면서 데릴사위로 데려왔다고 하는데 그래서 엄마는 아버지를 머슴으로 아는 건가 궁금했다.
아버지는 말수도 없고 청소도 깨끗하게 하시는데 엄마는 무엇을 하든지 꼭 어수선하게 벌려놓으면서 일을 하셨다.
깨밭에서 조금, 콩밭에서 조금, 고추밭에서 조금, 왔다 갔다는 엄청 하시는데, 한 번도 같은 밭에서 하루 종일 일 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 엄마 어느 밭에 가셨누 '
' 몰러 아까 전에 깨 밭에 갔다가 집에 와서 다시 땅콩밭에 가신 거 같어 '
' 일을 하나씩 혀야지 여기 찔끔 저기 찔금해놓으니 아부지가 힘드네 '
' 엄마도 할 일이 많으니까 정신이 없는겨 '
' 그려 그려 우리 딸이 젤루 똑똑허네 '
농촌의 하루는 새벽달이 사라지기 전에 시작해서 밤이 으슥해지고 밤의 달이 둥실 떠올라야 끝이 났다.
그래도 엄마 아버지는 하루가 뭐 이리 짧은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날 아버지는 달이 우물집 할아버지네 와 있을 때 집에 오셨고, 엄마는 달이 우리 집 마당 위에 있을 때 집에 오셨다.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엄마는 바로 주무셨는데 아버지는 또 마실을 가셨다.
아버지의 밤마실은 일군을 얻으러 가시는 거란 걸 나중에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