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까투리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소복소복 하얀눈이 마을전체를 하얀세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지붕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아침햇살에 투명한 물방울을 물고 있었다.
끝이 다 잘녀나간 싸리빗자루가 아버지 손에 들려서 눈을 쓸고 있었는데 나는 그 빗자루가 춥겠다 생각했다.
아침을 먹고 여느날처럼 아버지 지게에 올라앉아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는길에
아버지에게 내가 물었다.
' 아부지 눈은 안치우면 안되는거여 ? 나는 하얀눈을 밟을 때 뽀드득 소리가 나서 좋은데 '
' 눈을 안치우면 마당이 질어서 미끄럽고 신발도 다 젖으니까 치워야 혀 '
' 아 ! 넘어지면 아프니까 '
뒷산에 올라 아버지가 톱으로 잘라놓은 나무를 지게에 올리는걸 보다가 나는 비료포대를 들고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누구의 산소인지도 모르고 어린시절 산소에서 눈썰매를 타고 놀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산소의 주인 되시는분께 많이 죄송하다.
어린아이가 모르고 한짓이니까 너그러이 용서하셨으리라.
산소옆에 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오고 다시 비료포대를 들고 언덕을 오르다가 마른풀숲에 까투리 깃털을 언뜻 본것 같아서 살금살금 풀숲으로 까투리를 잡겠다고 다가가는데도 죽은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까투리가 어린 내 마음에도 우습게 보였던건지 순간적으로 재빠르게 팔을 뻗어 까투리 깃털을 잡았다 하는 순간 푸드덕 날아가 버렸다.
까투리도 어린 나에게는 잡혀주고 싶지 않았겠지
고사리손에 잡히는건 자존심이 상했겠지
손에 남은 까투리 느낌도 눈썰매 몇번 타면서 잊어버리고, 엉덩이를 두들기는 돌부리도 아랑곳 없이 신나게 썰매를 탔다.
실컷 놀다가 아버지에게 올라가는데 저 멀리 아버지 손에 들린 그 까투리 녀석이 보였다.
도망갈거면 멀리나 가지 !
아휴 울 아부지한테 잡혔냐
그날저녁 우리 식구는 까투리를 먹었다.
하지만 나는 먹지 않았다.
날아가던 모습이 너무 선명하고 손끝에 남아있는 까투리 깃털과 살겠다고 마른풀숲에 얼굴을 숨긴 모습이 자꾸 아른거려서 먹을수가 없었다.
바보 카투리
나한테 잡혔으면 멀리 보내줬을텐데 왜 하필 울 아버지 쪽으로 날아간거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