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13화

독구가 죽었다

이별

by 서윤

독구가 죽었다.


독구는 애교도 많고 털도 하얗고 밥도 아무거나 잘 먹었다.

나는 안 먹는 게 많아서 엄마가 매일 야단쳤는데 독구는 주는 대로 다 먹는다고 칭찬만 해서 나는 가끔 독구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 너도 못 먹는 거 있다고 해 너 때문에 나만 혼나잖어 '


독구는 그게 놀자는 건지 아는 건가 꼬리를 막 흔들면서 배를 보이기도 하고 쓰다듬어 달라고 머리를 자꾸 나한테 들이밀었다.

' 싫어 너 싫어 너 하고 안 놀아 너도 못 먹는 거 있다고 해야 놀겨 '


그 길로 나는 상심이네 집으로 놀러 갔다.

상심이 동생하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다가 저녁이 다 되어갈 때 집에 왔는데 독구가 안 보여서 뒷밭에도 가보고 옆집 아줌마한테 ' 우리 독구 봤어유 ' 물어봐도

' 못 봤는데 나두 지금 들어와서 몰러 ' 했다.

아버지 담배 건조실에 따라갔나 해서 갔는데 건조실에도 없었다.


' 독구야 독구 독구 독구야 ' 부르면서 동네를 다녀도 독구가 없었다.

난 막 울면서 계속 독구를 찾았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엄마가 집에 오셨고 왜 우느냐고 해서 ' 독구가 없어 독구가 아무 데도 없어 엄마 '

' 발 달린 짐승이 올 때 되면 어련히 오겠지 들어가 세수해 엄마가 찾아올게 ' 하시면서 나가셨다.


그리고 캄캄해질 때쯤 엄마가 독구를 안고 뛰어오셨다.

독구가 축 늘어져서 엄마팔에 안겨 있는데 아주 작은 소리로 끄으응 끄으으 끄끄끄 했다.

' 엄마 독구 왜 그래 왜 그래 '

' 저리 가 있어 이 놈이 뉘 밭에서 쥐약을 먹은 건지 뭘 먹은 건지 모르 거 써 '


엄마는 급하게 양잿물 (비누 만들 때 쓰는 약품 ) 을 타서 독구 입에 억지로 넣었다.


' 엄마 왜 양잿물을 멕여 '

' 이래야 토해내지 저리 가 있어 '

독구는 막 발작을 하면서 양잿물을 삼키지도 못하고 계속 끄으 끄으 끄으응 하면서 아파했다.


그날 독구는 죽었다.

엄마는 ' 누가 밭에 쥐약을 놓은겨 ' 하면서 소리를 막 지르고 아버지는 이미 죽었는데 조용히 하라고 하셨는데 나는 독구가 죽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독구를 묻어준다고 지게에 실었고, 나는 안된다고 마당에 주저앉아서 발버둥을 치면서 계속 울었다.


쥐약을 놓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냥 어른들이 다 미웠다.


' 독구야 눈 떠 눈 떠 눈 뜨고 언니 봐봐 언니가 다시는 너 안 때리고 많이 많이 놀아줄게 독구야 눈 떠 가지 마 가지 마 '


내가 상심이네 놀러 안 갔으면 독구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너무 미안해서 계속 울다가 기절을 했는지 깨어났을 땐 새까만 밤이었다.


' 아부지 독구는 어딨어 ? '

' 독구는 저기 뒷산에 묻어줬어 아비가 또 내일 독구 닮은 애 데리고 올 거니까 울지 말어 ' 하셨다.

' 난 독구가 좋아 독구 데리고 와 '

' 그려 그려 낼 독구 데리고 올겨 '

나는 또 울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아버지는 독구라고 아기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독구만큼 이쁘지 않았고 독구는 꼬리도 잘 흔들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애교를 부렸는데 아버지가 데리고 온 독구는 털도 노란색이고 꼬리도 잘 흔들지 않아서 독구가 싫었다.


' 아부지 난 저 독구 싫어 안 해 '

' 쟤도 조금 지나면 이뻐질겨 무서워서 그런겨 '

' 아니 난 독구가 좋아 저 애는 안 좋아 '


나는 자꾸 죽은 독구가 생각나서 새로 온 독구가 미웠다.

쥐약 먹고 죽을까 봐 독구가 싫었다.


' 너 쥐약 안 먹는다고 약속하면 내가 이뻐할겨 '

알아들었는지 못생긴 독구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독구눈이 까만 게 예뻐서 나는 새로 온 독구를 안아주었다.


새로 온 독구를 안고 죽은 독구한테 잘 가라고 담에 또 만나자고 약속했다.

잠잘 때 매일 기도했다.


' 우리 독구가 다음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주세요

지금 독구가 쥐약 안 먹게 해 주세요 '


어린나이에 죽음이 무엇인지 이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날 독구와의 이별앞에서 나는 죽음이 이별이 얼마나 슬프고 힘들고 아픈일인지를 어렴풋이 배웠을 것이다.

곧 죽은 독구를 잊고 새로운 독구와 정을 쌓으면서 문득 문득 뒷산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것이 이별을 겪은 8살의 작은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리라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죽음과 이별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독구와의 마지막 순간이 가슴 깊은 곳 어느 방에 남아있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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