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고무줄놀이
그날은 예숙이가 사랑방 마루에서 동생들하고 인형 옷 입히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 예숙아 그거 나도 해 보고 싶어 '
그림을 한 장 주면서 ' 그래 너도 해 ' 했다.
한참 그림을 오려서 인형에 나팔바지도 입혀주고 또 예쁜 공주드레스도 입혀주었다.
' 언니 이제 그만해 우리 거여 '
그때 예숙이 동생 정란이가 내 것을 뺏으면서 못하게 했다.
' 야 예숙이가 하라고 준 건데 왜 그래 ? '
' 이거 우리 거니까 하지 마 '
너무 화가 나서 인형을 다 찢어버렸더니 예숙이 동생이 막 울었다.
' 다시는 너네랑 안 놀아 흥 ' 하면서 집으로 왔는데 계속 화가 났다.
조금 있다가 다시 예숙이네 마당에 갔는데 애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뾰로통해서 그냥 쳐다보고 있었는데, 예숙이 동생이 ' 언니는 우리하고 안 논다고 했으면서 왜 온겨 ? ' 했다.
' 나 놀려고 온 거 아녀 그냥 보는겨 ' 했는데 예숙이 동생이 계속 메롱하면서 나를 놀려댔다.
( 그림 : 다음 )
나는 집으로 와서 연필 깎는 칼을 들고 가서 고무줄을 다 끊어버렸다.
' 야 너 왜 그래 '
' 내 맘이여 정란이가 약 올리잖어 '
' 너네도 놀지 말어 '
그때 정란이가 바보 같은 게 했다.
나는 화가 나서 예숙이랑 정란이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발로 차고 나중엔 다같이 엉겨붙어서 싸웠다. 예숙이는 코피가 났고, 나도 얼굴이 할퀴어져서 피가 났다.
다른애들이 말려서 겨우 싸움이 끝났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왔다.
저녁에 밥을 먹고 있을 때 예숙이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 ' 아줌니 서윤이가 예숙이를 때려서 애가 아퍼유 ' 하면서 막 따지듯이 소리를 질렀고 우리 엄마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
' 애들이 싸우기도 하는 거고 얘도 얼굴이 이 꼴이어도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질부는 (조카의 부인 ) 어디라고 쫓아와서 이 난리를 치는겨 '
' 서윤이가 애들 노는데 고무줄도 자르고 인형도 다 찢었다잖어유 '
' 그려 그게 그려서 을매여 그깟 거 고무줄 갖고 시방 여기 와서 따지는겨 ? '
예숙이 엄마와 우리 엄마는 소리소리 지르면서 금방 머리채라도 잡을 기세로 싸움을 했다.
그때 사랑방에 계시던 아버지가 ' 흠 흠 ' 하면서 나오셨다.
' 질부 아무리 애들이 싸웠기로서니 동네에 위아래가 있는 것인디 여가 어디라고 와서 악을 쓰는가 자네 바깥 ( 남편 ) 이 그리 갤치든가 ? 그만하면 되었으니 가 보시게 쟈는 내가 가르칠 거여 ' 하셨다.
예숙이 엄마는 씩씩거리면서 가고, 엄마는 나를 왜 그리했냐고 막 야단치셨다.
아버지는 아랫목에 나를 앉히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라고 해서 낮에 있던 일을 다 이야기했다.
' 그니까 그 인형인지 뭔지를 찢은겨 '
' 응 정란이가 자기네 거라고 못하게 했어 '
' 그람 그냥 오믄 되지 남의 걸 왜 찢어서 이 사달을 맹글어 다신 그러지 말어 '
' 응 알았어 이제 예숙이네랑 안 놀겨 '
' 놀라믄 사이좋게 놀아야지 '
' 몰러 '
그날밤에 아버지는 조용히 마실을 가셨다.
나는 아버지가 예숙이 아버지를 만나러 가신 거라고 생각했다.
애들이 싸웠다고, 조카뻘 되는 사람이 엄마한테 막 대들고 싸운 게 못마땅해서 예숙이 아버지한테 다신 그러지 말라고 말하러 가신 거다.
다음날 예숙이 아버지가 엄마한테 고개를 숙이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 조카가 뭔 잘못이 있는가 질부가 잘못헌것이지 '
' 아줌니 다 지 잘못이니까 앞으로 예숙이 엄마가 그런 일 없도록 단속할께유 '
' 그려 애들이 다투기도 하는 것이고 집안끼리 위아래 없이 그러는 거 아니여 '
그날부터 예숙이하고 예숙이 동생들은 나를 부를 때 꼬박꼬박 아줌니라고 불렀다.
' 야 너 ' 안 하니까 나는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높은 사람이 된 것처럼 나도 같이 놀고 싶으면 점잖은 말투로 ' 나도 같이 놀 수 있는가 ' 라고 말했고 ' 아줌니 같이 놀아유 ' 했다.
싸우면서 크고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그 일이 있고부터 예숙이하고 같이 놀고 서로 나누어 주고 나는 예숙이네 집에서 자는 날도 많았다.
아이싸움이 어른싸움이 되었지만, 우린 또 그렇게 예절을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