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10화

여름방학

아이스께끼

by 서윤

여름방학


입학하고 첫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어른들은 호미 들고 낫 들고 밭으로 논으로 가시고 나면 우리들은 개울로 향한다.

개울에 돌로 둑을 쌓아서 물이 고이게 해 놓고 그 속에서 개헤엄을 친다.

남녀 노소란게 시골엔 없다.

수영복 따위도 어디 가서 구경할 수 없으니 입은 옷 그대로 풍덩 하면 그곳이 수영장이다.


잠수를 해서 누가 더 멀리 가나 내기를 하고 검정고무신 뒤축을 접어서 물고기도 잡았다.

우린 그걸 멱감는다고 했고, 마을엔 멱감는 곳이 두세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서 도랫만 개울이 제일 넓어서 동네아이들은 다 도랫말 개울에서 멱을 감았다.


' 미정아 너네 집에 먹을 거 있어 ? '

' 몰러 우리 엄마가 아침에 옥시기 (옥수수) 삶아놨는데 내 동생들이 먹었을 거여 '

' 우리 감자 구워 먹자 '


물놀이를 하다 보면 금방 배가 고파왔고 구판장 과자는 돈이 없으니 그림의 떡이었다.

집에 있는 감자를 갖고 와서 냇가 옆에 앉아 감자를 구워 먹고 남의 밭에 고추도 다 따먹었다.

지나가는 어른들이 ' 이놈들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싸 ' 하면서 지나가면 ' 치 맨날 저 소리여 ' 하면서 배고픔을 달랬다.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에서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여름성경학교를 하러 온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은 낮에는 밭이나 논에 가서 농사일을 돕고, 저녁이면 춤도 가르쳐주고 노래도 가르쳐준다.


여자애들은 잘 생긴 대학생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 오빠 편지해도 돼요 ? ' 물어보면 ' 편지하라고 하면서 주소도 적어주는데 답장이 오는 건 거의 없다.

남자애들은 숨어서 대학생 언니들을 훔쳐보고 지들끼리 키득키득 웃기도 하는데 언니들은 그런 애들이 귀여운지 자야 (과자이름 )도 사주고 하드 (아이스께끼) 아저씨가 오면 하나씩 사주었다.

' 아이스께끼 ~~ 아이스께끼 ' 아저씨가 동네 모퉁이를 돌아오면 우리들은 각자의 집으로 달려가서 찌그러진 냄비, 숟가락, 찢어진 고무신, 비료포대, 고추마끼 (고추밭에 씌우는 비닐 속 종이 )를 갖고 가면 아이스께끼를 먹을 수 있었다.


하루는 집에 아무리 찾아도 아이스께끼랑 바꿀 게 없었다.

광 ( 창고)을 두리번거리는데 곡괭이가 자루도 없이 구석에 처박혀 있어서 그걸 갖다주고 ' 아저씨 아이스께끼 많이 주세유 ' 했더니 무척 좋아하시면서 5개를 주셨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미정이 옥경이 상심이 미옥이를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아저씨는 착하다면서 ' 이건 덤이다 ' 하시면서 또 한 개를 더 주셨다.


아이스께끼를 먹고 마을회관에서 대학생 언니들이 가르쳐주는 춤을 배우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가 광에서 뭘 찾고 계셨다.

내 생각에 혹시 곡괭이를 찾는가 싶어서


' 아부지 뭐 찾어 '

' 그려 여그 있던 곡괭이 못 봤어 ? '

' 응 그거 봤어 고장 난 거 '

' 어따뒀어 그거 '

' 내가 아까 아이스께끼 아저씨 줬는데 '

' 아이고 큰일 났네 그거 내일 고치러 갈 거였는데 '

' 아부지 그거 자루가 없어서 고장 난 건 줄 알았어 '

' 이 녀석아 고장 난 게 아니고 자루가 빠져서 낼 대장간 가서 고쳐다 쓰려고 둔 거여 '


아버지는 그날 많이 화가 나셔서 나한테 말도 안 걸고 다시는 그런 거 갖다 주지 말라고 하셨다.


다음날 개울에서 멱을 감는데 미정이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 너 혼날 줄 알았어 우리 집은 내가 그랬으면 난 다리몽댕이 부러졌을겨 ' 했다.

' 난 고장 난 건 줄 알았다 뭐 '

' 넌 니 아부지가 이뻐하니까 다행인 줄 알어 다시는 그러지 말어 ' 하는데 난 자꾸 심술이 났다.


지들도 내가 사준 거 다 먹고 괜히 나만 뭐라고 하니까 신경질이 나서 삐져 있었는데 물잠자리 녀석이 돌에 앉았다가 날았다가 나를 또 약 올리니까 그날은 물놀이도 하기 싫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이제 서울로 다시 간다고 하면서 과자파티를 했다.

어떤 애들은 막 울었는데, 나는 대학생 언니가 입은 청바지가 예뻐서 ' 선생님 저도 크면 청바지 입을 거예요 ' 했더니 막 웃으면서 ' 서윤이 크면 꼭 서울로 학교와 ~~ ' 했고 나는 엄청 큰 목소리로 ' 네 ' 했다.


동네어른들이 고추장 된장에 먹을 거를 잔뜩 싸주고 ' 선상님들 고마워유 내년에도 꼭 다시 우리 마을에 오셔유 ' 했다.

그런데 그 언니 오빠들은 다시 안 왔다.

다음 해에는 다른 언니 오빠들이 왔다.


여름이면 참매미 말매미 쓰름매미가 맴앰 맴맴 울고 쓰름매미는 스룹쓰룹 울었다.

나무에서 매미를 잡아 가슴을 누르면 죽겠다고 매앰 맴맴 매앰 맴맴 우는 게 재미있었다.

잠자리 꼬리를 잘라서 풀대를 꽂아 시집도 보내주고 돌다리에 앉아 버들피리를 누가 더 잘 부나 내기를 하고 돌을 뒤집어 가재도 잡아서 구워 먹었다.


여름 태양에 곡식이 통통하게 여물어가고, 우리들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영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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