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원피스
뽕잎과 누에고치
' 뒷골 뽕 밭에 가서 뽕잎 좀 따와 '
엄마는 나만 보면 뽕잎을 따오라고 하셨다
언니도 엄마가 뽕잎 따오라는 소리가 제일 싫다고 하면서 학교 갔다 오면 맨날 친구집에 공부하러 간다고 했는데 내 생각에 언니는 뽕잎 따는 게 싫으니까 도망가는 거였다.
큰방에도 작은방에도 사랑방에도 싸리나무로 엮은 발 위에 누에가 많아서 아무리 뽕잎을 많이 따다 줘도 금방금방 없어졌다.
엄마는 누에고치 농사 잘 돼서 솜 많이 팔면 옷 사준다고 하셨는데 난 옷이 없어도 좋으니까 뽕잎 따는 거 안 하고 싶었다.
반공일날 (토요일) 언니가 일찍 집에 와서 내가 ' 언니 엄마가 언니 핵교 (학교) 마치고 오면 같이 뽕잎 따다 놓으라 했어 ' 라고 말했는데 언니는 대답도 안 하고 또 고갯말 친구집에 가서 그림숙제 해야 한다고 갔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나 혼자 몇 번을 뒷골밭에 왔다 갔다 하면서 뽕잎을 따느라 너무 힘들었다.
저녁에 아버지가 논에 일하고 오시는 걸 보고 달려가서 ' 아부지 누에 키우지 마 나 힘들어 뽕잎 따는 거 하기 싫어 ' 했다.
' 이제 뽕 밭에 안 가도 돼 아부지가 해줄게 ' 했다.
다음날 아침 시끄러운 소리에 깼는데 엄마가 막 소리를 지르셨다.
' 아직 뽕잎 한참을 더 따야 하는데 뽕나무 가지를 통째로 베어오믄 어쩐댜 이를 어쩌 저 냥반이 또 일 냈네 일 냈어 ' 하시고
아버지는 ' 뽕 밭이 지천인데 뭔 걱정여 '
뽕나무가지를 다 베어 온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아 저렇게 다 꺾어다 주면 뽕 밭에 자꾸 안 가도 되겠네 생각했다.
누에고치는 하룻밤 자고 나면 토실토실 하얗게 살이 찌고 눈도 까맣게 선명해져 갔다.
밤에 잘 때면 누에고치가 뽕잎을 먹느라고 사각사각 스스스스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가끔씩 잠잘 때 내 얼굴에 누에가 떨어졌는데 다시 올려주어야 하는데
어떤 날엔 그냥 잤다 귀찮아서
누에가 다 자라면 하얀 통속에 번데기가 들어있고 하얀 통 밖에는 솜이 많았다.
엄마는 하얀 통을 솜 틀에 돌렸고 그러면 솜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솜 팔아서 옷 사주신다고 뽕잎 많이 따 오라고 해놓고 옷을 안 사주셨다.
나도 언니처럼 학교를 다니면 공부한다고 친구집으로 도망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솜을 팔았는데 옷을 사주지 않았다.
' 아부지 엄마는 거짓말쟁이여 '
' 엄마가 뭔 거짓말을 한겨 ? '
' 응 솜 팔아서 옷 사준다고 뽕잎 많이 따 오라고 맨날 그래놓고 옷 안 사쥤어 '
' 옷은 핵교 (학교) 들어가믄 사 줄 겨 공부 잘하믄 더 많이 사 줄 겨 '
나는 빨리 학교도 가고 이쁜 옷도 입고 싶었다.
누에고치 농사 안 하는 예숙이는 매일매일 이쁜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데 우리 집은 농사도 많이 하는데 왜 나는 이쁜 원피스 안 사주는지 엄마가 미웠다.
그날따라 예숙이가 입은 원피스 색이 파란 하늘을 닮아 있어서 더 부러웠다.
나도 병아리처럼 노란 원피스를 입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