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09화

육성회비

친구

by 서윤

육성회비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건빵을 나눠주었는데 어느 날엔 건빵이 모자란다고 도시락을 싸 오지 않은 애들만 건빵을 주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건빵하고 도시락을 바꿔 먹기도 했는데 내 기억에 도시락을 못 싸 오는 친구가 집에서도 굶을 것 같으니까 일부러 건빵 하고 도시락을 바꿔 먹은 것 같다.


매달 한 번은 쌀 모금 운동을 했고 편지봉투에 쌀을 담아 오라고 했다.

그때 그 시절엔 깡보리밥도 없어서 봄에 보리수확을 하기 전에는 먹을 게 없으니 멀건 메밀수제비로 끼니를 때우고 나라에서 주는 밀가루나 정부미로 겨우 살아가는 집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십시일반 쌀 모금 운동을 해서 가난한 집에 나눠주기도 했다.


육성회비를 못 내면 선생님이 손바닥을 때리고, 복도 청소를 시키기도 했다.

어느 날 상심이랑 학교 가는데 상심이가 육성회비를 못 냈다고 학교 가기 싫다고 했다.


' 너네 아버지 예숙이네집 일 많이 해주는데 왜 육성회비가 없어 ? '

' 몰러 낼모레 낼모레 하는데 우리 언니도 학교 그만둘지도 몰러 '

' 상순이 언니는 4학년인데 학교를 그만두면 어떻게 해 '

' 아부지가 언니 학교 그만두고 공장 가라고 하니까 언니는 맨날 울어 '

' 울 아부지한테 내가 말해볼게 '

' 니네는 돈 있어 ? '

' 나두 몰러 그런 거는 '


그날 상심이는 육성회비를 못 냈다고 복도청소를 했고 나는 상심이 하고 같이 집에 가려고 복도청소를 같이 했다.


집에 와서 아버지한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상심이 육성회비를 내주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하는겨 ' 했다.

마을에도 쌀이 없어서 굶는 집이 많은데 그 사람들을 다 구해줄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그냥 미웠다.

' 상심이는 나하고 제일 친한데 상심이만 도와줘 아부지 '

' 그게 쉬운 게 아녀 '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한집을 도와주면 다른 집에서 섭섭해할 거라 여기신 거고 그렇다고 어려운 집을 다 도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며칠 뒤 예숙이네서 상심이랑 상순언니 육성회비를 내주고 상심이 아버지는 예숙이네 일을 우선적으로 해주기로 했다고 상심이가 말해줬다.

상심이는 그 이후 학교 갔다 오면 맨날 예숙이 동생들을 업어주느라 놀지도 못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때 상심이네가 어느 날 마을에서 사라졌다.

나는 갑자기 사라진 상심이를 많이 그리워했고 매일매일 상심이네 집에 갔는데 텅 빈 집이 이상하게 낯설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무서웠다.


세월이 많이 흘러 꽃이 흩날리는 봄날

내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기적같이 길에서 우연히 상심이를 만났는데,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고 착하고 예쁘게 성장해 있었다.

어린 시절 막연하게 어디서든 상심이네 가족이 잘 살기를 기도했었는데, 그 마음이 전해졌나 싶어서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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