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07화

추석날 풍경

추억속으로

by 서윤

추석날 풍경


추석 날 아침 차례 모시고

노랑 파랑 초록 저고리에

빨간치마 회색치마 차려입고

성묘가는 길

들판에 참새떼 나락 줍느라 분주한데

앞산 뒷산 사람꽃 행렬이 이어진다.

월동준비 하느라 도토리 주워나르던

다람쥐 녀석들 후다닥 후다닥 도토리 하나씩 물고 참나무 위로 뛰어오르고

벌초 끝낸 조상묘 앞에 배, 사과, 포, 송편을 차려놓고 정종을 술잔에 담아 두바퀴 돌리고 절을 올린다.

고조할아버지 무덤을 시작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을 순서대로 돌고나면 산밤

줍는다고 다시 또 숲으로 들어가면 바람에 떨어지고 다람쥐 발길질에 떨어진 알밤들이 햇살에 들켜 나 여기있소 하고

작대기 주워 열리지 않은 밤까시를 양발로 잡고 쭉 누르면 속살 하얀 밤이 까꿍을 했다.


다람쥐 먹을거 남겨두고도 치마폭에 가득찬 밤을 주워오는 길 웃음꽃이 햇살에 반짝였다.

성묘하고 내려오는 길 골짜기에서 다래도 따먹고 머루도 따먹고 계곡물 한모금 마시면서 시원하다 물맛 좋다

밤새 소원듣느라 지친 보름달 잠들고 파란 가을하늘 흰구름 아래 시집 장가 못간 고추잠자리 맴맴 돌고, 동네총각들 중태기 잡는다고 그물을 풀었다 모았다

' 몰아 몰아 이짝이여 아녀 저짝이여 ' 냇가가 시끌벅적하다.


한가위 추석이면 뜨거운여름 비지땀 흘리면서 농사짓느라 고생한 기억 다 잊고 먹거리에 놀거리에 풍성한 하루

부엌에서 엄마는 자식놈들 음식 싸서 보낸다고 보따리 보따리 종여매느라 분주하고 고추장 된장 간장까지 싸놓고서야 허리를 펴신다.


가을걷이 돕는다고 집안 남자들 밭에가서 옥수수대 베고 고추대 뽑고 비닐 벗겨내는 서툰 손놀림에 아버지 한숨소리가 곰팡대 담배연기 바람에 날리고, 엄마는 대청마루에 앉아 홍두깨로 국수 미느라 궁딩이가 들썩들썩 하면 텃밭에 호박따는 딸에 가마솥에 물끓이는 딸에 겉절이 무치는 딸에 딸부잣집 마당에 색색의 한복 나비가 춤을 추는 듯 하다.


추석날 대가족 밥상은 서열대로 안방에 마루에 대청마루에 펼쳐지고, 제사음식에 엄마의 칼국수가 차려지면 못다한 이야기에 이놈 저놈 다 힘들다 삶이 어렵다 하소연 늘어놓기 시작하면 아버지 슬그머니 일어나서 마실을 가신다.

다 같은 자식 언놈은 해주고 언놈은 못해줄 수 없으니 복잡한 부모심정 어느자식이 알아줄까

마실가시는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가다 보면 아버지 늦둥이 막내딸 안스러워서 한 말씀 하신다.

' 우리 막내딸은 아비랑 오래 살지도 못하는디 위에것들 챙겨주고나믄 줄거나 있을라나 모르거써 미안혀 '

' 아부지 걱정말어 내가 커서 돈 많이 벌면 아부지 다 줄께 '

' 허허허허 우리 막내딸이 제일이여 '


그때는 몰랐다.

아버지 마실가는 마음에 얼마나 커다란 돌덩이가 가슴에 얹어져 있었는지를 철없는 막내딸 한마디에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지 진정 몰랐었다.




추석 명절 즐겁게 풍요롭게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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