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을 하다
가출사건
가출하는 날 아침 상심이가 학교가자고 우리집에 왔다.
' 다녀오겠습니다 '
' 그려 잘 댕겨와 '
엄마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상심이랑 걸어서 학교를 가는데, 논에 쌓아 둔 볏단 뒤에 상순이언니하고 재숙이언니가 앉아있었다.
상순이 언니는 상심이 친언니인데 우리는 이상해서 ' 언니들 학교 안가 ?
' 너네 일루와 봐 '
상심이하고 언니들한테 갔다.
우리를 뒤쪽에 앉히면서 ' 우리 조금 있다가 버스타고 시내갈건데 너네도 같이 가자 ' 했다.
' 언니들 학교를 안가고 왜 시내 가는데 ? 결석하면 혼나잖어 '
' 우리는 이제 학교 안 다니고 취직할겨 '
상순이언니하고 재숙이언니는 나보다 세살 언니였다.
' 너네도 학교다녀서 뭐해 그냥 빨리 취직해서 돈 벌자 '
' 나는 혼나서 안돼 학교갈래 '
' 난 학교 안갈래 언니들이랑 돈 벌러갈래 '
내가 좋아하는 상심이가 학교를 안 가고 돈 벌러 간다는 말에 나도 앞뒤 생각 안하고 결국 그날 우리 네명은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 너희들 학교 안가고 어디가니 ? '
' 저희 선생님 심부름 가요 '
재숙이 언니가 재빠르게 대답을 했더니 버스기사 아저씨는 갸우뚱 하면서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우리는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버스에서 내렸고,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국밥집으로 들어가서 국밥 두 그릇을 주문했다.
' 어린학생들이 학교를 안가고 밥을 먹으러 온거여 ? '
국밥집 아주머니는 계속 흘깃흘깃 우리를 쳐다보더니 테이블에 국밥을 내려놓으면서 눈치를 살폈다.
' 저희 학생 아니에요 취직할거에요 아주머니 '
' 아니 아직 애기들인데 무슨 일을 하려구 '
' 아주머니가 소개시켜 주시면 안되요 ? '
재숙이 언니는 겁도 없는지 국밥집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계속 했고, 우리 셋은 국밥을 먹으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두사람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국밥집 아주머니는 어딘가로 전화를 하셨고 조금있다가 어떤 아주머니들이 들어왔다.
' 여기 얘들이야 ? 언니 '
' 응 그 애들이야 '
뚱뚱한 아주머니는 한참 우리를 쳐다보더니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고,
다른 아주머니는 재숙이언니 하고 상심이를 데리고 갔다.
재숙이언니는 그 국밥집에서 일을 할거라고 했다.
' 몇살이니 ? '
' 11살이요 '
' 학교는 '
' 안 다녀요 '
우리는 미리 짜놓은대로 말을 맞추기로 했는데 집이 가난해서 학교를 안다니는 거라고 대답하기로 했었다.
한참을 걸어서 들어간 곳은 시장안에 있는 커다란 식당이었는데 그 집도 국밥집이었다.
' 너는 아직 어리니까 그릇은 만지지말고 우리 공주만 봐주면 돼 '
' 네 '
공주는 그집 딸 이름이었고, 간난이이였는데 엄청 통통한 아기였다.
아주머니는 공주를 내 등에 업히고 퍼대기를 꽁꽁 묶어주면서
' 누가 물으면 아줌마 조카라고 대답해 '
' 네 '
' 나를 부를때 이모라고 하고 '
' 네 이모 '
나는 그날 아침부터 깜깜해 질때까지 공주를 업어주고 분유를 먹이고 울면 또 업어주느라 다리도 너무 아프고 허리도 아파서 저녁도 못 먹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을 잤는지 알 수 없었을 때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들려서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고 누워있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엄마하고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오셔서 나를 끌어 안았는데 그게 꿈 인지 진짜 인지 나를 안고 있는 아버지는 눈물을 뚝뚝 흘리시면서
' 되었어 이제 되었어 괜찮어 괜찮어 놀라지말어 아부지여 ' 했고
엄마는 국밥집 아주머니한테 막 욕을 하면서 당장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자세히 보니까 순경아저씨들도 보이고 국밥집 부부는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있었다.
' 이거 유괴인거 아시죠 ? '
' 아 아니에요 유괴가 아니고 얘가 취직한다고 찾아온거에요 '
' 열살짜리가 무슨 취직을 한다고 그래요 당신들이 어린아이들을 꼬드겨서 강제로 일 시킨거 맞잖아요 '
' 아 아니라니까요 저는 저쪽 국밥집 언니가 일할 애 있다해서 갔던거에요 그리고 얘가 지발로 따라온건데 무슨 유괴라고 그러세요 '
' 일단 경찰서 가서 이야기합시다 따라오세요 '
순경아저씨들은 국밥집 부부를 경찰차에 태워서 데리고 갔고, 엄마하고 아버지 그리고 나도 경찰차에 탔다.
우리가 탄 경찰차는 어느새 우리마을 입구에 들어섰고, 마을사람들이 다 나와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상순이언니하고 상심이가 보였다.
상심이는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서 나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 나는 니가 어디 끌려가서 죽은 줄 알았어 우리는 그 아주머니 따라가다가 무서워서 상순이 언니가 변소간다고 거짓말 해서 둘이 도망쳤어
그리고 아까 집에 왔는데 니가 어디갔는지 몰라서 니네 아버지가 신고한거여 '
' 나는 국밥집에서 하루종일 애기 업어주는거 했어 ' 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
엄마는 ' 아 이년아 밥을 굶겨 핵교를 안보내 책을 안사줘 뭐가 모자라서 집을 나가 그 고생을 한겨 ? '
내 등을 문지르면서 울다가 소리치다가
' 됐어 왔으면 됐어 찾았으니 된겨 무사하니 하늘이 도운겨 ' 하셨다.
아버지는 아무말도 없이 까만 밤하늘을 보면서 ' 왔으니 그만혀 이제 된겨 찾았으니 더 말하지 말어 ' 하셨다.
동네사람들도 한시름 놨다면서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가고, 순경아저씨들도 그만 들어가시라 하고 나한테도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시면서 가셨다.
아버지 하고 엄마랑 집에왔을 때 동쪽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엄마가 끓여주신 누릉지를 먹고 나는 잠이들었다.
깨어났을때 파란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가을햇살이 문창호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마루에 나갔더니 못 보던 책가방이 기둥에 기대어 앉아 멀뚱히 나를 보고 있었다.
' 아부지 이거 무슨 가방이여 ? '
' 그거 아침에 엄마가 장에가서 사온겨 서윤이가 가방 안 사줘서 집 나간거라고 하믄서 그거 서윤이 새 가방이니까 한번 매봐 '
' 와 진짜 내꺼여 ? 나 가방때매 나간거 아니구 그냥 언니들하고 상심이가 돈 벌어서 효도하자고 해서 따라간건데 '
' 다시는 그러지말어 아부지는 농약먹고 죽을라고 혀써 우리 서윤이 없어지면 아부지는 무슨 낯으로 세상을 살어 '
' 응 이제 안 나갈겨 나 공주 업어주느라 등도 아프고 다리도 아퍼서 엄청 힘들었어 이제 안 그럴겨 잘못했어 아부지 '
' 그려그려 다신 그러지 말어 아부지는 하늘이 무너지는줄 알았어 '
그날 상순언니의 재치로 나 까지 세명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는데 재숙이 언니는 그날 찾지 못했고 어른이 되었을때 돌아왔다.
삼일후에 학교에 갔는데 벌써 소문이 나서 상심이하고 나는 가출소녀란 별명을 얻었고 선생님들은 야단도 치지 않고 다른때 보다 훨씬 잘해주시는게 이상했다.
우리들의 가출사건은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고 보는 사람들마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말을 만날때 마다 하니까 창피했다.
가방때문에 가출한 게 아닌데 엄마는 예쁜가방을 사주셨고, 선생님들도 엄청 잘해주시니까 가출이 나쁜건 아니네 하면서 나는 너스레를 떨었고 그때마다 엄마는 ' 저거 언제나 철드나 ' 하시면서 혀를 끌끌 찼고, 아버지는 ' 또 그러믄 아부지가 화낼겨 ' 하면서 야단을 치셨다.
세월이 한참 흘러 우연히 그 시장안에 있는 공주네 국밥집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 국밥집은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었고 난 속으로 죄송하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경찰서에 붙잡혀 가신 게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무사히 장사를 하고 계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철부지들의 가출사건은 시간의 흐름속에 조용히 추억의 페이지에 담긴 채 잊혀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