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마실 21화

학급비

환경미화

by 서윤

학급비


겨울방학 개학을 하고 며칠 후에 다시 봄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럴 것 같으면 그냥 계속 겨울방학을 하지 뭣하러 개학하고 또 방학을 하는 건지 어쩌면 나는 매일 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4학년부터는 고학년이라고 해서 학기 초에 학급비를 걷어서 교실 커튼, 선생님 교탁보 그리고 교실에 필요한 물품을 학생들이 구매해서 환경미화를 하면 각 반을 평가하고 1등 2등 상장도 주었다.


우리 2 반도 60명 전원이 돈을 걷었고 걷힌 돈으로 반 대표 몇 명이 시내에 나가서 직접 물품을 사 오기로 했다.

반장은 ' 부반장 그리고 생활부장 오락부장 이렇게 넷이 시내 가서 사 오자 '

' 그래 알았어 '


우리는 봄 방학이 시작되고 다음날 학교에서 만났고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 일단 시장 안에 들어가서 필요한 걸 사자 '

반장은 앞장서서 우리들을 이끌고 시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다들 어리둥절했고, 뭘 사야 하는지 어디로 먼저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시장을 몇 바퀴 돌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팠다.


' 그런데 우리 밥 먹고 하면 안 되는가 ? '

' 나도 배고파 '

' 어 나도 우리 뭐 먹자 '

' 학급비 있잖어 '

' 야 그건 물건 살 돈이잖어 '

' 그런 게 어딨어 다른 애들 노는데 우리가 고생하는 거니까 거기에 우리 밥값도 있는겨 '


오락부장은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면서 배가 고프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밥부터 먹자고 하면서 앞장을 섰다.

' 얘들아 나 얼마 전에 우리 엄마하고 갔었는데 그 집 짜장면 진짜 맛있어 우리 거기 가서 짜장면 먹자 '

' 좋아 진짜 좋아 짜장면 먹자 '


부반장은 평소에 말수도 없더니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고 씩씩하게 오락부장을 따라 걸었고, 나하고 반장도 어쩌지 못하고 우리 넷은 어느새 짜장면집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 여기 짜장면 네 그릇 주세요 '

' 야 학급비도 얼마 없는데 두 개만 시켜 '

' 그런 게 어딨어 그냥 한 그릇씩 먹고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해 '

' 여기 짜장면 네 개요 '

' 우리 오늘 학급비로 짜장면 먹은 건 영원히 비밀이여 '

' 당연한걸 넌 꼭 말로 하니 '


우리는 학급비로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고

그 일은 무덤까지 비밀로 하자고 다짐을 했다.

남은 돈으로 겨우 필요한 걸 사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와서 커튼하고 교탁보는 부반장 엄마가 재봉틀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갖고 가고 나머지 물건들은 예쁘게 배치를 하고 헤어졌다.


봄 방학이 끝나고 다시 교실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커튼도 화사하니 예뻤고 교탁보도 레이스까지 달려서 엄청 예쁘게 깔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반이 환경정리 1등을 했다.

사진 : 다음

그렇게 학급비로 짜장면을 먹은 건 영원히 무덤까지 갈 거라는 우리들의 착각은 아주 엉뚱한 데서 터졌다.


' 얘들아 반장하고 지난번에 시내 갔었던 애들 학급비로 짜장면 사 먹었대 '

' 누가 그래 어디서 들었어 ? '

' 그게 부반장이 나하고 사촌이잖어 내가 어제 큰 집에 심부름 갔다가 들었어 '

' 진짜 ? 너 진짜지 ? '


소문은 순식간에 같은 반 아이들에게 다 들어갔고 학급전체 회의가 열렸다.

고생했으니 먹어도 된다 파와 절대 안 된다 파로 나뉘어서 열띤 토론을 했고 결국 투표로 결정을 하기로 했는데 안 된다 파가 이겨서 우리들은 먹은 짜장면 값을 다시 내기로 했다.


학급비는 환경미화에만 쓰는 게 아니라 일 년 동안 교실에서 필요한 걸 사야 한다는 이유와 반장 이하 나머지는 일 년 동안 반을 위해 봉사하는 것인데 사적으로 쓰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우리가 맛있게 먹은 짜장면은 공짜가 아니라 우리의 돈으로 사 먹은 게 되어버렸다.

그 일이 있은 후 반장과 부반장 나 그리고 오락부장은 다시 300원씩 내라고 했다.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 아부지 우리가 반에서 걷었던 돈으로 짜장면 사 먹었는데 다시 돈 내래 '

' 그런 돈을 함부로 쓰면 안되는겨 '

' 그러니까 나 300원 줘 '

' 앞으로 또 그러믄 그런 돈은 안줄겨 '

' 응 잘못했어 다시 안그럴겨 '

' 남의 돈은 무서운거여 그건 도둑질인겨 '

' 알았어 아부지 '


우리는 다시 학급비를 채워놓았고, 반 친구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일 년 동안 반을 위해 헌신하기로 맹세를 해야 했다.


우리 네 사람은 한순간의 잘못한 선택이 여러 사람에게 신뢰를 잃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반은 그 일이 있고 나서 단합도 잘 되었고 소풍날 운동회날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똘똘 뭉쳐서 항상 우승을 했다.


학급비로 먹은 짜장면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에피소드로 매년 동창모임에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 서윤이 초등학교 졸업사진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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