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사랑
하얗게 눈 덮인 밭에서
독구와 워리가 아침부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눈 쌓인 길을 걸어
우물물 길러 가는 새색시 볼이
보는 이도 없는데 빨갛게 달아오른다
저 건너 혼자 산다는 홀아비가
아침부터 심퉁이 났는지
퉤퉤 마른침을 뱉으며 지나간다
삼 년 전 병으로 서방을 잃은
청상과부가 설거지 물을
눈밭에 뿌리며 훠이 훠이 쉰소리를 낸다
마을 사람들이 독구의 사랑을 말려보지만
뒷걸음질하며 나누는 사랑을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독구가 언제부터 워리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마을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밭에 독구와 워리가
찍어놓은 뜨거운 발자국들이
부끄러운 사랑의 흔적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