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사랑

by 서윤

부끄러운 사랑


하얗게 눈 덮인 밭에서

독구와 워리가 아침부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눈 쌓인 길을 걸어

우물물 길러 가는 새색시 볼이

보는 이도 없는데 빨갛게 달아오른다


저 건너 혼자 산다는 홀아비가

아침부터 심퉁이 났는지

퉤퉤 마른침을 뱉으며 지나간다


년 전 병으로 서방을 잃은

청상과부가 설거지 물을

눈밭에 뿌리며 훠이 훠이 쉰소리를 낸다


마을 사람들이 독구의 사랑을 말려보지만

뒷걸음질하며 나누는 사랑을

그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독구가 언제부터 워리를

사랑하고 있었는지

마을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밭에 독구와 워리가

찍어놓은 뜨거운 발자국들이

부끄러운 사랑의 흔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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