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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여우랄라 Jun 01. 2023

‘향유’에서는 특별한 독서모임이 열린다.

독서모임을 리드하며...


5월 독서모임에서는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를 읽고 나누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책이라 독서모임에 모인 분들의 마음과 눈이 진행하는 동안 촉촉해졌다. 어떤 분은 이 책이 다음 주에 있을 봉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뻤다 하셨고 어떤 분은 딸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했다.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향유’를 열며 공간대여 외에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독서모임이었다. 오랜 동안 책을 읽어오며 지난 나의 경험들을 돌아볼 때, 책은 읽고 기억할 때도 좋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타인과 나눌 때 생각지도 못한 충족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충족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독서 동지를 만나는 기쁨이다. 독서가는 때로 하나에 꽂혀 덕질하는 이들과 같이  혼자 덕질할 때의 외로움을 갖게 된다. 연예인을 덕질하는 팬의 경우에도 이러한 외로움을 팬카페나 팬미팅에서 해소하듯 독서가들도 독서모임에서 독서 동지를 만날 때 해소된다. 우리 주변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제 취미는 독서예요’란 표현이 교양있는 사람의 잣대로 평가되던 독서가의 호시절은 벌써 지나갔고 지하철에서도 책을 펼쳐 들고 있으면 먼 나라 혹은 과거에서 온 사람처럼 멋쩍어지는 시대가 진행중이다. 이런 사회에서 마치 소수민족의 설움과 같은 느낌을 벗어나게 해 주는 곳이 독서모임이다.


두 번째는 독서모임은 읽기만 하고 넘어갔으면 두서없이 머릿속 여기저기 남아있을 책의 파편들을 정리하게 해 준다. 머리에서 입을 거쳐 말이 되어 나올 때, 한번 더 정리한 이야기들은 다시 뇌리에 박혀 더 오래 기억된다. 이건 비단 말할 때뿐 아니라 쓰면서도 경험하게 되는 부분인데, 이런 과정을 여러번 거치게 되면 ‘논리적이다.’라는 평을 종종 듣게 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충족감은 사실 반드시 독서모임이 아니더라도 깊이 몸담고 있는 모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징이라면, 세 번째는 독서모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충족감이다. 그래서 더 중요하고 특별한 것으로, 독서모임을 통해 얻는 생각의 확장이다. 독서모임 중에는 내 이야기도 꺼내지만 그 자리에 모인 여러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게 된다. 각자의 이름만큼이나 살아온 삶도, 관점과 느끼는 감정도 다 다르다. 모든 타인은 개별적 존재들이어서 그렇다. 이런 타인과의 의견 교환은 내 이야기를 긍정해줄 때도 있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시각이나 감정을 만나게 할 때가 많다. 같은 책이어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인데,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세계는 새로운 세계로 확장되고 때론 더 깊어진다. 그리고 네번째는 세번째와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것일 수 있는데, 이러한 확장은 변화와 성장을 일으킨다. 작가를 통해 전달받은 지식과 지혜에 독서모임 참여자들의 새로운 견해가 더해져 일어나는 이 변화가 독서와 나눔의 기쁨을 만든다. 그래서 독서모임에서 이러한 충족감을 얻은 독서가는 쉬이 독서모임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향유’는 이런 독서모임의 충족감에 더해 한 가지 더 주고 싶은 게 있다. 어쩌면 내가 ‘향유’를 통해 독서모임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무조건적 존중’과 나와 나의 생각을 받아들여주는 ‘수용의 경험’이다. 우리는 종종 이런 존중과 수용을 갈망한다. 그러나 서열과 경쟁이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판단의 기준이 효율 혹은 경제적 부로 평가되기에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 따위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그저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조건없는 사랑과 존중을 추억삼아 살아갈 뿐이다. 독서모임에서만큼은 무조건적 존중과 수용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그런 기회의 창구가 되기를 원한다. 책이라는 중립적인 매체를 통해 어떤 생각과 의견도 존중받는 경험, 책을 통해 지지와 응원, 격려를 나누는 시간을 ‘향유’는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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