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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먹는여우랄라 Oct 20. 2023

주제가 있는 독서[당신이 옳다], [헤이트]후기

공감과 혐오, 우린 어디에 있나?



이번 독서모임의 주제는 ‘공감과 혐오, 우린 어디에 있나?’다.


이 두 권의 책을 묶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는 3년간 세계적 질병으로 인해 우린 모두 같은 아픔과 고통을 겪었으며 질병 이후 경제 위기로 우리의 삶이 급격히 힘들어 졌기 때문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큰 위기 시에는 늘 희생양이 만들어졌으며 이를 입증하듯 우리 사회에 혐오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며,


세 번째로는 ‘우리는 공감할 수도, 혐오할 수도 있는 양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공감’을 심리적 CPR이라 말하는 정혜신 박사의 책 [당신이 옳다]를 먼저 읽었다. 프롤로그에서, 정혜신 박사는 이 책은 지금까지 병원과 현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현실에서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적 대처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서 비롯되었으며 정신과 의사로서 마지막 소명이라 여기며 썼다고 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감정을 건드린다. 요즘은 자녀교육의 방법과 학교 등 여러 환경이 달라졌지만, 현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인정받아본 기억이 흔치 않다. 당연한 의무와 책무가 있었을뿐 우리 스스로를 긍정해 주는 칭찬과 존중을 받으며 살아온 세대가 아니다. 그렇기에 가족과 환경의 소리가 곧 나의 소리가 되어 우리 스스로도 자신에게 ‘니가 옳다’는 말보다 ‘이게 맞을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로 회의와 의심이 차고 넘쳤다. 그런 그들에게 ‘당신이 옳다’는 말은 그간의 삶을, 우리 스스로를 무한히 긍정해 주는 말이라 울림이 있다. 공감은 이렇듯 힘이 있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합당한 이유가 동반되지 않아도 그 말 자체로 우리 마음에 힘을 준다.






독서모임에 참가한 참여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눈물지었다고 했다. 늘 다그쳤던 스스로를 토닥토닥 안아주기도 했고, 다른 한 편으론, 책에 제시된 사례를 통해 우리가 과거에 만났었던 인물들과 다시 만나 그들을 더 이해하고 보듬으며 눈물지었다고 했다.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의 아픔과 힘들었던 삶들을 꺼내어 나누었고 그 과정을 통해 격려와 위로를 서로에게 보냈다. 더 나아가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나누자는 다짐도 해 보았다.







그리고 2주 후, [헤이트]를 읽었다.

이 책은 심리학, 철학, 역사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8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혐오’라는 주제를 각 분야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그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한 강연집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러한 구성이 참 흥미롭고 독특하다. 앞 부분은 앞서 말한 강연집이고 뒷부분은 8명의 명사와의 토론 내용이 담긴 토론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토론집에서는 혐오에 대한 원인과 대처법에 대한 논의까지 다루고 있어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혐오는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악한 일부 집단에게서 오는 것일까? 정신질환의 한 측면일까? 많은 이들이 혐오는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 하는 행위는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볼 때, 혐오는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특히 사상적, 정치적, 경제적 혼란기에 더욱 만연했고 극열했다. 거기에 더해 질병이 극심할 때에도 늘 혐오가 뒤따랐다. 우린 그렇게 보통의 사람에서 혐오하는 사람으로 어떠한 조건과 환경이 닿게 되면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책의 저자들은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혐오의 형태를 하나 집어주는데, 나는 처음 이 사실을 접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내가 아는 기존의 사실과 반대되는 것이면서 지금껏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면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당신이 옳다]와 함께 묶는 데에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독서모임 분들에게도 내가 느꼈던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깨달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감은 무조건 긍정적인 것이라 배웠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믿고 누굴 만나든 공감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저자들이 제시하는 역사적 사건들은 잘못된 공감, 내집단 편애가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 있음을 말한다. 내가 속한 집단을 무한히 긍정하다 보면 내집단 외의 집단에 벽을 쌓게 된다. 이는 내집단에 대한 확증편향을 낳게 되고 그것이 질병이나 경제적 위기와 같은 환경적 요소와 맞물리면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더 나아가 내가 잘 모르는 집단을 아무런 의식없이 차별하는 행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들은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타 문화와 세계에 대한 교육, 그리고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독서모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참여자들 모두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양서라고 칭찬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특이하고 이상한 누군가가 혐오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도 무지로 인해 차별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지나치게 내집단을 사랑하는 것은 오히려 외집단에게 소외감을 줄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집단을 형성할 때는 늘 벽을 낮추고 누구든 소통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책은 참가자들에게 읽는 내내 생각하게 만들었고 다양한 질문이 떠오르게 했던 책이었다. 그래서 나눔 역시 깊어졌고 서로가 깨달은 바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를 더 깊이 이끌어 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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