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첫 번째 읽을 때는 책의 흐름을 쫓기에 바쁘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쫓으며 읽는다. 재밌게 잘 쓰인 책은 쫓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며 찾게 되고 보게 된다.
그럼, 첫 번째 읽기로 의미하는 바를 파악했는데, 두 번째는 무슨 재미로 읽는 것일까?
새로운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굳이 읽었던 책을 읽는 이유는?
한 번 읽었을 때 큰 감동을 주는 책들이 있다.
‘와~ 이렇게 재밌는 책이 있을 수가! 역시 책은 이런 맛을 느끼려고 읽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말이다. 그저 키득거리고 웃게 만드는 책도 나는 정말 좋아한다.
다만, 다시 읽고 싶은 책은 따로 있다.
읽으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깨우쳐 주는 책. 나의 첫 소설 책 ‘향수’가 그랬고 지리 인문 교양서 ‘지리의 힘’이 그랬고 ‘생각한다는 착각’,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 그랬다. 또 한 편으로는 우리의 마음을 꿰뚫는 듯 한 책들이 있다. ‘데미안’이 그랬고 ‘싯다르타’ ‘동물농장’이 그랬다. 내가 지난 시간 동안 했던 내면의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걸 그 때 읽었더라면 나는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을 품게 하는 책. 그리고 깊이 공감하며 나를 치유해주는 책이 있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가 그랬다. 그런 책들은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홍보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나만 읽기엔 아까워서다. 다른 사람들도 읽고 나와 같은 즐거움을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도 다시 한 번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 재독했을 때에는 처음에 느꼈던 깨달음과 읽을 때 느꼈던 희열을 단순히 재현하고 싶어서 읽는다.
그런데, 책이란 것은 두 번째 읽을 땐 단순히 첫 느낌의 재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의 구조와 문장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에게 주고자 했던 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문장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고 어떤 구조와 체계로 설득력을 담으려 했는지가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또 다시 ‘아~ 그래서 이 때 이 문장이 들어가는구나!’ 무릎을 탁 칠 때면 두 번 읽었다고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더 신명나게 재밌어진다. 그러면 작가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 읽으면 어떨까? 그러면 세 번째 읽을 땐 지루할까? 나는 책 소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팟캐스트나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책들은 보통 세 번은 읽게 된다. 세 번째 읽을 때는 작가가 책을 쓰며 했던 고민들이 내게 와서 닿는다.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질문을 갖게 되었는지 말이다. 동시에 나에게도 질문들이 떠오른다.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이럴 때 무어라 답했을까?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조금은 또 달라져 있고 또 다른 생각과 고민을 안고 있는 나다. 그렇기에 책도 내 안에서 어제의 책이 아니다. 오늘의 책이다. 그러니 지루하지 않다. 헤세를 사랑한 정여울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데미안을 매년 한 번씩 읽는 다고 한다. 읽을 때마다 작가가 쓴 문장들이 다시금 이해되게 되고 새롭게 깨닫는다고 한다. 그러니 재독, 삼독을 아까워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