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공간인데, 사장이 할 일이 뭐가 있어?’
'공간 대여 사업? 편하겠네. 아침에 문 열고 저녁에 문 닫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 역시도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아침에 문 열고 저녁에 문 닫고. 딱 그 정도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러니 수익이 좀 작아도 내 시간이 많으니 할 만할 거라고 생각했었고 아이들 돌보는 일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막상 공간을 오픈하고 나니 무인이라 해서 사람의 손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무인으로 공간 대여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를 성의 있게 꾸며놓는 것뿐 아니라 공간을 편리하게 예약하고 이용하게 하기 위한 또 다른 일들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그리하여 나의 하루 일상은 이렇다.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한다. 출근 전에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 아이들의 아침과 등교 준비를 한다. 큰 아이를 보내고 작은 아이가 등교하는 8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향유로 출발한다. 오후에는 걷고 버스 타고까지 30분이면 되는데, 아침 시간에는 버스가 많이 막히고 인파가 생각보다 많아 10분 이상 더 오래 걸린다. 대체로 향유에 도착하면 9시에서 9시 10분. 보통 40분이 걸린다.
9시 10분. 나는 향유 공간 세팅을 시작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청결이고 다음으로는 아늑하고 편안한 세팅이다. 먼저, 청결을 위해서는 매일 환기와 청소에 신경을 쓰고 편안한 세팅을 위해서는 이용자가 향유의 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아늑한 조명과 편안한 음악, 그리고 좋은 향이다.
향유에 도착하면, 창과 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공간 내부에 소독수를 뿌린다. 다양한 손님들이 오가는 공간이고 아직 코로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것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제빙기 세척 후 새 물을 받는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얼어 죽어도 아아'라는 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는 뜻이기에 향유에서 제빙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얼음이 얼어서 가득 채워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환기 다음으로 제빙기부터 관리한다. 다음으로 중요하게 청소하는 곳은 향유의 출입구다. 손님이 향유를 느끼는 첫 시선은 향유로 들어오는 출입구를 마주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부 공간의 청결이나 아늑함은 그다음 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향유 문 앞부터 꼼꼼히 청소한다. 다음으로는 순차적으로 테이블보와 쿠션을 정리하고 전날에 사용한 컵을 닦아서 말려둔다. 청소기를 돌려 먼지들을 제거하고 커피메이커와 포트의 물을 새것으로 갈면, 공간의 청결은 완성된다.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니다. 나는 향유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을 주고 싶다. 잠깐이라도, 생활 속에서 느낀 바쁜 시간싸움과 경쟁의 열기로부터 떨어져 나와 편안하게 자신을 내려놓기를 바라고 떠들썩한 인파 속이 아닌 나만의 공간과 시간에서 다시 스스로를 채워가길 바란다. 그러기에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향을 향유에 입힌다. 그리고 그날 날씨와 기분에 맞는 음악을 검색한다. 기분 좋은 향과 은은한 음악은 우리의 마음을 한적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맞는'이란 말은 살짝 아닌 날들도 많다. 박효신의 음악을 좋아하고 비가 오는 날엔 에픽하이에 '우산'을 한 번은 꼭 듣기 때문에 '향유'를 찾는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사장의 취향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매일 날씨와 기분에 맞는 새로운 곡을 찾으려 '애쓴다.' 이렇게 공간을 준비하는데 30-40분이 걸린다. 시간은 9시 40-50분. 손님이 향유지기와 마주치는 일 없이 편안하게 이용하도록 10시 전에 향유를 빠져나온다.
공간이 완성되면 예약된 손님보다 내가 먼저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설렌다. 나의 손길을 손님들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인스타에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이에요.'라는 문구를 종종 보는데, 이런 준비를 하지 않을 때에는 이 문구를 보면 애절한 요구라는 느낌이 들어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했고 지나친 바람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준비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알겠다. 나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대상을 예상하며 준비할 때의 기대감과 바람을 말이다.
오프라인 공간 향유의 준비는 이것으로 끝난다.
다만, 오프라인 공간 세팅이 끝났다고 해서 공간 대여 업주가 할 일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공간 세팅이 끝나면, '향유 공간 밖의 공간' 즉 향유를 미리 둘러보고 예약하는 공간인 온라인 공간의 세팅이 시작된다.
요즘은 고객이 직접 접하는 오프라인 공간만큼이나 온라인 공간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온라인 공간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더구나 무인 공간이다 보니 온라인 공간에서의 세팅과 자세한 설명이 더욱 중요하며 공간으로 유입을 위한 홍보 역시 무척 중요하다. 대체로 네이버 플레이스와 스페이스 클라우드, 카카오 채널과 같은 대중적인 온라인 채널에 자신의 공간을 업로드하고 사업장을 홍보하는 블로그나 인스타를 함께 운영한다. 뼛속까지 아날로그인 내게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온라인 공간은 어떻게 운영하면 된다는 명확한 방침이나 기준이 없다. 사장의 눈썰미와 관심, 거기다 감각적인 사진술과 표현력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를 접하고 자라는 요즘 세대들은 이러한 감각이 자연스레 키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나와 같은 세대들은 배워도 배워도 익숙해지지 않고 자꾸만 멀어져 가는 영역이 온라인 영역이다. 열심히 블로그와 인스타를 꾸미고 있지만 아직도 어떻게 해야 'SNS 만으로 홍보가 되었어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지금도 미지수다.
그래도 나름 열심을 다해 본다.
매일 나는 향유에서 나오기 전에 블로그와 인스타에 업로드할 사진을 찍는다. 비가 오면 비 오는 향유를 찍고 테이블보를 새로 구입한 날은 테이블보를 찍고 오늘 추천하는 책을 찍거나 향유 주변에 살고 있는 고양이와 새들을 찍어 향유에 입힐 이야기를 준비한다. 온라인 작업은 주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데도 기준점이 없기에 시간도 무한정 들어간다. 항상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오늘 찍은 사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에 홍보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우지만 버스에서 작성하던 글은 수정에 수정을 거치며 오후까지 이어진다. 아마도 홍보글이란 것이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좋은 시간대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그 시간대까지 파악할 여력이 없다. 일단 '꾸준히 쓰고 올리자'가 지금의 나의 목표다. 글이란 것이 어떤 단어로 쓰느냐에 따라 어떤 사진과 어우러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 버린다. 목표는 항상 미뤄지게 마련이어서 어떤 날은 오후 늦게나 되어 올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 중간중간에 향유를 이용하고 있는 손님들의 문의사항에 답하는 것이며 이용후기를 묻고 정리하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향유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이 공간을 좀 더 멋진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언제 갔는지 모르게 사라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