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수익보다 만족이 먼저였던 첫 원데이 클래스

사장의 첫 행사는 참여하는 게 득.

by 책먹는여우랄라


지난 8월, 사업 4개월 차.

어떻게 하면 ‘공간 대여’가 무엇인지, ‘향유’가 어떤 공간인지 알릴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고 있었다. 오로지 홍보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언니로부터 '커피 드립백 수업을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향유에 와서 무언가 만들고 만든 것을 가져가 집에서도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수업'이라면 향유 홍보에도 좋고 사람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바로 커피숍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지인을 찾아갔다.


나는 사실, 어떤 면에선 굉장히 적극적이며 유쾌하게 설득적인 사람이다. 그날, 나는 무턱대고 지인을 찾아갔다. 이미 커피 드립백 수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는 들어 알고 있었으므로 지인의 스케줄부터 확인했다. 마침 커피숍 휴무일은 화요일이었고 화요일엔 특별한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의 휴무일을 확인한 후 단도직입적으로 '그럼, 그날, 향유에서 커피 드립백 만들기 수업을 해 보자'라고 말했다. ‘해 볼 수 있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해 보자’고 했다. 지인인 언니는 다소 당황한 듯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듯도 했지만 새로운 제안이 반갑기도 한 눈치로 ‘그래’라고 답했고, 나는 언니에게 줄 수 있는 강사료를 말하고 나머지 재료비나 필요한 재료를 언니가 생각해서 말해 달라고 하곤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커피 원데이 클래스는 단 10분 만에, 한 번의 제안과 유쾌한 수락으로 결정되었다.


그다음엔 모집 인원을 정하고 필요한 재료와 비용을 결정하는 것이었는데, 세상 긍정인 우리 두 사람은 구체적인 항목을 하나하나 체크하기보단, 수업을 제안하고 수락할 때의 얼렁뚱땅 인 면모처럼 준비해야 할 대략적인 것과 전체적인 비용만을 논의한 후 모집 홍보글을 올렸다. 모든 대화는 ‘이러이러할까?’ ‘그럴까? 그러지 뭐.’ 이런 식이었기에 커피 수업의 초기 준비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실제 인원의 모집 이후 구체적으로 재료를 하나하나 구매할 때 발생했다. 강사였던 언니 왈, 커피 가격만 좀 비쌀 뿐 다른 재료들은 굉장히 저렴하다고 했고 그러니 커피도 ‘맛있는 걸로 2-3가지 하자’고 했다. 나는 역시 '그럼, 그래야지' 했다. 매사 이런 식이었는데 반해 포장재료와 커피 판매 상은 우리와 같은 류의 사업자들이 아니었다. 아닌 게 당연한데도, 구매해야 할 목록을 구체화하고 하나하나 구매하는 단계에서 나와 언니의 무모함과 세심하지 못한 성향에 놀람을 넘어 당황해야 했다. 예를 들면, 향유 원데이 수업에 모집 인원은 한 수업당 5-6명이었는데, 드립백과 포장재는 보통 100개 이상씩 판매하고 커피 원두도 200g 이상씩 판매하고 있었다. 겨우 5-10개 필요한 나에게는 턱없이 비싸고 무용한 숫자였다. 그러나 어쩌랴. 작은 단위로 판매하는 곳이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수업의 재료가 그걸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더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다. 최근 커피에 관한 이론 수업을 듣고 있었던 나는 일반인이 알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것은 이론이 아닌 커피를 직접 내려보고 마셔보는 체험형 수업이란 생각을 했고 그런 수업을 향유의 손님들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넌지시 그런 속마음을 언니에게 비췄더니 또 ‘그래. 그러자’했고 언니는 이에 한술 더 떠 '커피는 special tea로 하자'했다. 나는 거기에 발맞추어 '방학 동안 아이들 케어하느라 지친 엄마들을 위한 수업이니 당연히 그래야지'했다.(커피 가격도 모르면서. 사실 나는 믹스만 마시는 촌사람이라 커피 원두값은 1도 모른다.) 거기서부터가 큰 사단이었다. 나의 제안에 성격 좋은 언니는 언제나 좋다고 말했고, 나는 물정도 없이 참가자들의 만족에만 가치를 두고 이것저것 평소에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해진 원데이 클래스는 블로그와 인스타에 게재됐고 그날과 다음 날 모집 인원이 채워졌다. 생각보다 좋은 호응에 필을 받은 나는 신이 나서 수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미처 몰랐다. 드립백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커피를 집적 드립하고 마셔보기까지 하려면 참여자 각 개인이 사용할 개수만큼의 드리퍼를 준비해줘야 하고 시음할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드립백에 담을 2가지 이상의 커피를 내가 내 돈 내고 사야 한다는 사실을. 커피 수업을 많이 해본 언니 역시도 특유의 긍정으로 나와 장단 맞춰 흥을 내고 있을 뿐 정확한 계산을 빼지 못했고, 오히려 굳이 스페셜 커피를 준비해 비용을 더 올려놓고 말았다. 이미 커피 수업 참여 비용은 정해서 받은 터라 참여 비용은 올릴 수 없는데, 들어갈 비용은 계속 늘어가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어쩌랴. 나의 무모함이 벌인 결과인 것을.

그리하여 한 타임 수업에 들어가는 커피만도 어마무시. 그 커피 값은 내 몫이었고, 나는 이번 수업은 홍보에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자는 다짐을 수없이 하며 다시 긍정 모드로 전환해야 했다.


수업 전 날,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의 수업이기에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수업 준비물을 세팅했는데, 첫 수업은 6명이 신청했기에 강사용까지 커피 드리퍼 7세트를 4개의 박스에 담아 향유로 옮겨 왔다. 그리고 예쁘고 깔끔하게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어제 준비했다고 당일 아침에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예상치 못한 많은 양의 비가 새벽부터 쏟아지고 있어 혹여나 못 온다는 참가자가 생길까,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며 아침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참가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비가 와서 움직이기 불편한 아침이기도 하지만, 커피를 마시기엔 가장 좋은 날입니다. 분위기 한 잔, 하러 오세요.’라고.

후에 많은 분들이 그 문자가 참 좋았다고 피드백해 주었다. 어쨌든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고 커피의 역사와 드립 시연과 커피 시음, 그리고 커피 드립백 만들기까지... 본래 90분 수업이었으나 120분을 훌쩍 넘겨서 끝났고, 참여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두 번의 수업으로 나누어서 했어도 충분할 콘텐츠였고, 두 번으로 나누었어야 수익이 되는 '고 컬리티 커피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행사를 진행하려면, 진행에 앞서 강사비와 공간 비용, 수업에 들어갈 재료비를 사업자가 먼저 구체화해 본 후에 강사와 만나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전문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나누고 참여인원과 참가비용 역시 그 세분화된 지출 내역을 놓고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수업에 앞서 수업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업의 분량과 내용을 파악하고 적정 시간과 회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도, 어쩜 남들은 해보지 않아도 아는 일들을 나는 해 봐야 아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게 되었음에 감사하고 오신 분들이 만족해하며 고맙다 말해줘서 기쁘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참 재밌다. 그러니, 다음 수업은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사업주의 성향도 한몫한 지라 다음 수업에서는 분명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순 없지만, 분명히 조금은 달라지리라 기대해 본다.


그러니 고객의 입장이라면 사장의 첫 수업은 무조건 참여하는 것이 이득이다. ^^

keyword
이전 06화#6. 홍보가 뭐지? - ‘향유 활짝 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