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홍보가 뭐지? - ‘향유 활짝 데이'

'활짝 데이'가 가져다준 예약

by 책먹는여우랄라

나는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이다.

?

아니다.

나는 무모하게 저돌적인 사람이다.

O

맞다.

'기발하다.'는 말에 혹하고 '대박 날 것 같다'는 말에 발동이 걸려 철저한 계획이 수립되기 전에 사업을 시작한 걸 보면, 나는 후자의 사람 유형이다.

사실, 사업이 무척 하고 싶었으나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고 만들어 가는지 정확히 몰랐다는 게 진실이다.

앞선 글에서처럼 사업 아이템이 괜찮으면 '저절로' 잘 되는 줄 알았고 주인장이 괜찮으면(인간적으로다가 말이다.^^) '그냥 굴러가는 것이 사업'인 줄 알았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야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고백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내 공간이 텅 비어 몇 날 며칠을 인적 하나 없이 불만 덩그러니 켜져 있는 날들이 켜켜이 쌓일 때까지도 '저절로' 굴러갈 수 있다고 믿었다는 사실은 안 비밀이다.


그러니 홍보는...


하지 않았다.


홍보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것이고 돈 버는 일을 참으로 쉽게 여겼었나 보다. 아직도 홍보의 '홍'자도 제대로 모르지만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홍보는 사업체와 제품을 알리는 모든 과정과 수단이라 여겨본다. 그러니 내겐 손님이 없어 생각이 많아지고 시름에 빠져있던 지난 몇 개월의 시간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좌절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그런 시간들이 배움과 성장의 또 다른 기회가 된 것이다. 사람은 역시 겪어봐야 배운다. 겪어보기 전에는 짐작으로, 눈대중으로 퉁치며 아는 척 하기 일쑤다. 사람의 미욱함과 간사함을 내게서도 보니 헛웃음이 난다.


사업을 시작하고 1-2개월은 손님맞이로 '향유'가 북적여서 호기롭게 즐기며 보냈고 그 뒤로 한 달은 더 내 공간이 생긴 기쁨으로 헛헛한 마음을 긍정하며 보냈는데, 4개월 차에도 임대료와 관리비를 고스란히 내 돈으로 매우다 보니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작할 때 여유 돈을 가지고 있었다. 초반부터 쪼들리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이끌어 갈 수 없기에 일정 금액의 사업비를 가지고 시작했다.(아마도 그래서 더욱 치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이 들인 수고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때 충만감이 드는 법이다. 사업이란 것을 준비하고 벌였는데, 어떤 피드백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무참했다. 내가 이 공간을 열 때, 바랬고 기대했던 것은 이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잠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누리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외부에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고만 사는 사람들이 잠시 쉬며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다시 충전하는 공간, 언제든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책과 함께 노니는 공간을 꿈꾸었는데, 그때까지도 찾는 이 없이 덩그러니 텅 빈 공간으로 있었으니 충만감은커녕 허탈했다. 공간은 사용해야 효용 가치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4개월 차부터는 '어떻게 향유를 알릴 것인가?' '무엇부터 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요즘은 SNS 홍보가 가장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인터넷 홍보만 잘해도 인지도를 높이고 유입률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책들이 수두룩하다. 주변에서도 이제 전단지나 현장 이벤트는 구시대 홍보법이라며 그건 할 필요가 없다고들 했다.


그런데 '향유'가 있는 지역은 산 밑 한적한 곳이다. 몇 년 전 등산 열풍이 불면서부터 인기가 높아진 지역으로 식당과 카페들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는 지역이어서 사람들의 유입률에 대한 고민은 없는 곳이다. 다만, 산 밑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대중교통보다는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주 연령층이 40-50대이고 60대 이상도 많다. 그것이 홍보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연령대를 타깃으로 홍보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 이 연령대에게 인터넷 공간에서의 홍보가 유용할까?


다음의 고민은 40-60대의 경우, ‘공간 대여’라는 개념이 낯선 개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무인시스템이란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무척 번거롭고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뷔페식당이 처음 생겼을 때 젊은 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은 만큼 스스로 가져다 먹는 것이 새로운 즐거움이었고 동시에 편리한 방법이라 여겼으나 40-50대에겐 번거롭고 불편한 일로 여겨졌던 것처럼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무인시스템과 공간 대여가 이 연령층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40-60대에게 초점을 맞추고 오프라인 홍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공간 대여가 무엇인지, 무인시스템은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알리기 위해 공간을 보여주기로 했다. 공간을 활짝 열어 향유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는 무엇이 있고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도 보여주고 설명도 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주중 하루 아예 출입문을 활짝 열어 두었고 문 앞에는 '월요 활짝 데이 구경하는 날, 편하게 들어오세요.'라고 적어 두었다. 처음 정한 요일은 월요일이었고 이름도 ‘월요 활짝 데이’라 정한 것이다. '월요 활짝 데이'이름도 너무 예뻐서 이거야 말로 잘 되겠다 싶어 문을 활짝 열어두고 기다렸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음을 곧 알게 되었다. 하나는 월요일은 산이 한산하다는 것이다. 산은 주말에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다. 대신 월요일은 다시 시작된 직장 일과 주말의 피로로 산을 찾는 사람이 가장 적은 날이었다. 다른 하나는 내가 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들어오려다가도 나를 보고 '죄송해요'라며 나가버렸고 괜찮다고 들어오시라고 하면 '아니에요.'라고 했다. 내가 앉아 있으며 설명해주는 방식은 사람들이 편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서 산에 사람이 가장 많이 오르는 주말에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으로 요일을 바꿨고 나는 근처 카페에 앉아 있고 향유에는 출입구에 '편히 구경하셔도 좋습니다.'란 문구를 적어두고 테이블엔 명함이 담긴 사탕 꾸러미를 두었다. 그랬더니 예상한 데로 사람들이 향유에 편안히 들어왔고 준비해둔 명함을 꽂은 사탕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한 달 동안 매일 문을 열어 두었고 혹시나 반가운 문의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근처 카페에서 대기했다.


두 번째로는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기로 했다. 요즘은 전단지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한 명이라도 '향유'를 기억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에 전단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부터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들을 돌며 전단지를 붙였는데, 전단지는 주로 월요일 아침 일찍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비용을 지불하고 도장을 받은 후 내가 직접 각 동을 돌며 전단지를 걸어야 했다. 전단지를 5-60장씩 들고 아침 일찍부터 2시간씩 동마다 걸어 다니며 전단지를 거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일단 근처 3개의 아파트 단지를 3주에 걸쳐 붙였다.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 시청에서 운영하는 16개 동 시민 게시판 전단지를 붙였는데, 그날은 무척 더운 날이었고 버스와 도보로 도는 일은 시청 직원은 4시간 정도 소요될 거라 했지만 그 이상이 걸렸고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친구들이 함께 붙여 주겠다고 했지만, 내겐 절실함이 필요했다. 나의 절실함을 위해 나는 홀로 전단지를 들고 나섰다.


그렇게 흘린 땀의 결과일까?

한 달 여가 지난 어느 날부터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그러던 어느 날인가는 블로그 조회수가 4배로 뛰기도 했으며 네이버 플레이스 조회수도 높아져 있었다. 지금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내지는 못 했지만 전화 문의하는 분들의 대다수는 '전에 들어와 봤었다'거나 '지나가며 보았는데, 너무 예뻐서 전화했다.'라고 했다. 아마도 문을 활짝 열어 보여준 것의 효과가 주를 이루고 미약하게나마 전단지의 효과도 추가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렇게 8월을 보내고 9월부터는 거의 매일 문의가 오기 시작했고 예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희망을 품어보며 또 다른 홍보와 수익모델을 궁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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