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박 사업이라더니, 사람들은 다 어디에?

축언일 뿐 사업과는 별개의 언어다.

by 책먹는여우랄라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나는 2021년 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잖아도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공유 오피스가 뜨는 것으로 보아 분명 나와 같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간을 사업화하면 어떨까?' 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쩐지 최근 블로그나 인스타에서도 파티룸 사용후기와 공간 대여를 통한 사진 촬영에 관한 이야기들을 본 것 같았다. 기발한 생각을 떠올린 것에 스스로 놀라 ‘역시 머리가 좋다’며 자위했고 곧바로 인터넷 검색부터 해 보았다.


우선 '공간사업'으로 검색을 하니, 스터디 카페, 파티룸들이 뜬다. 인스타나 블로그에도 파티룸 사용 후기와 공간 대여를 통한 사진 촬영, 모임 후기들이 최근에 부쩍 보이기 시작했다. '공유공간', '공간 대여'로 쳐도 역시나 스터디 카페가 대다수다. 내가 하고자 하는 함께 책을 읽거나 책 모임이 주를 이루는 콘셉트는 거의 없어 보였다. 아마도 이제 막 조금씩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고 '공간을 대여한다'는 개념이 아직 자리 잡진 않은 것 같다. 즉, 초기 단계란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생각을 했다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내며 ‘역시’란 말로 나를 추켜 세웠다.

‘공유 서재’는 분명 많지 않아 보였다. 인터넷상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숫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단순하게도 이를 좋은 신호라 여겼다. 그리고 경쟁업체 분석을 한답시고 각각의 채널에 들어가 페이지 구성과 이용방법, 후기들을 살펴보며 장. 단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직접 사용하기 위해 친구들을 권했다. 사업을 하겠다는 말은 남사스러워 입 밖에 내지 못한 채 친한 사람들을 권해 서울의 있는 공간들을 찾아갔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모두 서울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번잡하지 않은 골목길 안에 혹은 사잇길에 작은 아지트처럼 따로 떨어져 있었고 한 팀이 들어가면 딱일 작은 공간들이었다. 공간에는 커피와 차, 빔프로젝트와 스크린, 책과 음악이 있어 혼자 혹은 친구들과 편안히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책을 누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아늑함과 편리함이 나만을 위한 것임에 감탄했고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함께 간 친구도 '이런 공간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라워했고 또 기뻐했다. 그 뒤로도 계속 공간을 찾고 이용하며 실제 사용 후기를 스스로 남겨보았고 함께 간 친구들의 반응도 꾸준히 모았다. 함께했던 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나 역시 ‘이런 공간이면 충분히 되겠다.’며 감탄했다. 그 뒤, 가족과 친구, 아는 지인들에게 사업의 유형과 취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그들의 반응을 보았는데, 무척 긍정적이었다. 모두들 놀라움과 감탄을 보이며 ‘그런 공간이라면 나도 가고 싶다.’ 혹은 ‘대박 날 것 같다.'라고 했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힘입은 나는 ‘공간’이란 단어에 꽂혀 ‘공간’에 관한 책을 보고 ‘공간’이란 단어가 들어간 피드를 보고 다른 공간 사업자들의 채널을 누비게 되었다. 나는 무척이나 무모하게도, 친구들의 말처럼 이 사업을 시작만 하면 '대박 날 것 같은' 기분에 사로 잡혔고 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한 환경 조성만 같았다. 사업은 아마도 그렇게 무언가 홀린 상태로 시작하는 것도 같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발상의 기발함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사업이 이제 시작 시점이라는 것은 경쟁업체가 많지 않아 잘하면 선두주자가 될 수 있지만 아직 사업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도 사업을 시작한 지 몇 개 월 지나 '이게 사업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때에야 알아차렸다. 처음 한 달은 지인들이 찾아와 주어 공간이 북적거렸고 그다음 달과 다 다음 달은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다며 손을 놓고 있어 실체를 보지 못했다. 3-4달이 지나도록 예약이 없을 때, 임대료와 관리비를 수개월 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내가 얼마나 사업에 무지한지 주위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겠다.

기발하다던 사람들, 대박 날 거란 사람들, 나도 이런 공간을 갖고 싶다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사업과 관련성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참, 막연한 기대와 이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런 말들의 대다수는 실제적인 이용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을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생각이 곧 실제라는 얼토당토않은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은 콩깍지가 씌어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집도 내 집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사업도 그런 것 같다. 아니, 나의 경우를 보자면, 살짝 미쳐야 하는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결정 중 하나도 합리적인 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 사업성에 관한 것이 가장 미친 결정이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딱 두 가지를 물었다.

하나는 ‘내 아이디어 어때? 기발하지 않아?’였다.

당신이라면,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사업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새롭고 기발하다’고 느낄 것이다. 왜일까? 진짜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기발한 이야기니까. 기존에 못 들어본 것이니까. 그러나 기발함과 사업성은 별개의 문제다.

새로운 것은 기발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이 모두 사업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게 따지면 아이들이 가장 위대한 사업가 일지 모른다. 아이들의 생각은 늘 기상천외하니까.


그러나 ‘사업성이란 생각의 기발함을 묻는 것이 아니다. 사업성이란 그 상품에 투자를 하고 투자금 이상의 수익이 나겠는가?’하는 것이다. 기발한 것과 사업성은 무척이나 다르고 복잡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발한 사업은 당연히 수익이 된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명제를 갖고 있었다.(사실, 무언가 홀리면 그런 것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그런 공간이라면 갖고 싶다’라는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내가 듣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런 공간이 갖고 싶다’고 했지 ‘당장 지갑을 열어 이용하겠다.’ 혹은 ‘자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세컨드 하우스를 갖고는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일뿐 ‘꼭’이거나 ‘지금 당장’은 아닐 수 있다. 하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것을 이루려면 여러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는 그만큼의 경제력이 되어야 하고, 시간이 맞아야 하고 필요한 상황이 맞아야 하며 필요성 즉 이용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있어야 세컨드 하우스를 사든 공간을 대여하든 할 수 있다. 이렇듯 원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구하거나 이용함에는 여러 다른 요소가 있는 것이다.

이제와 보니, 이 모든 복합적이고 복잡한 요소들을 하나로 퉁쳐 ‘기발하다’ 혹은 ‘ 좋다’로 ‘원하고 이용하겠다’는 결심으로 받아들인 나야말로 참 독특하단 생각이 든다.


‘대박 날 것 같다.’는 말은 또 어떤가? 이 말은 '그런 공간이라면 갖고 싶다'와는 다르게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되는 말이다. 그 말에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박 날 것 같아. 친구야”에는 실제 경험과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하는 말이 아니다. ‘대박 났으면 좋겠다.’ ‘나는 네가 대박 나길 바란다.’는 상대의 바람과 축언이 담겨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업에 앞서 듣게 되는 이런 말들은 사랑의 언어임을 기억하자. 사업과는 별개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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