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내기엔 부족한 마인드
손님이 없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린다.
이름이 없는 번호.
사업 이전에 이름이 없는 번호는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이미 손가락이 알아서 빨간 쪽으로 밀어버렸는데, 사업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름이 없는 번호 앞에 공손해진다.
손가락이 초록버튼으로 휴대폰 화면을 밀기 전에 한번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향윱니다~”라고 상냥하게 전화를 받는다.
“네. 안녕하세요.” 혹은 “거기 공간 대여죠?”
하면 더더욱 공손하고 상냥하게 “네, 맞습니다.” 한다.
그런데, 만일 “이번에 지식산업단지가 분양합니다.” 혹은 “대표님~ 대표님의 상호는 검색 순위 6위여서 전화드렸습니다. 상위 노출 보장되는 광고 홍보...” 라면.
목소리와 자세에 힘이 빠진다. 일단 김이 팍 세서 이기도 하고 스팸 차단 앱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은 전활 받자, “공간 대여죠?”한다. 상냥해진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인원과 시간을 물었다. 그런데, 바로 사용 가능하냐고 물었고, 통화 목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고개를 들어 보니, 창밖에 고객이 서 있다.
얼른 문을 열고 나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사용 요령을 알려 주었다. 오늘은 다른 예약 손님은 없던 터라 사용 중이던 노트북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요즘은 오전에 예약 손님이 없으면, 비워두기보단 일단 내가 사용한다. 이 공간은 사업 용도이기도 하지만, 나의 작업실 용도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른 보따리를 챙겨 나오는데, 점심때가 지났다. 들어가는 길에 저녁거리를 준비해야겠다 싶어 메뉴를 생각하는데 내 발길이 자동적, 거의 무의식적으로 정육점으로 향했다. “오늘 소불고기 한 근에 얼만가요?” “한우는 O원, 수입은 O 원이예요. 얼마나 필요하세요? “ ”한우로 O 근 주세요." 하곤 결제했다. 한 손엔 고기, 다른 손엔 카드 영수증을 받아 들고 집으로 오는데, 영수증 든 손이 근질근질 무어라 말을 거는 것 같다. 저 쪽 의식에 영역에서 "넌 꼭 손님 받고 나면, 고기 사더라. 그것도 수입보다 더 많이."라고 말을 걸어온다.
그러고 보니, 맞다. 그랬다.
사실 오늘은 예약을 받고 돌아 나오는 나에게 어느 작은 이성이 ‘오늘은 예약비 쓰지 마라. 남는 거 없다.’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었는데, 어느새 발길이 정육점으로 가더니 겨우 고작 한 팀의 예약금을 홀라당 쓰고도 더 많은 비용을 남의 가게에 지불했다.
나는 항상 이런 식이다.
쓸 땐 수입보다 많이 받을 땐 규정 가격보다 더 적게 받는 영 사업에 맹탕인 바보 사장이다.
향유의 지리적 특성상 40-50대 손님이 많고 예약 역시 시스템을 이용한 예약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전화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나는 손님의 말랑말랑한 목소리에 약하다. 그들이 '긴 시간을 이용하는데, 할인은 없나요?' 하면, '당연히 해 드려야죠.'하고 '혼자 가는데, 깨끗이 사용할 수 있어요.' 하면 시간을 더 주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요?' 하면 아이를 인원에 안 넣고 또 할인해 주고 굳이 그렇게 좀 해 달라고 안 그러면 안 쓰겠다고 한 적도 없고 다른 곳은 이용료도 훨씬 비싼데도 나는 이리도 약해진다. 사실, 커피 값을 생각하면 여러 명이 입실할수록 1인당 지불하는 가격은 커피숍보다 싼 가격이고 아이들이 왔다간 경우에는 청소할 거리가 많아 다음 예약을 받지 않고 1시간을 청소에 소비하느라 수익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늘 할인을 해 준다. 나는 일단 남의 돈을 받기가 편치 않다. 아직 사업이 뭔지 잘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아직 못된 고객에게 호되게 당한 적이 없어 사람에 대한 정이 있어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돈을 많이 안 벌어봐서 돈 버는 맛을 몰라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의 이런 특성을 알기에 사업에 있어 큰 수익을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임대료만은 좀 벌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 이런 특성을 악용하는 손님은 없었다.(앞으로도 안 만나기를... 아니 아니 앞으론 인터넷 예약이 미리 다 차서 당일 전화 예약은 안 받아도 되길...^^) 오히려 '늘 감사하다.'는 분들, '향유와 향유지기가 잘 되길 기도한다'는 분은 있었다.
이런 내 특성을 알기에 겨우 손님 한 분 받고 받은 돈을 다 써 버리는 나를 보며 한숨짓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어차피 먹을 고기 평소보다 싸게 먹었다고 나는 긍정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긍정엔 오빠의 이야기가 한몫했다.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을 오래 했고 그래도 그럭저럭 규모 있게 사업을 해 온 오빠에게 물었었다.
“사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많이 퍼 줘야지. 그게 다 돌아오는 거야. 오빠가 지금 돈을 벌고 있다면, 그전에 또 얼마나 줬겠냐. 다 그렇게 돌고 도는 거야.”
그래도 수익이 되니까 사업을 할 텐데, ‘내가 줘서 돌고 돌아 똔똔이다.' 이건 좀 뭔가 이치에 안 맞고 말도 앞뒤가 안 맞는데, 그래도 사업에 관해선 믿고 있는 오빠인지라 그저 '넉넉히 베풀며 운영했더니 더 남더라.’ 정도로 이해했다. ‘분명, 오빠나 나나 성격이 거기서 거기일 테니, 나도 그러다 보면 수익이 되는 날이 오겠지 '라며 나의 이런 물정 없는 행동을 합리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