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plutih 2021.11.21.
* 표지사진: 요가실에서 우트푸루티 자세. 이 자세를 제대로 하려면, 양손을 바닥에 집고 몸을 띄울때 등을 굽혀야 한다. 등을 굽혀 엉덩이와 허벅지가 뒤쪽으로 최대한 이동해야한다. 표지사진 처럼말이다. 그러면 어깨의 근육이 강화된다. 그리고 점프백을 어렵지 않게 할 수가 있게된다.
지난 금요일, 존의 구령에 맞추어 요가를 한 후, 요가실을 나서려는데, 존이 말을 걸었다. '너는 구령을 외워야 할거야.' 지난 주 초 요가 수업후에, 자기가 12월 초 3일동안 여행을 가는데, 그때 나에게 대신 요가수업을 진행할 수 있냐고 물어왔었다. 그래서 그저 '응, 그럴께.'라고 대답을 했었다. 그 대답을 하고 집에 와 날짜를 확인해보니, 웬걸 금요일이 끼어있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마이소어 수업이어서, 그저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주로 보기만 해도 된다. 그러나 금요일은 모두가 선생의 구령에 맞추어 초급시리즈를 다같이 하는 수업이다. 그러니까, 원칙대로라면, 내가 구령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고, 초급아사나들 대부분의 산스크리트 이름도 외우지 못하는데, 구령을 해야한다고? ㅋㅋ 외우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 내가 20일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그때까지 거의 70개에 해당하는 아사나들의 이름과 또 그 사이사이들의 빈야사 동작들을 구령으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뭐, 밤샘을 며칠 하면 되겠지. 그런데, 이게 그럴만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내 나이가 20-30대이고, 이 일이 나의 직업에 관계되는 거라면야, 물론 그러겠지. 실제 그 당시엔 물리연구에 밤도 여러번 샜으니까. 그러나, 지금 난 50대 후반이다.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밤을 새겠는가. ㅋㅋ
그래서, 답을 해 주었다.
나: '못해. 못외워. 그냥 금요일에, 너의 비데오를 틀어서 구령수업을 진행할께. ㅎㅎ'
존: '이번은 내 비데오를 틀면 되겠지. 근데, 다음을 위해 이제 구령을 외워.' 하고 씩 웃는다. 그리곤 농을 건넨다.
존: '그냥 한글로 해도 돼. 사람들이 알아서 따라오겠지. ㅎㅎ'
나: 'ㅎㅎ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느라 자세에 집중을 못해 다들 넘어질걸.. ㅋㅋ'
그러니까, 존이 이제 정식으로 날 조교로 삼으려나 보다.
요가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부분의 요가에서는 요가선생이 되려면, 해당 요가원에서 개최하는 수업을 일정기간 수강하면 자격증이 나온다고 들었다. 아쉬탕가 요가는 다르다. 철저히 도제식이다. 선생 한사람이 제자 한사람에게 전수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도에서 행해져온 지식전수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식으로 아쉬탕가 요가선생이 되려면, 인도 마이소어 지방에 가서 현 아쉬탕가요가의 리더인 Sharath Jois (쉬라스 조이스) 에게 직접 사사를 받은 후에야 아쉬탕가 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정식 자격증을 받을 수가 있다고 한다. 나의 선생 존이 그런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뭐, 난 존으로 족하다. 정식으로 아쉬탕가 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쉬라스에게 받으려 굳이 인도에 가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기회가 되면, 존을 비롯한 이곳 샬롯스빌 요가 친구들과 같이 인도에 갈 기회가 생기면 가겠지만. 자격'찡'만을 위한 인도행은 나에겐 절실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쉬라스가 이곳 샬롯스빌을 내년 초여름에 방문할 거라는 소식을 존이 말해주었다.
난, 아쉬탕가요가를 소승불교의 한 분파와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니까, 쉬라스는 그런 한 분파의 지도자다. 난, 몸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그들의 수행방식을 채용하고 있을 뿐이다. 소승불교의 유용함과 한계에 대해서 나름 인지하고 있으니..
그나저나, 필요한 최소한의 산스크리트를 슬슬 외워야겠다. 존의 조교라는 임무에 대한 책임은 있으니까. 언어영역은 나의 강점이 아닌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