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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unny Valentine

2022.2.14

by 요기남호

모든 분들,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를 보내셨기를 바란다.


요즘, 밖에 산책을 나갈 때 트럼펫 마우스피스 (입에 대는 부분)을 호주머니에 넣어간다. 그리곤, 집에 나서자마자, 마우스피스를 입에 대고 공명소리를 내는 훈련을 한다. 버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거리에서 반백의 50대 말의 중년이 마우스피스를 입에 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걷는 광경이다. 마우스피스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참 괴상한 사람이구나 싶겠다. ㅋ


집앞 동네길을 대략 150미터 걸으면 작은 숲 오솔길이 나온다 (표지사진). 200미터 가량의 짧은 오솔길을 지나면, 메인도로가 나오고, 그 도로를 가로지르면, 작은 쇼핑몰이 나온다. 서점이 있는 쇼핑몰. 집에서 그곳까지 대략 1킬로미터. 식사후 가벼운 산책으로 제격이다.


오늘도 초저녁에 집을 나서, 마우스피스로 버징연습을 하며 걸었다. 오솔길이 나오는 지점 근처에 남자아이들 세명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이 동네길은 막힌 도로여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차를 몰고 오질 않는 곳이다. 아이들이 도로에서 놀기 안전하다. 한 아이는 내가 아는 아이다. 다른 두 아이는 최근에 이사를 왔는지, 낯설다. 눈인사만 하며, 계속 마우스피스로 소리를 내며 지나쳤다. 그런데, 문득 낯선 한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이: '트럼펫이죠?'

나: '응? 응. 맞아. 트럼펫 마우스피스.'

아이: '저도 트럼펫 불러요.'

나: '그래? 언제부터 배웠니?' (반가웠다 ㅋㅋ)

아이: '이번 해부터요.'

나: '그래? 나도 비슷한데. 1년 좀 됐어. 넌 트럼펫 선생이 있니?'

아이: '네'

나: '선생이 누구야?'

아이: '학교에서 배워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름은 폴. 나이는 11살. 초등학교 5학년. 이곳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학교에서 악기 하나를 택해서 배울 수가 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에 속하면서 바이올린과 같은 클래식 악기를 배울 수도 있고, 폴 처럼 재즈 악단 (나의 추측)에 속하면서 트럼펫 같은 재즈 악기를 배울 수도 있다. 락&롤 밴드에 속하며 드럼을 배울 수도 있고. 아, 트럼펫은 재즈도 되고 클래식도 될 수도 있겠다. 다음에 폴을 만나면, 어느 악단에 속하는지 물어보아야겠다. 같은 동네에 같은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 동료가 있다니.. 폴이 기특하고 반갑다. 부디 꾸준히 하기를 바란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동네 거리에서 같이 트럼펫을 연주할지..


오늘 발렌타인날을 맞아 기념으로 'My Funny Valentine'을 불러보았다. 첫 도입부분만 불렀다. 그 다음은 아직 너무 어렵다. 1-2년 후에는 그 부분도 부를 수가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B68HMYHN8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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