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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Jun 23. 2022

망원동 맛집 2, 코랏 태국음식점

Korat Thai bistro

Serendipity in a rainy day


한국에 있는 동안, 음식점은 하루에 한번 갈때도 있고, 아예 안 갈때도 있다.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에 한번이면 족하다. 그리고, 틈틈히 견과류, 채소, 과일을 주섬 주섬 먹는 것이 나의 하루 식사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데워 마차 (설탕없는 녹차라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하루에 한번만 하는 식사는 아무렇게나 하고 싶지 않다. 양은 많지 않지만, 실력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먹고 싶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그래도, 늦은 점심은 며칠 전에 지나가다 눈에 띈 간단한 샌드위치점을 찾아가리로 마음을 먹었다. 이 동네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면, 늦어도 오후 1:45분에는 나의 임시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 나서야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점심 서빙을 3시까지 하고, 3시에서 6시까지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려고. 그런데, 마지막 점심 주문은 2시까지 해야한다. 그러니까, 음식점에 1:55분에는 도착해야한다.


가고자 했던 샌드위치점은 나의 임시 숙소에서 임시 사무실로 걸어올때, 가까운 거리가 아닌, 약간 돌아서 오면 어느 길가에 있던 작은 샌드위치점이다. 천천히 걸어도 사무실 건물에서 7분이면 족하다...고 예상했다. 아침에 숙소에서 사무실로 나올때 그랬으니까.


시간을 넉넉히 잡고, 1:40분경에 건물을 나서서, 우산을  쓰고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신호등을 건너, 돌아서가는 길을 기억에서 더듬어 천천히 걸었다.  샌드위치점이 있을거라고 기억하는 곳에 도달했다. 그런데, 없었다. 둘러보아도  샌드위치점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어디지? 하필, 안경도 쓰지 않고 나왔다. 근시여서, 멀리는  보이지 않는다. 뿌였다. 게다가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직, 시간은 있어서, 종종걸음으로 망원시장까지 갔다가 다시 맞을 법한 뒷길로 걸어나왔다. 뒷길을 두세곳 돌아다녀도  샌드위치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간은 2시에 가까워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뛰기 시작했다. ㅋㅋ 뒷길 서너군데를 휙 돌아도 그 샌드위치점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 블랙홀로 사라졌나? 아니면, 내가 웜홀(Wormhole)을 통과해 다른 우주에 있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한 음식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코랏 태국음식점 (Korat Thai bistro).


태국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시간도 볼 겨를이 없이 주인에게 물었다. '지금 점심식사 되나요?' 30대 청년인 주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됩니다. 들어오세요.'


안쪽 한구석에서는 한 남자가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한 여성이 Takeout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 앉아, 메뉴판을 보았다. 소프트 크랩 튀김 요리가 눈에 띄어 주문을 했다. 요리의 이름은 '뿌팟뽕 커리'. 미국에서 일본음식점을 갈 때면, 가끔 Fried Soft Shell Crab 을 시킨다. 비슷한 요리겠지..



주인이 물었다, '밥 한공기 추가하실래요?' 그러니까, 그 요리에는 밥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아뇨'라고 답했다. 탄수화물섭취를 피하려고. 크랩이 이미 밀가루로 둘러쌓여있다. 그래서 밥은 추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여성이 '밥에 비벼 먹으면 맛있어요.'라고 밥 추가를 추천한다. 주인에게 그 요리가 많이 매운지를 물으니, 매콤한데 그리 맵지는 않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성에게 답했다, '나이가 들어서 탄수화물을 피하려고요. 젊었으면 밥에 비벼 먹을텐데요.' 참, 까탈스런 노인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ㅋ


그 요리는 참 맛있다. 이 집은 맛집이다. 뭐, 나는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다. 이곳 망원동에서 지낸지 열흘쯤 되었는데, 이제까지 가본 음식점은 딱 다섯군데다. 이태리음식점 두곳, 중국집 한곳, 덮밥집 한곳, 그리고 이 태국음식점이다. 그 중에서 내가 망원동 맛집으로 꼽은 곳은 두곳이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내 나름의 선정기준이 있다. 내가 사는 미국 소도시 샬롯스빌에서 내가 가는 괜찮은 음식점에 비해 최소한 비슷하거나 더 맛있어야한다. 이 망원동에서 내가 꼽은 두 맛집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


그 여성의 말이 맞긴 했다. 밥과 비벼먹었으면, 맛이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밥 없이도 맛있다. 내가 사는 미국소도시에 있는 괜찮은 일본음식점의 Fried Soft Shell Crab 보다 약간 더 맛있다. 물론, 일본식은 그저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매우 다른 요리다.


이 '뿌팟뽕커리'는 매콤한 소스에 버무러진 양파, 방울토마토, 풀어진 달걀, 그리고 한두가지 더 야채 위에 Fried Soft Shell Crab들이 얹어져 있는 요리다. 맛있다. 그래서, 주인에게 물었다. 셰프가 태국사람인지를.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래서 셰프님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한국말도 아주 잘하시는 분이었다. 너무 맛있었다고 감사를 드렸다. 내가 미국에서 경계인이듯이, 이 셰프도 한국에서 경계인이다. 먼 나라 태국에서 이곳까지 와서, 한국사람 (그리고 관광온 외국인)들에게 태국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 주며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건강하시길..


음식점을 나와 걷다가, 아, 셰프 그분의 성함을 묻지 않았지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미국에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그리고 그 셰프의 성함을 물어보아야겠다.


비오는 오늘, 우연이 나를 이끈 곳이다. Serendip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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