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요가하기, 컴씨와의 전쟁

by 요기남호

2021년 5월 현재, 내 아들은 12살이다. 이번 가을에 중학교에 간다.


며칠 전, 그 녀석의 전자기기를 다 빼았았다.


발단은 그 녀석이 일주일에 한번 가던 피아노레슨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되었다. 전혀 예기치않았었다. 맥북에어, 아이패드, 비데오게임기기 등을 무한정으로 해도 아무말 하지 않았었다. 그녀석과 타협을 보았던, 주중에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해야하는 두가지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나와 같이 산수문제 2개를 푸는 것과 피아노를 연습하는 것. 피아노는 연습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배우고 있는 곡을 딱 한번 치는 거다. 2-3분 정도 걸린다. 난, 매일 저녁 1시간이 넘게 트럼펫을 연습하는데.. 아들 녀석 들으란 듯이. 산수문제 2개 푸는 것도 2-3분 정도 밖에 안걸린다. 그러니까, 하루에 대략 5분에서 아무리 넉넉잡아도 10분 정도 생산적인(!) 걸 한 후에는 컴퓨터게임을 무한정으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가끔 1-2시간 가량의 컴퓨터 차단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최소 하루에 4시간가량의 컴퓨터 천국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져있어도 간섭을 하지 않았었다. 학교친구들과 인터넷에서 만나 게임을 하기도 해서 그냥 놔두었었다. 종종, 이웃 친구들이 오거나 그 친구들 집에 가서 컴퓨터없이 놀때도 있으니, 그려려니 하고 놔두었었다. 매일 2개의 산수문제로 논리적 뇌를 자극하고, 피아노로 정서적 뇌를 자극하기만 하면, 컴퓨터의 폐단이 커도 그 폐혜를 상쇄하리라는 기대섞인 나의 계산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계산이 안일했던 듯 싶다. 컴씨의 마력을 과소평가한 듯 하다. 인터넷에 표류하는 저질의 틱톡 유투브 비데오들이 어떻게 12살 아이들에게 허용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레슨을 그만두겠다는 이유는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주장했다.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노력이 필요한 단계가 온 게다. 매일 5분이 넘게, 최소 20-30분을 연습해야하는 단계가 온 게다. 무언가를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배우기전에 그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 그저 노력이 필요한 단계가 온 게다. 타고난 재능만으로는 안되는 단계말이다. 이 녀석은 절대 음감 (Perfect pitch)을 가졌다. 음을 들으면 그 음이 무슨 음인지를 정확히 안다. 그걸, 이녀석이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알았다. 바이올린 선생이 알아챘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도 쉽게 배웠다. 집에서 별로 연습도 하지 않는데, 2-3년 정도의 바이올린 레슨을 받은 후, 스즈키 책 6번까지 진도가 나갔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바이올린 레슨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당시는 피아노를 시작한지 몇개월이 지난 후라, 그 녀석의 주장대로, 바이올린을 그만두게 되었다. 피아노가 좋고, 바이올린은 싫다는 그녀석의 주장을 못 이겨서. 그런데, 이제 피아노까지 그만두겠다고? 컴씨와의 관계가 너무 깊어져 컴씨하고만 놀아나겠다는 것 아닌가.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란 옛말도 있지만, 이 싸움에서 난 물러설 수가 없다. 이건 아들과 나와의 싸움이 아니다. 컴씨와 나와의 싸움이다. 아들녀석의 영혼을 사이에 두고.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싸움이다. 하나뿐인 아들녀석의 영혼을 컴씨에 빼앗길 수는 없다. 아들의 일상의 일부는 나와 의미있게 공존해야만 한다. 절박한 싸움이다.


조건을 내걸었다. 세가지를 하면, 피아노레슨을 받지않아도 되고 전자기기도 다 돌려 주겠다고. 가을에 중학교에 들어갔을때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다시 하기, 산수문제 2개를 매일 풀기, 그리고 나와 요가를 시작하는 것. 아들녀석은 바로 거절을 했다. 그날 그 녀석은 컴씨 없이 저녁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첫번째 두가지를 하겠으니 전자기기를 돌려달라고 했다. 그쯤에서 타협을 보자며. 이 녀석의 계산을 안다. 중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요구하는 바이올린 수준은 자기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고, 산수문제야 내가 완강하고, 또 2-3분 밖에는 걸리지 않으니, 받아들이겠다는 게다. 그러면 예전 생활에서 피아노레슨과 연습만 없어지는 셈이니, 자기가 이기는 거다. ㅋㅋ 아빠의 지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그리고, 컴씨와의 싸움에서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모르고 있다. 나와의 요가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양보해서 매일이 아닌, 주 5일 15-30분 요가를 같이 하는 것. 그 이상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아들녀석이 다시 컴씨를 돌려달라고 보챘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요가를 같이 하려는 이유에 대해서. 사랑한다고 했다. 아주 많이. 요가를 하자는 이유 중 하나는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유연성과 근육발달을 위해서도 좋은 운동이라고 꼬셨다. 그러자 그래도 다 필요없다고 선언하고는 자기 방으로 갔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컴씨없이 오래 버틸 수는 없을테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나의 제안을 투덜거리며 받아들였다. 요가를 하겠다고 했다. 컴씨 없이 이틀을 지낸 후다. 컴씨를 무척 사랑하기는 하나 보다. 이틀이상을 못 견디니. 그런데 요가를 주 4일 만 하겠단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금요일은 주말이란다. ㅋㅋ 좋다. 양보했다. 그리곤, 요가를 꾸준히 하면 데이비드 상처럼 될 거라고 꼬드겼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상승할 거라고도 해 주었다.



가르바 핀다사나


그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때, 첫 요가를 했다. 이 녀석에겐 요가시퀸스를 좀 변형을 시키기로 했다. 아쉬탕가요가 초급시리즈를 다 하면 1시간 15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 64여개의 아사나들이 있다. 아들에겐, 그중에서 대략 20여개의 아사나들을 듬성듬성 골라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가르쳐야겠다. 첫 날은, 수리야 나마스카라 A 3번, B 2 번, 파당구스타사나, 우트히다 트리고나사나 A, 그리고 마지막 두가지 아사나인 파드마사나와 우트프루티를 같이 했다. 이녀석의 몸은 제법 유연했다. 결가부좌를 쉽게 했다. 난 결가부좌를 하는데 몇개월이 걸렸었는데.. 칭찬을 해주니, 요가 후에 자기가 어떤 자세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ㅋㅋ 칭찬은 코끼리를 춤추게한다. 가르바 핀다사나를 흉내내었다. 이 아사나는 좀 어려운데.. 결가부좌를 한 후에 양 팔을 다리 사이로 넣고 양 손으로 뺨을 감싸는 동작이다. 빰을 감싸지는 못해도, 손이 얼굴에 닿았다. 제법이다.


두번째 요가의 날. 이 녀석의 요가 시퀀스에 우띠타 파르스바코나사나와 가르바 핀다사나를 추가했다. 그 아사나들 사이에 점프백 (Jump back)과 점프쓰루 (Jump through)를 해야 한다. 이것을 빈야사(Vinyasa)라 한다. 이 동작은 초보자에게는 고난도다. 점프백이 더 어려운데, 나의 경우에는 1년 6여개월의 수련 후에야 점프백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녀석에게 빈야사는 '어려운 동작이니, 그냥 안해도 돼'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웬걸 이 녀석은 그냥 했다. 점프쓰루와 점프백을 그냥 쉽게 했다. 놀라웠다. 어린 나이에는 이렇게 모든 게 쉬울 수도 있구나란 깨달음. 이 어린 녀석의 몸은 이렇게 유연하구나. 다행이다. 이 녀석이 요가 하기를 좋아하게 되기가 쉽겠다. 꾸준히만 하면, 6년 후 이 녀석이 대학에 가기 전에, 요기가 되어 있겠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풍파를 스스로 헤쳐나가는데 단단한 내면의 무기를 하나 가지게 될 것이다.


컴씨와의 지난한 싸움의 시작이다. 아들녀석의 영혼에 누가 더 영향을 주느냐에 대한 묵언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녀석에게 컴씨의 달콤한 유혹이 더 강한지, 나의 이 녀석에 대한 사랑이 더 절박한지. 두고보자. 이 싸움에서 난 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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