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까탈스러워져 가는 나?

by 요기남호


어느날, 자주 가지는 않으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숍 G에 갔었다. 아침에. 걸어서. 그날따라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을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 자전거를 가지고 나오기에는 제법 먼길을 걸은 후에야 주로 가는 커피숍 S가 좀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커피숍 G에 들렸다. 사실, 커피숍 G는 커피알을 매우 잘 볶는다...고 커피애호가들은 이야기한다. 난 잘 모른다. 그저 애호가들의 의견에 따라, 나도 매달 선생 존에게 커피알을 사줄때는 커피숍 G에서 구입한다. 인도네시아산 닼 수마트라 (Dark Sumatra)가 존이 선호하는 커피알이다. 난 커피애호가는 아니어서, 이 두 커피숍 G와 S의 카푸치노 맛의 차이를 모르겠다. 거의 비슷한 듯 하다. 그냥 커피숍 S의 분위기가 더 좋아 그곳에 간다. 물론 이 두 커피숍 모두 스타벅스보다는 훨씬 낫다. 샬롯스빌에는 잘하는 로컬 커피숍들이 꽤 있다. 이 로컬 커피숍들의 맛에 길들여진 난, 스타벅스에는 가지 않는다. 여행 중에도, 그 지역의 로컬 커피숍에 들리게 되었다.


이야기가 커피숍 품평회로 샜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커피숍 G에서 카푸치노를 시켰다. 주문을 받은 점원은 반사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일회용 종이 컵을 잡았다. 난, 죄송합니다만 (Excuse me)라는 말로 시작하여, 들고 다니는 커피머그를 카운터에 놓으며, 그 머그에 담아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 점원이 코비드 때문에 커피 머그잔에 손을 댈 수가 없으니, 카푸치노를 일회용 컵에 담아 줄테니, 내가 알아서 내 커피머그에 옮겨 담으라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뭐? 그러면 일회용 컵을 쓰게 되잖아라는 생각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그래서, 내가 머그 뚜껑을 열어줄테니, 우유를 금속으로 된 거품내는 피쳐 (Frothing pitcher)에 스팀을 한 후에, 그 피쳐에서 바로 이 머그에 넣어 줄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종이컵을 쓰지 않고 말이다. 그러자, 그 점원이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점원과 잠깐 상의를 하더니 똑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주문을 취소하고 나와, 다시 길을 걸었다. 그리고 2.4 킬로미터를 더 걸어서 커피숍 S에 갔다. 그곳에서는 내가 원하는대로 해 준다. 일회용 컵 하나를 덜 쓰게 되는 것이다. 내가 유별난건가? 이런다고 세상의 일회용 컵 쓰레기가 의미있게 줄어드나?


너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니? 넌 참 까탈스러워.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해 라는 말을 가끔 들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 어머니는 지금 내 나이와 같으셨다. 그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이가 더 드시면 누구랑 같이 살 것인지 우리에게 묻곤 하셨다. 막내인 나와 살고 싶긴 한데, 내가 좀 까탈스러워 같이 사는 사람이 힘들겠다 하시곤 베시시 웃곤 하셨다. 어머니도 그러셨으니, 내가 까탈스럽긴 까탈스럽나보다. 난 내 자신이 쿨하고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요가를 시작한 후 더 까탈스러워지는 것도 같다. 최소한 나 자신에게는. 내 삶이 보기싫은 흔적을 뒤에 남기고 싶지 않게 되었다. 일회용 컵이 그 하나다. 커피숍에 갈때 커피머그를 가지고 가는 이유다. 그리고 작년에 음식물 찌꺼기 건조기를 하나 샀다. 그후로는,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찌꺼기는 이 건조기로 말려 퇴비로 만들어 정원에 뿌린다. 이곳 미국은 음식 찌꺼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땅이 하도 넓으니, 어디 인적 드문 산 속에 묻어버리면 된다는 것인지..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를 모른다. 그래서, 그 건조기를 구입했다. 집안에 찌꺼기 썪는 냄새도 없어지고 일석이조다. 매일 모아진 찌꺼기를 건조기에 넣고, 건조된 퇴비를 정원에 뿌리는 일과가 하나 더 생겼지만. 나와 내 가족이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가 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자신에게는 더 까탈스러워져 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조금 더 너그러워지길 바랄 뿐이다. 요가의 신이 날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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