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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Dec 28. 2022

나이가 든다는 것

어느 90대 초반의 경계인

오늘 90대 초반의 은퇴한 한인공학자와 전화통화를 하였다. 최근에 그분이 한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우연히 보게 되어 연락을 드렸다.


그분은 1954년에 미국에 오셨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1년이 지난 해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거의 70년을 사신 셈이다. S대 공과대 재료공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UC Berkely에 유학을 오셨다. 집이 가난하여, 진로에 대해 걱정을 하던 차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는데 다 공짜라는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지원을 하셨다. 15명가량이 합격을 하였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이휘소였다고 한다. 이휘소는 S대 공과대 (화공과) 1년 선배였다. 14명은 버클리에 왔는데, 이휘소는 한국사람이 없는 오하이오주에 있는 마이애미대학으로 갔다고 했다. 참, 인연도 희한하다. 내가 고려대에서 석사를 할때 입자물리를 전공하였는데, 나의 지도교수가 미국유학을 할때의 지도교수가 바로 이휘소였다. 그래서, 이휘소박사는 학문서열 상 나의 할아버지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난 미국에 유학을 온 후에, 전공을 입자물리에서 응집물리로 바꾸었지만 말이다.


그분을 미국에 오게 한 그 프로그램은 한국전쟁 발발후에 생긴 듯 한데, 선한 미국 여성들이 한국 학생 한 사람씩 맡아서 자택에 방을 하나 내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한다. 그런데, 미국에 온 후에 생활하고 보니, 그 프로그램은 학비와 생활비 모두는 다 부담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러가지 잡일을 하며 유학생활을 하셨다한다. 그당시에는 유학을 오는 한국사람이 별로 없어서, 왔을때 버클리를 통틀어서 50여명 정도의 한국학생들이 있었다한다.


그분의 부인되시는 분은 10여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분은 아직 그래도 건강하셔서, 홀로 생활을 하신다. 90대에 접어드니, 몸이 눈에 띄게 약해져가지만, 아직은 홀로 생활할 수가 있다고 하셨다. 운동은 좀 하세요?라는 나의 질문에, 집에서 근처 마켓까지 걸어갔다오면 2700 보 정도인데, 그것이 매일 하는 운동이라 하셨다. 요즘은, 중간에 몇번 쉬어가야하긴 하지만..


다행히, 작은 아드님이 근처에 살아서, 자주 방문을 한다고 하셨다.


그분이 한국을 방문한지는 10여년 전이셨다고 한다.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기도 한데, 이젠 몸이 허락하지 않으신다했다. 그리고, 이젠 대학동창들 중에 살아남은 친구는 오직 한사람 뿐이라며 헛웃음을 지으셨다.


그분과 전화통화를 나누며, 나의 앞으로의 인생이 그분의 인생과 비슷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상념이 들었다. 미국 소도시에서 홀로 살게 되지 않을까.. 인생무상이다.


생로병사는 어느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부자던 가난하던 생로병사는 같다. 물론 사는 동안 편안함은 다르겠지만. 사는동안 건강함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으면 가장 복된 일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재물보다는 건강이 더 우선이다.


그분께서 건강히 오래 오래 사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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