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오늘 받은 까페라떼
일요일 정오. 오랜만에 단골이었던 커피숍에 왔다. 친숙한 바리스타가 반가워하며, 까페라떼에 하트무늬를 세개씩이나 만들어 주었다. 그 하트무늬가 나에게 주는 사랑의 표시라고 말하며..
오해마시라. 그는 남자다. ㅋ
커피숍에 온 이유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도시에서 나의 주치의는 한인 의사다. 70대 초반이신데, 오래전에 한국에서 의대를 나오시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신 분이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보다는, 좀더 친한 관계, 서로 도와주고, 가끔 커피숍에서 만나 잡담도 나누는 관계다.
의사선생님과 사모님이 금년 가을에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시게 되었다. 고등학교 동문회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젠 한국을 방문하려면, 한국정부 사이트에 방문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컴퓨터를 잘 모르시니, 나에게 도움을 청해오셨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만나, 해드렸다. 여권과 사진을 휴대폰사진으로 찍어서 이메일로 보내고 어쩌고 하면서, 한시간이 걸렸다.
도와드리며, 문득 타국에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란 상념이 들었다. 이 의사선생님 내외분은 작은 교회에 다니신다. 그곳에 신자분들도 있을텐데, 교회도 다니지 않는 내가 더 친숙하시고 편하신 듯하다. 이 두분에게는 자식이 넷이다. 다 뿔뿔히 흩어져 산다. 그 자식들이 방문을 한지는 코로나때문에 몇년 전이다. 코로나 전에도, 일년에 한번이라도 방문한 자식은 1-2명 뿐이었다. 미국이 하도 크고, 또 자식 하나는 다른 대륙에 살고, 다들 각자 사는게 바쁘니 어찌하랴.
최근에 의사선생님의 사모님은 몸이 편찮으셨다. 그래서 병원에 입원도 하셨었는데... 방문을 한 자식은 없었다. ㅠㅠ 사는게 뭔지..
자식도 결국엔 남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소중하다. 이 거대한 미국이라는 타국에 사는 경계인들에게는, 그러한 소중한 이웃사촌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의사선생님 내외를 보며, 나의 남은 인생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하나 라는 상념이 든다. 밖은 햇살이 화창하다.
* 추신: 이 의사선생님이 갑자기 한국정치에 대해 논평을 하셨다. 윤석열이 싫다고. 이 분은 원래 보수적이었는데... 윤석열이 하는 짓거리들이 쓸데없는 정치보복만 하려고 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이분이 이럴정도이니, 윤석열의 지지율이 30프로 이하인 것이 이해가 된다. 내가 되물었다. '그죠, 이재명이 훨씬 낮죠?' 의사선생님이 대답했다. '네, 내가 투표했으면 이재명을 찍었죠. 나도 서울대 나왔지만, 이재명이 나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