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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우진 Apr 06. 2023

요가, 드롭백 & 컴백업 세번!!

요가수행 4년 1개월 4일째

* 표지사진: 요가하러 가는 길에 뜬 보름달


목요일은 나에겐 특별하다. 아쉬탕가요가 중급시리즈 (2/3정도, 카란다바사나까지) 아사나들을 수련하는 날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이다. 목요일이 지나면, 금요일과 일요일에는 상대적으로 쉬운 초급시리즈를 한다. 토요일은 쉬고. 그래서 목요일은 한주에 힘든 중급시리즈를 하는 마지막 날이다. 목요일에 요가를 마치면, 아 또 한주를 잘 버텼구나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어제 수요일에는 Moon day여서 요가를 쉬었다. 이번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드롭백 후 컴백업을 세번 시도할때 두번씩 성공했었다. 오늘 목요일 요가를 하러 갈때, 오늘은 컴백업을 세번중에 몇번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갔었다. 세번 다 성공할 수 있을까..


그날 컴백업이 잘 될지, 잘 안될지는 카포타사나를 할때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카포타사나를 할때, 손가락이 발의 어디까지 닿는지를 보면 말이다. 오늘 카포타사나를 하는데 양(!) 손가락 모두 발바닥 중간 움푹 패인 곳까지 닿았다. 이전에는 왼손만 그랬었고 오른손은 그렇게까지 깊숙히 닿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오른손까지.. 그러니까, 손가락이 대략 2센티미터정도 더 깊숙하게 닿았다는 것이다. 고작 2센티미터. 그러나 이 2센티미터는 몇개월이 넘는 꾸준한 수행의 결과물이다. 요가수행을 오래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요가에서의 진전은 이렇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찾아온다는 것. 그것도 꾸준히 해야만 온다. 오늘 카포타사나를 하면서, 와 오늘 나의 카포타사나의 신기록을 세우네..라는 상념이 스쳤다. 컴백업이 잘되겠는데라는 기대와 함께. 


나의 현재 루틴중에 마지막 중급시리즈 아사나인 카란다바사나를 시도(!)한 후에 (아직 카란다바사나는 갈길이 멀다.), 백밴딩 (우르드바 다누라사나)을 세번한 후, 요가매트 앞쪽 끝에 섰다. 자, 이제 드롭백과 컴백업을 할 차례다.


서있는 자세에서 양손을 힘껏 뻗고, 허리를 뒤로 최대한 꺽어, 나의 시선에 매트의 뒤쪽 끝이 보일때까지 꺽었다. 그리고 상체를 뒤로 가져가, 드롭백을 했다. 머리가 바닥에 닿기 전에, 양손이 바닥에 닿아, 백밴딩자세가 되었다. 그 자세에서 먼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양손을 발에 더 가깝게 몇차례 이동을 시켰다. 그렇게 허리를 최대한 꺽은 상태를 만들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상태에서, 발/다리와 팔에 진동을 주며 앞뒤로 약간씩 왔다갔다하며 올라올 (컴백업) 준비를 하였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째 진동에 양손을 바닥에 치고 올라왔다. 그런데, 상체가 올라오고도 모멘텀(운동량)이 남아 상체와 온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앞에 있는 거울벽에 꽝하고 부딪쳤다. ㅋㅋ 컴백업을 너무 심하게 한 것이다. 두번째 드롭백/컴백업 때는 균형을 잃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번째. 다시 드롭백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양손을 발에 더 가깝게 몇차례 이동을 시켰다. 허리가 많이 휘어서, 무게중심이 이미 앞쪽에 있음을 느꼈다. 차분하게 다리,팔,온몸을 앞뒤로 약간씩 왔다갔다 진동을 하다가 위로 올라왔다. 가뿐하게. 올라왔더니, 눈앞에 선생 존이 서 있었다. 그가 '잘했어' 하고 씽긋 웃었다. 월요일, 화요일에 세번째 시도때 잘 못하는 걸 보았던 존이 오늘 세번째 컴백업을 하려할때 혹시 몰라 내 앞에 조용히 와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예전에는 드롭백/컴백업을 할때 매우 긴장되고 또 다리에 힘이 들어 세번째에는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마음과 호흡이 차분하였고, 세번째 시도에서도 다리가 멀쩡했다. 허리가 충분히 휘어서 무게중심이 이미 앞에 있었고, 그래서 올라올때 다리에 힘이 많이 들 필요가 없어졌다는 게다.


요가를 시작한지, 4년 1개월 4일째 되는 날이다. 드롭백/컴백업을 세번 모두 성공한 날. 나의 요가여정에서 또하나의 작은 이정표를 세웠다. 나의 50대 마지막 해에 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들 중에 하나다. 


자 이젠, 카란다바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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