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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토 도쿄

아쉬탕가 요가 쿄토

구루 케이고 야마구치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아쉬탕가 요가 쿄토 (Ashtanga Yoga Kyoto)


어제와 오늘 아쉬탕가 요가 쿄토에 가서 요가를 했다. 어제, 그곳의 선생 케이고 야마구치가 날 보더니 반가워했다. 내가 장시간 여행 후 첫날이니 초급시리즈를 할까 물었다. 나의 선생 존 벌트만이 나에게 예전에 해준 조언이었다. 장시간 여행 후에는 최소 3일 혹은 일주일간은 초급시리즈만 하라고. 그런데, 케이고는 그냥 중급시리즈를 하란다. ‘네가 괜찮으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래서, 바로 중급시리즈를 했다. 다 하지는 않고, 카란다바사 까지만 했다. 어제, 오늘. 드롭백과 컴백업도 생략했다. 지난 주에 카포타사나의 영상을 담고 싶어 네번의 시도를 할때 무리해서 발뒤꿈치를 잡으려고 시도를 했었다. 그때, 허리가 약간 삐끗했는지, 왼쪽 아래 허리가 줄곧 묵직하다. 과유불급이다. 오늘 카포타사나를 세번째 시도 할때, 케이고가 와서 내손을 당겨 발꿈치를 잡게 했다. 여전히 선생의 도움이 있으면 뒤꿈치를 잡을 수는 있다. 선생의 도움이 없이는, 발꿈치를 잡을 순 없다. 무리를 한 이후엔.


케이고의 수련생들은 매우 진지하다. 서너명은 중급시리즈와 약간의 고급시리즈의 아사나들을 연마하는 듯하다. 그중에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의 아사나 모습은, 카란다바사나를 비롯하여, 아름답기까지 하다. 저런 동작이 완벽한 동작이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오늘 요가를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지난 여름에 통성명을 하였던 카주가 말을 걸어왔다. 이번에는 얼마나 이곳에서 지내냐고. 그리곤, 자신은 쿄토대 의과대학원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30대 중후반 처럼 보이던데.. 연구원을 대학원생이라고 잘못 말했나 싶었다.


아쉬탕가 요가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세계 어느곳을 가나, 이렇듯 아쉬탕가 요가 커뮤너티에 어색하지 않게 들어갈 수가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중급시리즈 정도를 수련하고 있으면.. 서로가 최소 4-5년의 열성적인 수련을 해왔음을 높이 평가해주기 때문이리라. 카주는 7년을 넘게 수련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카란다바사나를 완벽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흉내는 내고 있었다. 난, 아직 제대로 흉내도 못내고 있다.ㅋ


아쉬탕가 요가 쿄토 근처의 빵집


이른 새벽 쿄토대숙소에서 쿄토정원을 통과하여 요가원에 가까워오면, 문득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로 근처 빵집에서 흘러 나오는 빵냄새다. 탄수화물을 멀리하고파, 그 유혹을 뿌리쳐왔는데… 오늘은 요가후에 그 빵집에 들어갔다. 아몬드 크라송을 한번 맛보려고. 샬롯스빌의 최고의 빵집들과 비교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몬드 크라송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카운터에 있던 여성에게 물으니, 뒷편의 주방으로 가 젊은 남성 요리사를 데리고 나왔다. 그에게 인터넷에 나오는 아몬드 크라송의 사진을 보여주며 있냐고 물으니, 다시 주방으로 가더니 이젠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요리사가 나왔다. 이친구가 이 빵집 주인이자 헤드 요리사이리라. 그가 아몬드 크라송은 없다고 하며, 그 대신에 플레인 크라송을 비롯한 다른 빵들을 가리켰다. 생크림을 잔뜩 품은 빵이 보여, 하나를 사서 나왔다. 천천히 숙소를 향해 걸으며, 그 빵을 입으로 가져갔다. 와, 생크림의 맛이 대단했다. 단맛이 과하지도 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다. 샬롯스빌 빵집들 보다 약간 더 맛있지 않나 싶다. 내 입맛에는. 가격도 저렴하다. 미국 돈으로 $2 밑이다. 앞으로 요가 후에 이 유혹을 이겨내고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겠다.. 쿄토에서는 많이 걸으니 빵을 좀 먹어도 괜찮겠지..란 변명을 생각해내며..



중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나에겐, 뛰어난 선생이 있는 요가원, 신선한 과일을 살수 있는 식품점, 저렴하고 간단하지만 정성이 깃든 음식점, 까페, 그 정도다. 베이커리는 사실 몸에는 좋지 않으니 없어도 된다. 이런 몇 곳만 주위에 있다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에는 충분하다. 나에겐 그런 도시가 아직까진 세곳이다. 샬롯스빌, 쿄토, 서울. 뛰어난 선생들은, 존 벌트만, 케이고 야마구치, 그리고 이화선. 이 인연들이 한동안 나의 일상을 채워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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