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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토 도쿄

난 왜 교토에 끌릴까?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아쉬탕가 요가 교토 근처 길가에 위치한 제법 오래된(?) 집 대문


세계의 몇 도시들을 다녔었다. 많지는 않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두 곳만을 꼽으라면, 영국의 옥스포드와 일본의 교토를 꼽겠다. 옥스포드에 처음 간 것은 내가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199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 실험을 하러 영국의 한 연구소에 갔었는데, 그 연구소가 옥스포드에서 가까운 Didcot라는 소도시에 있었고, 실험 중에 시간이 났을때, 그당시 나의 지도교수와 처음 갔었다. 그후 10여년 동안, 그 연구소에 갈일이 제법 있었는데, 갈때마다, 옥스포드에 잠깐씩 놀러 갔었다. 그곳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집도 있었던 기억이다. 옥스포드대학을 비롯한 매우 오래된 건물들에 매혹되었었다.


교토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던 기억이다. 그당시 공동연구를 하던 일본인 지인이 교토대에 교수로 재직중이어서 나를 초대했었다. 그 지인은 나보다 나이가 더 들었고 지금은 은퇴를 한 사람이다. 그때 난 젊었고 연구에만 집중하던 시절이어서, 첫 방문에는 새벽에 숙소 주위의 절 한곳 (동사 였던 기억..)만 쓱 둘러보고만 기억이다. 그후에 도쿄나 센다이 소재의 대학들에 한두달씩 지낼 기회가 여러번 있었고, 그때마다 교토에 며칠 놀러 왔었다. 이상하게 난 교토에 끌렸다. 도쿄와 센다이도 괜찮은데, 교토는 나에겐 특별했다. 왜 그랬을까.


이 두도시, 옥스포드와 교토에 왜 난 끌릴까.. 아마, 오래된 것들 때문 아닐까. 지난 긴 세월 속에서 벌어졌던 전쟁들에서 상채기가 별로 없이 살아남은 도시여서이지 않을까.


인간역사를 돌이켜보면, 첨단과학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이 오만해지고 그래서 과학기술이 뒤떨어진 같은 인간들을 참혹하게 살생하는 사건들이 전쟁이지 않을까. 발전해온 과학기술에 비례하여 전쟁 중에 쓰여진 무기들도 더욱 참혹하게 변해갔다. 그 예가 이차대전 중에 시작한 융단폭격과 원자탄이다. 내가 방문했던 도시들의 대부분은 그 기억이 선명하다. 베를린, 드레스덴, 도쿄, 센다이, 서울. 나의 고향 익산에도 역 한 켠에 추모비가 하나 서있다. 한국전쟁 중에 미공군의 공중사격에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다. 전쟁의 참혹함에 폐허가 되었던 도시들. 그래서 다시 현대식으로 재건할 수 밖에 없었던 도시들. 그런 도시들은 현대과학기술문명의 쾌적함, 편리함을 우리에게 제공해주고 있지만.. 교토처럼 날 끌리게 하지는 않는다. 아주 오래된 것들이 없으니까. 쾌적함 사이사이에 오만했던 인간들의 참혹함이 떠오르기 때문 아닐까.


잘 아시다싶이, 교토는 미군의 융단폭격을 전혀 당하지 않았다. 트루만정부가 원자탄을 어느곳에 떨어뜨릴까를 결정할때, 교토는 제외되었다. 왜? 그곳에 신혼여행를 가서 좋은 추억이 있던 국무부 인사가 제외를 시켰다는 웃픈 사실이다.


교토의 거리를 걸으며, 아주 오래된 건물이나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난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아, 이렇게 우리 인간들은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평화롭게. 그래서 커다란 나무나 낡은 건물등의 아주 오래된 것들이 새로운 것들과 같이 곁에 나란히 서있는 풍경을 이루며 말이다.


아이러니하긴 하다. 이차대전 당시 일본의 쇼와천황은 전후에 전쟁범죄자로 처벌을 받았어야 마땅했다. 그 천황가의 오랜 근거지인 교토. 그런 도시가 참혹했던 전쟁에 상채기 없이 통과한 것이.. 아직 내가 중국을 돌아다녀보지 않은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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