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 교토대 숙소 앞 상점
오늘 토카이에서 실험을 마치고 교토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신칸센 안에서 문득 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토카이가 너무 시골이어서?
교토에 도착하여 지하철을 타고 숙소에 걸어 가까와오니, 이유 하나를 알았다. 과일!
토카이 숙소 주위에는 과일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없다. 그런 상점을 가려면 차로 5분 정도 가던지, 자전거를 타고 20분 가량을 가던지 해야한다. 차도 없고, 자전거 밖에 없었는데.. 낮엔 실험에 바빠 갈 엄두를 내지 못해, 토카이에 있는 동안 과일을 거의 먹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쎄븐/일레븐에 하루 아침에 갔더니, 마침 바나나가 있어서, 그걸 사 먹은 것이 유일했다. 바나나가 그리 반가울 줄이야. 원숭이마냥.
토카이는 생선요리가 제법 맛있는 마을이다. 그래서 예전엔 이곳에 올때마다, 생선요리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었는데.. 후쿠시마에서 오염된 냉각수를 방출하니, 생선을 먹을 수도 없고.. 고기도 꺼리니, 먹을 거라고는, 소바, 라면, 우동, 피자.. 탄수화물 탄수화물 탄수화물. ㅋㅋ 샬롯스빌에서는 하루 두끼 중에 한끼는 과일만 먹을 때도 많은데..
그러다가, 교토대 숙소에서 바로 길건너에 위치한 상점 앞에 늘어진 과일을 보자, 아.. 과일! 숙소 앞의 이 과일들 때문에 이곳이 집처럼 느껴졌나보다.. 집을 떠나면 고생이다란 말이 있다. 집 주위에 이룩해 놓은 편한 일상이 깨지니까. 다른 곳에 여행을 가면, 그곳에 다시 일상을 꾸려야 한다. 자신의 원래 일상 비슷하게 꾸릴 수 있으면 편하고 좋은데, 그렇지 못하는 곳은 왜 이 고생을 하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교토대 근처에선 나의 원래 일상 비슷하게 꾸려 나갈 수 있다. 토카이는 그렇지 않고..
샬롯스빌과 교토와 같은 대학소도시는 좀 특별하다. 대도시에 비해 인구가 작아 붐비지 않고 (교토의 중심가는 붐비나, 교토대 주위는 상대적으로 한산하다), 학생을 상대로한 필요한 상점들이 도보거리에 다 있다. 나에겐, 과일 상점과 저렴한 음식점. 물론, 아쉬탕가 요가원도.
지난 주 화요일엔 교토대 근처 저렴한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했다. 미용사는 66살의 남자였다. 전후세대다. 나도 전후세대 아닌가.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그는 나의 반백머리카락과 자신의 마리카락을 가리키며 비슷하다며 웃었다. 그렇게 그와 나는 짧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나가사키 출신이었다. 내가 원자탄이 떨어진 곳?이라 묻자, '응'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부모님이 그걸 겪었을텐데.. 그걸 기억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18살때 이곳 교토에 와서 이제까지 살았단다. 이제부턴 일년에 한두번 교토에 올 수도 있겠는데.. 그때마다 들릴 미용실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난 다시 평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