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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말이 없다

by 요기남호

AYC (Ashtanga Yoga in Charlottesville)에서 이번 주에 요가를 하는 새로운 얼굴들이 있다. 버지니아대학 요가그룹에서 이번 주에 AYC에 나오는 C, K, 그리고 나. 린다도 내일과 모레는 이곳으로 나온다니, 총 네명. 그리고 차로 4시간가량 떨어진 필라델피아에서 온 발레리. 여기에선 발레리에 대해 쓴다.


발레리를 처음 본 건 지난 12월 말 AYC에서 열린 로스 스탠바우의 워크샵에서다 (표지사진). 그때, 그동안 AYC에서는 본 적이 없던 얼굴이 눈에 띄었는데, 그이가 발레리였다. 깡마르고 매우 키가 큰 3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키는 나보다 훨씬 크니, 아마 최소 175센티미터 정도. 그 워크샵에서는 약간 어려운 아사나들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그때 아 몸이 유연한 요기니구나 했었다.


그후에, 금년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요가지도자수업에 다시 나타났다. 이 수업은 격주말마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이 되고 있다. 멀리 떨어진 필라델피아에 사는 발레리가 300HR 수업에 다시 나타난 게다. 알고보니, 그건 선생 캐롤앤과 리암이 인심이 너무 좋아서 가능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주말동안, 발레리는 캐롤앤과 리암의 집에서 공짜로 거주를 한다고 한다. 사실 캐롤앤과 리암은 매우 관대하고 재정적인 욕심이 전혀 없다. 짐작컨데, 발레리는 수업료도 대폭 할인된 금액을 내었을 것이다. 사실, 나도 200HR 수업료를 다 내지 않았다. 캐롤앤과 리암에게 깍아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엄청 깍아주었다. ㅎ AYC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캐롤앤과 리암이 요가선생이 소득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리암은 샬롯스빌에서 가까운 소도시에 있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요가선생으로서의 활동은 리암의 취미 봉사와 비슷하다. 발레리와 캐롤앤이 어느 요가워크샵에서 만났다한다. 그 인연이 발레리를 이곳 AYC에 인도하였다. 지도자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요가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이 초급시리즈 정도의 아사나들을 할때 어떻게 도와주어야하는지를 가르치니까. 요가지도자 수업이 끝나면, 발레리는 다시 필라델피아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주 AYC에 가서 요가를 하는데, 발레리가 나와서 요가를 했다. 캐롤앤과 리암이 오늘부터 일주일간 여행을 떠나는데, 그동안 발레리가 대신 요가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발레리가 이번주와 다음주 캐롤앤과 리암이 돌아올때까지 그들의 집에서 머물며 AYC에서 요가를 하며 마이소어 수업도 진행을 하는 게다. 상부상조다.


지난 이틀간,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발레리는 중급시리즈를 하였다. 내 바로 앞에서. 모든 아사나들을 매우 아름답게 잘했다. 그 시리즈에서 가장 어려운 카란다바사도 마지막 단계만 빼고는 아주 잘했다. 카란다바사나는 네단계의 동작이다. 먼저 핀차 마유라사나 처럼 거꾸로 서야 한다.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말이다. 두번째는 그 상태에서 공중에서 두다리를 꼬아 가부좌상태를 취한다. 그 다음 단계는 가부좌상태에서 다리를 밑으로 천천히 가져와 양 무릎을 양 팔꿈치 바로 위에 가져 놓는다. 그 상태에서 다섯번 호흡을 한다. 마지막 단계는 그 호흡 후에 다시 가부좌상태의 다리를 위로 올린 후, 가부좌상태를 펴서 거꾸로 선 후에 내려온다. 나의 경우는 컨디션이 아주 좋은 날 두번째 단계까지 겨우 한다. 세번째 단계를 시도할때 통제력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다. ㅋ 발레리는 세번째 단계까지 아주 깔끔하게 한다. 마지막 단계는 아직 못하지만, 그것만 빼고는 중급시리즈의 모든 아사나를 매우 아름답게 한다.


오늘 발레리는 다시 내 앞에서 요가를 했다. 그런데 오늘은 고급시리즈 A를 하였다. 아, 아마 일주일 중에 이틀은 중급시리즈를 하고, 나머지는 고급시리즈 A를 수행하는 것이 발레리의 요가루틴인 듯하다.


그동안 지도자 수업에서 가끔 서로가 어떤 요가루틴을 하느냐는 말이 나왔었다. 그때마다 발레리는 아무말이 없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수였던 것이다. 중급시리즈 수준인 난 촐랑촐랑 중급 한다고 슬쩍슬쩍 흘렸는데.. ㅋㅋ 고수인 발레리는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게다. 오늘처럼 언젠가는 들어날테니까. 아니면, 어떤 수준이던 중요치 않고, 꾸준히 수행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득도를 한 상태인지.. 이런 사람들과 같이 수행을 하면 즐겁기까지 하다. 불행히도, 발레리는 다시 필라델피아에 돌아가겠지. 다행인 것은, 버지니아대학 그룹에서 그런 사람이 한사람 있다. 바로 C. 클레이턴. 그이에 대해선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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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8.

잠깐 발레리와 이야길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요가를 처음 시작한 건 2004년이란다. 20년의 기나긴 수련을 한 요기니다. 처음엔 파워요가를 했단다. 아쉬탕가요가는 2012년부터 시작. 아쉬탕가요가도 12년간 수련을 했다. 역시 그러니 지금 고급시리즈 A를 수행하고 있구나. 나의 선생 존과 비슷하다. 존은 17-18년간 아쉬탕가요가를 수행해오고 있다. 존은 지금 고급시리즈 A 전부와 B 시리즈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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