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사진: 수송동 계곡
오늘 군대 시절 친구들과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다. (아니, 뭐 군대라고 하기에는 좀 쑥쓰러운, 육개월동안 훈련 후 군대에서 쫒아내던 제도가 잠시 있었는데, 그때 만난 세명의 친구들이다). 낮에 만나 식사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만족하는 친구들이어서 만남이 편하고 소중한 친구들이다. 그중에 부동산학과 교수가 있는데, 그 친구 상영이가 지난 달에 만났을때 제안을 하여, 이제부터는 식사와 커피만이 아니라 경복궁 주위의 여러 둘레길을 하나씩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 10시반, 경복궁역 출구에서 만나, 상영이의 안내로 인왕산 기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중간에 1920년 경에 지어진 집들, 이제는 서울시 문화재가 된 집들에 들어가 감상을 하였다. 그중에 박노수미술관이 특이했다. 한옥, 일본식, 그리고 서양식이 융합되어 지어진 집. 그 안에 그곳에 살던 화가 박노수의 작품들이 진열되어있고, 정원이 예뻐, 가볼만 한 곳이다. 그전에 한옥 두곳도 들렀는데.. 한곳은 이상범가옥, 다른 한곳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인왕산 쪽으로 걸어, 수송동 계곡에 도달했다. 이곳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등장하는 계곡이다. 그곳에서 시작하여 윤동주 문학관이 있는 곳까지 둘레길이 있다. 북적한 서촌에서 걸어 5-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이런 한적한 산 둘레길이 있다니.. 물론 산속이니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다.
둘레길 중간에 과거에 군대초소가 있던 곳이 북까페로 변한 곳이 있다. 그 까페의 이름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둘레길에서 그 까페로 가는 길은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숨이 차올라 조금 헉헉거리며, 까페에 올라가자, 많은 사람들이 밖의 여러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이 높은 곳을 오다니.. 다음에 이 까페에서 만남 약속을 하면 어떨까. 그럼 둘레길을 걸어와야하니 운동도 되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까페 안에 들어갔다. 근데, 앉아있는 사람들은 땀이 흐른 것 같지 않아 의아했다. 테이블에 앉아 숨을 고르며 밖을 보니, 웬걸 도로가 바로 앞을 지나고 있었고, 제법 큰 주차장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차로 왔거나, 버스를 타고 온 것이었다. ㅋㅋ 난 다음에 올 기회가 생기면, 둘레길로 와야겠다. 까페로 오는 둘레길에는 한국 근대사에서 등장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팻말들이 서있다. 그 팻말들에 적힌 그 예술가들과 인왕산 기슭에 얽힌 인연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까페를 나와 도로 가 인도를 걸어 윤동주 문학관까지 내려왔다. 부암동. 점심시간이라 한 음식점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며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고, 다시 인도를 걸어 내려오니, 청와대가 나왔다.
친구들이 이 좋은 곳을 놔두고 굳이 용산으로 이사를 갔던 윤석열과 김건희에 대해 혀를 끌끌 찼다. 21세기에 주술에 빠진 어리석은 자들.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청와대로 이사를 올 예정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내부 구경을 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조금 더 내려와 까페 진선 (Cafe Jinsun)에서 커피 한잔. 경복궁 돌담이 눈앞에 보이는 곳이다. 이 근처에 오면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다음엔 북촌에 사는 원덕이가 북촌을 구경시켜주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빗은 술을 한잔 마시기로 기약을 하고 헤어졌다. 난 술을 멀리하지만, 그 술은 한잔 마셔보아야겠다. 아, 이런 친구들이 있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은 즐겁고 알찬 하루였다.
** 아, 그리고 경복궁역에서 수송동계곡에 가는 길가에 앙증맞은 까페와 음식점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그곳들을 하나씩 가보는 재미도 쏠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