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흰>
이번 여름 한국방문의 하이라이트 둘을 꼽으라면, 국립미술관에서 본 Bodhisattva 와 한강 작가의 책 <흰>이다.
<흰>의 겉표지에는 ‘한강 소설 흰’ 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다. 흰색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에 대한 단상 (혹은 수필)을 모은 책이다. 그렇다고 수필집은 아니다. 그 단어들이 한 주제로 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 말미에 실린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평론의 제목처럼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그 단어들을 통해 한강 작가가 천착한 글들이다. 문체만을 보면, 한 문장 한 문장이 매우 시적이어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시집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그러나 나같은 문외한이 이해하기 어려운 시적인 비약은 없어서 시집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소설’이라고 쓴것 같은데.. 소설과 시집 사이의 새로운 장르라고 해야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흰>은 수년전에 영역판인 <White>를 구입했었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었는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별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그만두었었다. 미국에 사는 탓에 <채식주의자 (The vegetarian)>와 <소년이 온다 (Human acts)>는 영어판을 먼저 읽고 한글판을 나중에 읽었었다.. 그 두 책은 영어판도 읽으며 감동했었는데..
이번 방문때, 단골이 된 ‘서촌 그 책방’의 사장님이 적극 추천을 하여 한글판 <흰>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한글판에선, 영어판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한강의 특유의 응축된 시적인 문장들에 매료되어, 틈틈히 읽기를 계속하게 되었다. 그래도 게으름 탓에, 권희철의 평론까지 다 읽은 것은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였다. 책을 덮고, 이 아름다운 글을 모국어로 써준 한강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께 강추한다. 겨울이 와 하얀 눈이 내리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으시길 바란다. 그러면, 하얀 눈송이들을 새로운 시선과 감동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