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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것

추하다

by 요기남호

대학 소도시에서 20년이 조금 넘게 사니 (벌써.. 20년.. 세월 빠르다. ㅠㅠ), 오랜 지인 (친구나 이웃이 아닌) 들을 아주 가끔 (수년에 한번?)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요즘은, 그런 지인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늙은 모습에 깜짝 깜짝 놀래곤 한다.


오늘 그런 지인 한 사람을 까페에서 마주쳤다. 승용차를 고칠 게 있어서, 수리하는 곳에 맡기고, 근처의 까페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2시간 정도 후에, 승용차를 찾으러 까페를 나서는데, 그 지인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를 알아보는데에 걸린 시간은 1초가 걸리지 않았지만, 달라진 모습에 약간 놀랬다. 원래의 마른 체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머리가 하애지고, 정수리까지 대머리가 되었고, 얼굴에 약간의 주름이 있는 모습이었다. 나보다 몇년은 더 젊은 친구인데.. 마지막으로 그를 먼발치에서 본게 4-5년 쯤 되었나.. 그때는 이렇게까지 늙어보이지 않았었다는 기억..


우아하게 늙어갈 수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노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늙어간다는 건 추해져 간다는 게다.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피할 수 없다.


젊었을 적, 아무리 아름다웠던 여인도, 아무리 멋있었던 남성도, 나이가 들어가면, 추해진다. 아무리 고급진 옷으로 치장을 해도, 어쩔 수 없다. 살은 찌고, 체형은 바뀌고, 머리카락은 빠지고, 주름은 많아지고, 피부는 탄력을 잃는다. 재수가 없으면, 건강도 잃고,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이용해 이동하게 된다. 이 소도시에서 오래된 지인들을 오랜만에 우연히 시내에서 보게 되면, 열이면 열, 모두 예외없이.. 이 사실을 직시하면, 겸허해질까, 허무해질까.. 아님, 둘다..


그러니까, 우아하게 늙어가기 보다는,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며 늙어가는 게 현실 속에 주어진 최선의 시나리오다.


건강을 유지하려 용을 쓰고 있다. ㅋㅋ 매일 새벽에 2시간 넘게 요가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젠 요가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건강이 목적 중에 하나임을 잊곤 하지만..


지난 목요일에 집에서 요가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고급 A시리즈의 아사나인 Bhairavasana (바이라바사나)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다리 하나를 목 뒤로 가져간 상태에서 하는 다섯가지 아사나 중에 하나다. 왼쪽 발을 목 뒤로 가져간 후에 조금 더 뒤로 가져 가려고 힘을 쓰다가, 갑자기 허리 밑부분에서 '두두둑' 소리가 나왔다. 아이고 허리가 다쳤구나.. 하는 생각. 그후 며칠, 앞으로 숙일때면 그 허리 하반부에 날카로운 통증이 와서 불편했었다. 지난 금요일과 어제 일요일에는 초급 구령수업을 하여, 허리에 무리가 없었는데.. 그래도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아사나들이 많은 초급 시리즈가 쉽지 않았다.


오늘 중급시리즈만 했다. 걱정과는 다르게 카포타사나에서 두손이 두 발꿈치를 잡았다. 세번째 시도에서. 오늘은 드롭백/컴백업은 하지 않았다.


요가를 마치고 나니, 희한하게 허리 상태가 많이 나아진 듯하다. 바이라바사나의 동작은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동작이다. 그래서, 그 동작을 하며 삐끗한 허리는 앞으로 숙이는 아사나를 할때 아파온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아사나를 할 때는 별로 아프지 않다. 선생 존이 항상, 허리가 앞으로 숙일때 아프면, 뒤로 젖히는 걸 열심히 하고, 뒤로 젖힐때 아프면, 앞으로 굽히는 걸 열심히 하면 빨리 나아진다고, 말해 왔었다.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요가 후, 나보다 고수인 클레이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그이 왈, '요가를 하다가 다쳐도, 그냥 계속 요가를 하면 빨리 나아져.' ㅋㅋ 클레이나 나나.. 못말리는 아쉬탕가 요가 신봉자들인가..


내일은 다시 고급시리즈 아사나들을 할지 말지..


https://www.youtube.com/watch?v=bJkJE9OQm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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