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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atouille, slow cooking

요리, 라터투이

by 요기남호

* 표지사진: 라터투이 (ratatouille)


한국에서 미국에 돌아오면, 시차적응에 시간이 제법 걸린다. 최소 1주일. 밤과 낮이 완전히 바뀌니까. 집에 돌아온지 이틀 후인 어제는 한밤중인 1시에 깨어, 초저녁 6시까지 버텼다. 그리곤 잠에 골아떨어져서 다시 한밤중인 1시에 깨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쉽게 잘 수가 없다. 몸이 낮인지 밤인지가 혼란스러워 어쩔줄을 모른다. 머리도 맑지 않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일은 하기가 쉽지 않다. 간단한 이메일을 보내거나, 쌓인 우편물을 정리하거나, 빨래, 청소등 집안을 정리하거나 (오랫동안 집을 비워두면, 거미줄이 곳곳에 생겨난다), 인터넷을 기웃거리는 정도 밖에 할 수가 없다. 이런 때 할 수 있는 생산적인 것 중에 하나는 슬로우 쿠킹 (slow cooking)이다. 준비하는 것부터 요리가 다 끝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말이다. 게으른 나는, 요리시간과 설거지시간을 단축하려고, 주로 생식을 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요리가 아주 간단한 음식들을 선호한다. 그래도 가끔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해보고 싶은 요리가 있다. 어제 문득 요리 하나가 생각이 나서 낮에 그 요리의 재료들을 사 놓았다. 한밤중에 일어났을때 시간을 때우려고. 그 요리는 바로 프랑스의 대표채소요리, 라터투이(ratatouille).


오늘도 한밤중인 1시에 깨어났다. 잡다한 일을 하다가, 벨페퍼 (Bell pepper)를 오븐에 굽고, 3시경 다시 잠에 들었다. 일어나니, 6:30분. 요가가 늦었다. 줌으로 요가수업에 들어가니, 존이 반갑게 인사한다. 샬롯스빌에 돌아와 요가를 한지 삼일째다. 어제 존이 이번 주는 primary series만 하라고 했다. 1시간 20-30분가량 걸린다. 요가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다시 라터투이 요리를 시작했다. 녹차라떼를 마시며.


라터투이는 쉽다. 누구나 할 수가 있다. 인내심만 있으면. 채소가 무려 8-9가지다. 이 많은 채소를 썰어야 한다. 잘게 또는 얇게. 소스에 필요한 토마토도 제대로라면 생토마토를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껍질을 벗겨 써야하는데, 난 귀찮아서 이미 그렇게 된걸 샀다. 요리 시간 또한 매우 길다. 밑에 까는 소스는, 양파, 당근, 샐러리, 토마토, 벨페퍼 등을 볶다가, 약한 불에 무려 1시간 반을 데운다. 중간에 맛을 보았는데, 와 기가막히게 맛있다. 기대가 된다. 요리가 다 끝나면, 정말 맛있겠다는 기대..


오븐을 320 F (160 C)로 덥혀 놓은다. 1시간 반 후에, 소스를 믹서로 간 후, 오븐용 접시 바닥에 깐다. 그 위에 얇게 썬 나머지 생 채소들을 번갈아가며 놓는다. 채소의 색깔이 다양하니, 보기 좋다. 맛도 좋기를 바란다. 그 오븐 접시를 알루미늄포일로 덮는다. 이미 덥혀진 오븐에 넣고 90분 동안 찐 후, 알루미늄포일을 제거한 후에 다시 30분 찐다. 그러니까, 2시간 찌는 거다. 그 후에 꺼낸 모습이 표지사진이다.


라터투이의 레시피는 유투브에 수도 없이 많다. 쓰는 재료도 약간씩 다르다. 내가 따라한 레시피의 링크를 밑에 첨부한다. 제대로 따라하지는 못했다. 주의가 산만해서. ㅋㅋ 예로는, 소스 만들때 넣은 Bay leaves를 믹서로 갈기 전에 빼야하는데, 까먹었다. 그냥 갈았다. ㅋㅋ 또, 채소가 다 익은 후에, 소금, 설탕, 바질을 넣고 믹서로 갈아야하는데 또 까먹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나중에 얇게 썬 생채소들을 소스위에 놓은 후에, 그 위에 뿌리는 올리브오일에 넣어, 채소위에 같이 뿌렸다. 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RQlp-p_Qcsw


미모사를 곁들인 나의 이른 저녁


요리가 끝난 시간은 오후 3:20분. 보기도 훌륭하고 (표지사진 참조), 맛도 매우 훌륭했다. 가지, 양파, 애호박, 토마토, 감자의 식감들이 토마토 소스와 맛있게 어우러진다. 각각이 입안에서 톡톡 튀면서 잘 어우러진다. 환상적이다. 내가 이제까지 한 요리 중에 최고였다. ㅎㅎ


시식후 결론: 시간이 많이 걸리고, 채소를 써는 것이 귀찮으나, 견뎌낼 만하다. 맛이 너무 좋다. 칼로리는 개의치 않으리라.* 가끔, 자신을 위해,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요리에 쏟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라터투이를 요리하시라. Enjoy slow life, slow cooking.


* 다음날 요가 후 체중이 0.8 킬로그램 늘었다. ㅋ 맛에 취해 너무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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