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잡담, 개인의 자유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벌써 두개(!)씩이나 딴 양궁선수 안산의 짧은 머리가 작은 소란을 일으키나보다. 여자가 왜 그리 머리카락이 짧냐느니, 짧던지 길던지 남이 왜 상관이냐느니 의견이 제법 분분한 듯하다.
난, 평소에 장발로 지내는 편이다. 아니, 일년에 2-3번 정도 짧게 짜르고, 그냥 기르도록 놔 둔다. 작년에 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7개월 정도를 그냥 놔두었었다. 거의 집에만 있었으니.. 헤어커트를 하는 것도 부지런해야한다. 전화를 해서 미리 예약을 해야하고, 시간에 맞추어 차를 몰고 미용실에 가야하는 수고를 해야한다. 게으른 나에겐 일이다. 그리고 난, 원래 긴 머리카락을 선호한다. 아마, 내 성격에는 남성성 뿐만 아니라, 여성성도 제법 있는 듯하다.
그런데, 한국에 가게되면, 대부분 가기 전에 짧게 이발을 한다. 이발 주기를 그 일정에 맞춘다. 일종의 자기검열인가? 한국에 가면, 어르신들도 뵙고, 학교나 연구소를 방문하여 세미나를 할 수도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염색까지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국에 가도 가끔 타박을 받는다. 왜 염색을 하지 않느냐, 왜 머리를 단정하게 빗지 않느냐는 등등. 어머니는, 그런 머리를 하면 누가 교수로 보겠냐하시며, 머리 좀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시며 웃으신다. 어머니는 내가 미국에서 훨씬 더 긴머리로 나다닌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ㅋㅋ
어제, 샬롯스빌 단골빵집에 갔다. 바게트를 사러. 그리고 같은 건물에 있는 작은 식품점에 들렀다. fig jam을 사러. 만들 샌드위치에 쓰려고. 계산을 하는데, 카운터의 아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쉐난도 조 커피숍에 가지 않았었나요? 아이비(거리 명)에 있는 그 커피숍에.'
'네, 그곳에 자주 가요.'
'제가 거기에서 일했었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 그 커피숍에서 가끔 뵈었죠.'
'아 네, 그러셨어요.'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눈과 이마만으로는 기억을 할 수가 없다.)
문득 그녀가 물었다.
'Did you have a haircut? (이발했어요?)’
'네? 네. 했어요.' (2달전 쯤에 짧게 이발한 후에 이만큼 기른 건데.. 그녀는 나의 긴머리를 기억할 것이다. 긴머리 상태의 기간이 더 기니까.)
장난삼아, 내가 되물었다.
'이 짧은 헤어(머리카락)가 좋아요, 아님 긴머리가 좋아요? 어떤 헤어스타일이 저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녀는 바로 주저없이 답했다.
'Long hair.'
내 아들녀석의 의견과 같다. ㅋㅋ
휴대폰을 뒤적이니, 헤어커트를 하기 2-3주 전에 찍은 셀피 사진 하나가 있다. 여기에 올린다.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는 이발을 하지 않고, 긴머리 그대로 가야겠다. 어머니가 놀라 까무라치실까? 아들의 정체를 아시고는.. 아님, 제멋대로 사는 막내아들녀석이 재미있다고 낄낄대며 같이 웃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