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계간 2021 여름호

이방인의 잡담

by 요기남호

창비 계간 2021 여름호

어제 학과사무실 우편함에서 창비 계간 여름호를 가져왔다. 지난 5주간의 한국방문때문에 여름 중턱에서야 손에 넣었다.


난, 이 계간이 도착하면, 먼저 소설을 읽는다. 이번 호에는 다섯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그중에서 세편을 특히 흥미있게 읽었다. 김유나의 <랫풀다운>, 김유담의 <안>, 조갑상의 <현수의 하루>. 이 세편 모두 코로나가 일상에 침투해 있다. <랫풀다운> (이 제목의 뜻은 아직 모르겠다.. 영어같은데..)에서는 코로나 와중에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던 남자주인공이 그 센터의 주인이자 친한 형이었던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받고 나서 사기를 당한다. 그 주인의 어머니가 사는 제주도에 빚을 받을 작정으로 찾아간다. 그런데, 그 집은 쓰러져가는 집이고 그 주인의 노모만이 산다. 작은 키에 비해 높은 빨래줄에 힘겹게 빨래를 거는 그 노인을 위해, 빨래줄을 낮추어 주고는 그냥 그 집을 나온다. 그리고, 그 사기꾼의 모친이 제주도에 산다는 사실을 안 다른 채권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정확한 주소를 알아내겠다는 그 채권자에게 올 필요가 없다며, 그 노인을 보호한다. 그리고는, 우연히 묵게 된 곳의 아들이 하는 스쿠버다이빙을 따라가서 바닷물에 들어가 아름다운 해저세계를 접한다. 그리곤, 제주에 남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음이 여린 이 주인공은 사기와 배신의 기억으로 가득한 본토에서 벗어나, 이 자연의 제주도에 살기로 한 것이다. 작가가 여성인데, 남자 주인공의 여린 심리상태를 매우 잘 그렸다. 김유나, 주목할만한 젊은 작가다. 나도 언젠가는 제주도에 가서 스쿠버 다이빙을 해야겠다. ㅋ


김유담의 <안>은, 삼십대 여자주인공의 이혼이야기다. 결혼생활에서 시댁과의 관계가 부부의 관계를 얼마나 뒤틀 수가 있는지. 남자집안에서 사준 좋은 아파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그후, 시모는 매주 휴일에 자기집에 찾아와주길 바란다. 매주 휴일에 대가족이 다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자는 취지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설거지는 며느리인 여자주인공 몫이다. 기자생활에 힘든 주인공은 주말에 쉬지를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남편의 몰이해에 싸우게 되고, 자신이 주말의 노동을 견딜만큼 남편을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고, 이혼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나로하여금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 남자가 설거지를 한다고 해도, 그 결혼의 결말은 똑같지 않았을까. 삶의 결이 다른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느니, 혼자 사는게 낫다... 고 본다. 과연 결혼이란 제도가 인간의 본성에 맞나?란 근본적인 의문도 든다.


조갑상의 <현수의 하루>는, 코로나시기에 은퇴한 60대 남자가 겪는 집안일이다. 90대 아버지의 간병을 하는 모습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아버지가 사는 집에 가서 정기혈관검사를 위해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 온다. 그 와중에 4남매중에 막내동생이 사업에 부도가 나는지, 아버지가 사는 아파트를 담보로 1/4의 유산을 미리 빼서 쓰겠다며 각서를 들고 아버지 집에 찾아온다. 생각해 보자며 동생을 보내며, 뒷꿈치에 구멍이 난 동생의 양말을 본다. 그런데, 그 60대 남자 주인공의 아내는 사소한 병으로 시작하여 큰병이 되어 병원에 누워있는 사실이 드러난다. 사면초가인 처지다. 코로나때문에 아내에게 병문안을 가지도 못한지가 1년이 넘었다. 그러한 그가, 위로는 90대 아버지를 간병해야하고, 옆으로는 동생의 처지를 생각해야하는 처지인게다. 홀로 자신의 집에서 자다가, 새벽 4시에 걸려온 전화벨소리에 깨어난다. 그 전화가 아버지에게서 온 아침안부전화인지, 아내가 있는 병원에서 오는 불길한 전화인지.. 이 코로나 시대에 50-60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곤, 채현국 선생과 백기완 선생을 기리는 두 산문을 읽었다. 두분의 명복을 다시 빈다.


오늘도 시차때문에 한밤중에 일어났다. 새벽 4시다. 슬슬 요가할 준비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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