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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포터 Mar 19. 2021

LINE JAPAN 서류 전형에 관한 모든 것

LINE JAPAN 취준 도전기 下

(이전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LINE JAPAN의 채용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말하기 전에 몇 가지 용어를 정리하고 시작하고자 한다.



About 신졸 (新卒)


 먼저 “신졸”에 대해서다. 내가 라인 재팬에 가장 먼저 도전했던 시기는 2020년 신졸 모집 시기였다.  2020년 신졸을 한국어로 알기 쉽게 풀어쓰면 2020년 3월에 졸업하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뽑는다는 의미이다. (물론 라인의 경우 실제로 2020년 신졸이라고 적혀있지만, 모집 대상군을 보면 2019년 10월 ~ 2020년 10월 입사 가능자라고 적혀있다. 이 부분은 기업마다 다르나 일반적으로는 위에서 적은 졸업 기준을 의미함을 밝힌다)


 그래서 라인 재팬 채용 설명회가 열린 것은 2018년 12월달 무렵이었는데, 2019년에 취준을 시작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즉, 2019년에 4학년이 되는 학생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설명회 및 채용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내용과 “신졸”이라는 단어의 연관 관계가 있는데, 2020년 신졸은 2020년 3월에 졸업해서 2020년 4월에 입사 가능한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에 졸업한 사람이 2020년 신졸에 도전하려고 할 때는 기업 모집 요강에 기졸(신졸이 아닌, 이미 졸업을 한 상태인 사람)도 지원 가능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N 년 동안 취준을 하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 나라다. (물론 N 년 취준을 사는 비율도 점점 늘고 있고 이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고는 하나, 4학년 한 해 동안 무조건 취업을 끝내야만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지금부터 적을 LINE JAPAN 채용 과정은 2020년 신졸에 맞춰져 있다. 물론 20201년과 2022년 신졸 전형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점 유의해서 읽어주면 좋을 듯하다. 


2020년 신졸의 경우 이루어졌던 채용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서류 - 테스트/과제 전형 - 면접


나는 2차 면접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면접이 총 몇 차까지 이루어지는지 명확하게 밝히기 어렵다. 그러므로 해당 내용에서는 서류와 테스트/과제 전형만을 설명하는 점 양해 바란다.




서류 전형


 2020년 신졸의 경우 서류 항목이 굉장히 단출했다. 크게 두 가지였다. (몇 가지였는지 기억나지 않아 이전에 적었던 자소서를 들춰보았다.)  


    라인 지원 동기 (500자)  2. 그 외 어필 포인트 (300자)
  


 서류 때 적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도합 800자 안에 라인 재팬에 얼마나 많은 관심도를 가졌는지를 발산해야 했다. 지금와서 보니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1년 신졸과 2022년 신졸 때는 이 부분이 개선되었다. 적어야 하는 내용이 점차 세분화되고 많아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장 최근 학창 시절 중,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주체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적어야 했다. 단, 스테이크홀더와의 관계성과 정량/정성적인 결과를 함께 작성하는 것이 요건이었다. 이 질문은 2021년, 2022년 신졸 서류에 모두 포함되었다.)


 나는 서비스 기획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단순한 질문들에 어떤 답을 내야 할지 막막했다. 실제로 외부 경험이나 인턴 경험도 없던지라 오롯하게 대학 수업 내용을 끄집어올 수밖에 없었다.


 이전 수업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불행 중 다행으로 복수 전공으로 하고 있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들었던 수업 때 했던 내용과 합치되는 부분이 있었다. ‘뉴미디어 심리학’이라는 과목에서 유저의 심리&행동을 바탕으로 SNS 중 하나를 개선하는 과제가 있었다. 유저 플로우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UI를 제시해야 했었다,


 정말 유일하게 써먹을 수 있는 소스였기에 이 팀플에 관한 모든 자료를 찾아야 했다. 게다가 이때가 나의 첫 자소서였기도 하여서 쓰면서도 이게 맞나 싶은 의심이 한가득하였다. (이때 일본어로 작성한다는 부담은 덜했었다. 유학생을 담당하는 교수님께 양해를 구해 문법 첨삭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문 테스트 


서류 제출 기간이 끝나면 서류 합불 여부에 관계없이 두 가지 테스트가 추가로 주어졌다. (2020년 신졸 채용 이후에는 작문 테스트가 사라졌다. 작문 테스트가 사라지는 대신 자소서 항목이 세세해지고 적어야 하는 분량이 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이 시험 조금 신기했는데, 주어진 시간 내에 주어진 단어로 문단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총 세 섹션이 있고 섹션마다 몇 개의 글을 작성할지는 자율이었다. (나는 이 점을 오해해서 섹션마다 한 가지 글만 작성했다. 도합 세 개를 제출한 것이다. 몇 개의 문장을 작성해야 무사 합격선인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지 못한다.)


 옛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5W1H 중 who, where, when, what이 여러 개 주어지고 각각 원하는 단어들을 선택한 다음 맥락에 맞게 why와 how를 생각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각 항목에 주어진 단어들이 꽤 신박했다. 기억나는 것은 who에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 이 있었는데 일본어에 미진했던 나는 왕성이라는 한자를 못읽어 하나하나 검색해야 했다.)


 적절한 단어를 조합하려고 해도 모든 상황에 적확한 단어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 묘사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창의성이 30분이라는 단시간에 얼마나 발휘되는지도 보여주어야 하는 자리였지 않을까 싶다.



과제 전형


 이 부분은 서비스 기획 역량을 파악하는 파트였다고 생각된다.  서비스 기획 과제는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A는 현재 라인에 없는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라는 내용이고 B는 기존에 있는 라인 서비스 중 개선되면 좋은 서비스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A, B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A, B 주제 안에 공통으로 들어가야 하는 세부 내용이 있다. 개요, 배경과 이유, 서비스 타깃, 제공 가치, 서비스 유저 시나리오, 타 서비스 벤치마킹, 화면 추이, 요건이 바로 그것이다. 즉, 서비스 기획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들을 자신이 직접 조사해 근거를 마련한 다음 이를 정제된 언어와 자료로 표현하는 과제인 것이다.


 나는 이 당시 LINE TRAVEL JP(지금은 명칭이 달라졌다) 개선안을 제안했다. 기존에는 호텔과 항공권 판매만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쓰임새를 높이기 위해 직접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면접 때 면접관 말을 들어보기론 이 기능 자체를 수정한 부분보다도 앱 단축 버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더 재밌었다는 평을 받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서류나 시험보다도 이 과제가 서류 합격의 단락을 짓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류 항목보다도 더욱 전략적으로 품의를 들어야 하는 항목이라고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서류 합불에 상관없이 서류 마감 기한이 끝나면 과제를 수행하면 되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서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그리고 합불 결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빨라졌다.) 




 다행히도 이때 서류 + 과제 + 테스트 전형이 합격해서 1차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왜 합격했는지 의문이 들 따름이다. 이전에 적었던 내용을 몇 번이고 들춰봐도 만족스러운 점이 단 한 구석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2차 면접 때 떨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2차 면접 때의 나는 참으로 모든 것이 서툴렀다. 1차는 어찌어찌 운 좋게 되었을지 몰라도 내가 속 빈 강정이라는 사실을 2차 면접 때 완연히 들키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2차 면접 탈락 소식을 접한 그 당일은 학과 MT 날이었다. 나는 운영진으로 참여해야 했는데, 탈락이 너무 슬퍼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슬퍼할 겨를 없이 몸을 바삐 움직여야 했다. 덕분에 심각하게 우울함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취준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이 취준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인가 하면,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게 되었고 또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서비스 기획직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당시에 비해 서비스 기획직에 대한 관심이 줄기는 했다.)


 이렇게 2년 전 일을 되새겨보니 꽤나 신기했다. 추억여행을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별것도 아닌 내용을 거창하게 생색내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나의 꿈과 희망의 기업이 LINE JAPAN이라는 것은 아마 한동안은 품고 살 것 같다. (아니면 이상향의 존재로 영원히 머릿속을 맴돌며 살아가거나?) 그래도 이번 글을 통해 약간의 미련은 덜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젠가 꿈의 존재가 아닌 나의 현실이 되는 모습을 마음 한쪽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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