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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포터 Mar 19. 2021

"처음"이 미치는 상관관계

LINE JAPAN 취준 도전기 上


누구나 가장 꿈과 희망이 넘치는 기업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지 않는가?
나의 꿈과 희망의 기업은 LINE JAPAN이다. 



 ‘처음’이라는 경험이 새삼 중요하다고 느낀다. ‘처음’ 해보는 취준이 생각보다 높은 단계까지 진행되었다. 게다가 ‘처음’ 지원해보았던 직군이 면접까지 착착 진행되자 그 직군 자체에 가능성을 느끼기까지 했다. 나의 ‘첫’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렇게 내가 최고로 동경하는 회사는 LINE JAPAN이 되었다.


 나의 ‘처음’을 형성해주었던 그 경험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라인 자체는 한국에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일본의 유명세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라인은 일본의 카카오톡과도 같은 존재로, 현대인의 주요 소통 창구이자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디지털화시키고자 움직이는 기업이다. (최근 ‘네카라쿠배’라고 해서 개발자 사이에서 5대 기업으로 통용되고 있는 은어가 있는데, 라인은 여기서 ‘라’를 담당하고 있다. 이를 보면 라인이 갖는 브랜드 인지도가 한국에서도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실제로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했을 때, 한국에서 카카오톡을 쓰듯 라인을 썼다. 라인이 현재 추구하는 라인으로 하루의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이룩해내겠다는 목표처럼, 꽤 많은 생활 부분을 라인에 의지했다. 라인 페이, 라인 모바일, 라인 뮤직, 라인 망가 등 생활 전반에 걸쳐 그 쓰임새를 다했다. 


 라인은 나의 일본 생활 깊숙이 차지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단순하게 ‘라인 취준을 해야겠다!’라고 마음 먹을 계기가 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사회인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은 했지만, 이 고민에 라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비루한 나의 족적에 비해 라인이라는 기업이 갖는 네임벨류는 너무도 거대했으니까.




 어느 날, 우연히 인스타 광고로 라인 재팬이 신입 채용을 시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더 정확하게는 신입을 뽑기 위해 라인 채용 설명회를 연다는 내용였다.) 일본의 신기한 취업 시스템 중 하나인데, 서류를 접수할 수 있는 조건 중 채용 설명회를 듣는 것이 의무화되는 곳들이 많이 있다. 라인의 경우 설명회 참여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었지만, 일본 취업에 경험이 없던 나는 꼭 참가해야 지원 가능한 것으로 착각하고야 말았다. (그 덕에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설명회를 듣지 않으면 시도 조차 못하지만, 설명회를 들으면 시도할지 말지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니 한 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취준을 할 때 개개인이 가진 스펙은 크게 고려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 (이른바 포텐셜 채용이라고 한다. 갖고 있는 현재의 스펙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 취업 시스템을 익히 들어온 토종 한국인으로서는 정말로 어떠한 스펙을 고려하지 않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취업 설명회에서 실제로 아무것도 보지 않는지 확인해보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만약 서류 응모를 한다고 하면 어떤 직무로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 모집하고 있던 것은 서비스 기획과 영업이었는데, 사실 나는 영업을 생각했었다. 영업을 좋아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비스 기획이 어떤 직무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업직에 빠삭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적으로 영업 직종이 더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실제로 설명회를 통해 라인에 지원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고, 직무는 생소했던 서비스 기획으로 낙찰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영업 직무의 전형에는 영상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면접이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면접이 아닌, 회사가 특정 질문을 사전에 전달하면 그 질문에 맞게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녹화해서 기간 내에 보내는 것이었다. (이전에 일본에서 인턴을 한 번 해보겠다고 영상 면접을 봐본 경험이 있었는데 카메라를 의식하며 떠듬떠듬 말하는 나 자신이 그렇게 꼴 보기 싫을 수 없었다. 게다가 영업은 다른 그 어떤 직무보다 일본어 실력을 가장 높이 친다는 현직자의 말에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꽤 단순한 이유로 서비스 기획직에 도전했다. 사실 이 설명회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 기획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의 어리석음이 등장하는데 “서비스 기획”이라는 명칭을 라인에서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생소한 어감에 단연 일본에만 있는 직종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모든 전형이 끝나고 이 직종에 대해 알아보고자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어로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검색 결과가 나와 당황했다.) 그래서 서류를 준비하고 면접에 임하고 끝나는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가진 서비스 기획 직무에 대한 정보는 1시간 정도 되는 설명회 때 들었던 지식이 전부였다.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기가 차다. 굉장히 얕은 경험과 지식으로 용케도 지원을 결심했다 생각한다. 이 취준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2차 면접 때 떨어졌다. 보통이면 탈락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나 생각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2차 면접을 지지리도 못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 하지만 내가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것과 별개로 떨어진 건 너무도 슬펐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 여담을 말해보자면 나는 미련을 가진 채 이후에도 새해가 되면 연말 행사처럼 라인의 신졸 채용 시기를 확인하고 과제를 제출한다. 서류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항상 과제 전형이었다. 생각보다 그때의 내가 과제를 참 잘 작성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현 상황이 일본판 라인 앱을 쏙쏙이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그런 것인지 족족 떨어지기 일쑤다. (일본판 라인 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본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 사는 내게 일본 버전을 확인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3년 연속 연달아 지원해본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과정이 삭제되었고, 어떤 내용이 추가되었고 등 서류 전형에 있어서 변화된 부분은 일단 빠삭하게 꿰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어도 일단 경험자로서 전형 진행 과정에 대해서도 샅샅이 적어보고자 한다. 내게 강렬하게 남은 첫 취준을 어떠한 형태로든 기록하고자 한다. 하지만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라인 재팬을 지원하는 데 소소한 참고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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