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채환 Nov 13. 2023

[안나 카레니나] - 왜 그 선택밖에 없었을까? 1/2

함께 책 읽기 ④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 읽게 된 계기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사람들이 칭송하지만 읽지는 않는 책이다.('Classic' - a book which people praise and don't read.)"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전문학 책 제목은 적잖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읽은 것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서, 3~4권에 한 권씩은 고전을 끼워 넣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선뜻 손이 가지는 않지만.



■ 감상 및 추천

 많은 등장인물, 비현대적 말투 등으로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지만, 일단 내용에 빠져들고 나면 그 후부터는 드라마 보는 재미 못지않게 재밌고 잘 읽힌다. 3권에 이르는 긴 내용을 생각해 낸 상상력, 남녀노소 및 다양한 신분의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심리 묘사, 역사적 맥락과 사회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 등이 참 놀랍다. 

 광고에서 '요즘 x플 뭐봄?'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럼 그것을 과거에도 봤었고 지금도 꾸준히 보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지속적이고 정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속 이어서 한다면 '생활화'가 된 것일 거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생활화하겠다는 과도한 목표까지는 말고 고전도 이따금씩 잘근잘근 씹다 보면 그 맛도 알게 되고 갈수록 그 감칠맛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 고등학생 때 읽었던 참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는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지난해에 다시 읽어 보니 베르테르가 좀 너무 집착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딸아이에게 '이런 놈 조심해라'라고 농담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고결한 아름다움과 얼어붙은 심장도 녹일 듯한 따뜻한 마음씨에 대한 동경이 깨질까 봐 어느 누구도 로테의 얼굴을 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과, 생명을 바쳐 그녀를 사랑했던 베르테르가 보여준 열병 같은 사랑의 강렬함은 여전했다.


▶ [레테의 연가] - 이문열

 : 나의 배우자 또는 연인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고 할 때 어느 것이 더 싫은가?

   -딱 한 번밖에 안 만났지만, 육체적 관계를 가졌다.

   -오랜 기간 정신적 사랑을 나누어왔지만, 육체적 관계는 일절 없었다.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길.. ^^


▶ [키다리 아저씨] - 진 웹스터

 : 잔잔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읽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한 아이를, 늘 지켜봐 주고 후원해 주는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들이 많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이것도 아직 읽지 않았냐는 딸아이의 핀잔이 있었음.



■ 감상문 - 왜 안나는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 모든 걸 거는 사랑은 외롭다.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가수 조용필 /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에서


 하나뿐인 아들 세뇨자를 끔찍이 사랑하고, 사랑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고지식하고 근면한 남편과 함께 든든히 가정을 지키고, 오빠의 외도로 파탄에 이를 뻔한 올케 가정의 불화도 해결하고, 사교계에서는 누구보다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누구에게나 사랑받던 카레니나는 어느 날 사교 모임에서 우연히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의 만남을 알고도 쉬쉬하던 사람들은 안나가 집을 나와 브론스키와 함께 살게 되자 이제 그녀를 비난하고 멀리하게 된다. 

 불같은 사랑을 얻는 대신 카레니나는 많은 것 아니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하나뿐인 아들을 버린 매정한 여자,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나 가정을 파탄낸 부도덕한 여자, 남편과의 신의를 깬 불의한 여자가 된다. 

 모든 걸 버리고,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 시작한 사랑인 만큼 둘에게는 이 사랑이 더욱더 애틋하고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아무런 도덕적 굴레도 없고, 타인의 시선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조건에서 더욱 사랑에 몰입하고 탐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된(잃게 된) 카레니나는 어딘가 외로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외롭지만 그런 상황을 애써 무시하며 "난 너만, 이 사랑만 있으면 돼"를 되뇌듯이 더 깊이 상대에게 빠져들게 된다. 아니 한눈팔지 않고 빠져들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이전글 [열두 발자국]  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