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과연 인간실격인가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인간실격의 첫 문장이기도 하며 책의 모든 내용을 꿰뚫는 문장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확실히 그는 인간으로 보기에는 멀어 보인다. 마약(당시에는 관대하긴 했지만), 술, 여자를 항상 끼고 살았으며, 심지어는 사랑하는 여자를 독살하려고까지 했다. 결국 그는 차가운 군국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 갇혀 스스로를 인간실격이라 칭하기에 이른다.
놀랍게도 이 책은 소설가 본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물론 문학적 각색은 포함되어 있겠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불안과 고뇌, 그리고 세상과의 극심한 부조화는 다자이 오사무가 실제로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비롯되어 쓰였다. 당시 기준으로도, 현대 기준으로도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분신인 요조는 충분히 "인간실격"이라 불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몇몇 책 비평가들은 이 책의 내용에 집중하여 요조의 행적 하나하나를 평가하고 그의 행동이 선인지 악인지 단죄한다(이 방식이 절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을 단순히 한 인간의 일탈 행위를 나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마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어두운 삶을 살았는지로 책을 다 채웠다. 변명은 존재하지 않았고 오로지 본인의 추악한 행적을 최대한 자세히 적으려는 노력이 보이기까지 했으며, 일련의 행위들은 아무리 유능한 변호사를 써도 도저히 포장이 안될 지경이다. 하지만 과연 그는 왜 이런 책을 만들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이 책의 존재 자체가 다자이 오사무가 완전히 인간 실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작가의 행동은 인간으로서 실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운 과오인 것은 알고 있었으며 자신의 치부들을 책으로 써내었다. 무릇 인간이면 자신의 잘못은 숨기고 잘한 일은 부풀리기 마련이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그런 것도 없었다. 오히려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행동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인간의 가장 고등한 감정이라 할 수 있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만약 필자가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인생을 살았을 때, 누군가로부터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을 낱낱이 적어서 소설로 만드세요"라고 했을 때 과연 나는 펜을 잡고 써 내려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문학계에 발표할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할 수 있을까? 필자는 불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알고 있었다. 책을 쓰는 과정이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인간성을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책의 제목을 인간실격이라 명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행위는 용납받을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핑계와 변명을 일삼으며 상황을 모면하려는 사람들, 자신의 잘못은 관대하지만 타인의 잘못은 맹렬히 공격하는 사람들
위 사람들은 특별한 악인이 아니며,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어쩌면 필자 본인도 알게 모르게 저런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다. 왜? 문자 그대로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을 낱낱이 적어서 소설로 만드는" 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사람에게조차 "저 사람은 잘못을 인정했으니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라며 더 큰 비난을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다자이 오사무를 향해 '인간 실격'이라고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 만큼 깨끗한 존재일까? 그의 어둡고 처절한 고백 앞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가 진정으로 '인간 실격'에 더 가까운 모습인지. 혹시 다자이 오사무는 이 책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위선을 알리고 자신과 같은 비극적인 삶을 겪는 사람들이 더 이상 없게 해달라는 호소를 한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