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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래빛 May 07. 2021

약 복용과 증량

내 인생 37살에 찾아온 불안장애 극복기 - 5


※ 불안장애 (anxiety disorder)

-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하여 일상생활의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특정 공포증, 불리불안 장애, 선택적 함구증 등이 포함된다.



나를 진료한 의사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뇌는 위기상황에 닥치면 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며 호흡이 가빠지는 긴장상태에 돌입하게 되고,


그 위기상황이 해소되면 심박수나 호흡 등 신체증상이 다시 이완되며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인간이 그러한 위기상황과 비슷한 강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가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과도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즉, 요약하자면 나는 지속적으로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뇌의 기능이 고장 난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하게 예민해진 신경을 이완시켜줄 약의 투약이 필요했고, 계속 불안감을 느끼다 보니 자연스레 우울감을 동반하게 되어 우울증 관련 약제도 함께 투약되어야 한다고 했다.




약을 먹으면 뚝딱 하루 만에 이런 증상이 사라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약을 먹어도 불안감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몸은 쇠약해질 데로 쇠약해져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양 어깨의 통증 외에도 무릎 뒤의 통증이 새롭게 추가되어 바닥에서 일어날 때 많은 시간이 걸리곤 했다.


신경안정제를 먹어서인지 아침을 먹고 나면 금세 다시 졸음이 몰려왔다.

그건 좋았다. 잠이 들면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훅 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낮잠에서 깨는 즉시 심장이 요동치며 불안해졌다.

밤잠도 자고 낮잠도 잤으니, 이제 다시 잠들 수도 없고 혼자서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루 종일 귀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그 소리는 내 심장소리였다.


식욕도 없었다.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어 하루 종일 청사과 반쪽만을 겨우 먹었다.

밥을 조금이라도 먹으려면 밥상에 앉아 결심만 10번 정도 해야 먹을 수 있었다.


또한 음식 냄새에 예민해져 마치 입덧을 하는 것처럼 헛구역질이 나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 냄새도 역겹게 느껴지곤 했다.


오후 6시 정도가 되면 학교에 갔던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난 3시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혼자서 아이를 어떻게 맞이할지, 저녁은 무얼 먹일지, 혹시나 할퀴며 공격하면 혼자서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 되어 자꾸 시계를 보게 되었다.




3주 후 다시 의사를 만났다.

나는 약을 먹어도 큰 효과 없이 너무 불안하고 괴로웠으며, 메슥거림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의사는 나의 증상에 비해 약의 용량이 낮아서 그런 것이라며, 본인에게 맞는 용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해주었다. 또한 식욕을 돋워주는 약을 같이 처방해주었다.


그렇게 약이 1가지 더 추가되었고, 기존의 약은 용량이 2배씩 증량되었다.


그는 불안에 떠는 나를 잠시간 가만히 보더니, 병원에 입원 치료할 것을 권유했다.

불안증세가 심한 초기에 집중 치료하여 호전시키지 못하면 치료기간이 아주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하기는 어려웠다.


의사는 육아는 일단 가족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한 뒤, 현재는 입원병동에 자리가 없으니 대기를 걸어놓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어이! 여기 은 00 환자 입원병동 대기 걸어줘요! 최대한 빨리 자리 나는 데로 연락 주라고, 알았지?"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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