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토리 하루히코 <超譯 니체의 말>을 읽고...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에 대한 소개가 책 속에는 없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인가? 결국,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의 작품들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책장을 넘긴다. 결국, 니체의 깊고 방대한 철학적 사고에 대해, 작가가 배우고 이해한 것들을 나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10개의 인생주제로 나누고, 이를 232개의 짧은 경구나 아포리즘으로 묶어 놓았다. 그것이 다시 한국인 번역가를 통해, 나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고 말이다. 마치, 뜨겁고 매운 원조 음식을 엄마의 입김을 불어 식히고, 물에 씻어 받아먹는 기분이랄까? 책꽂이 한 켠에 읽다가 중단한 <선악의 저편>을 마주 하고있는 나로서는, 조금이나마 니체의 말들을 따라가 볼 수 있던 경험을 갖게 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앞뒤 문맥이 잘려나간 경구이다보니, '니체가 뜻한 바는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하는 의구심도 품으면서 말이다.
서점가를 기웃거리다 보면, '인생을 성공하려면 이렇게 하라', '잘 사는 이런저런 몇가지 방법', '부자가 되려면 이렇게 하라' 등등의 현란하고 자극적인 제목들의 책들이 무수히 깔려있기도 하다. 마치, 쇼핑하는 계산대 주위에 눈에 띄도록 깔려있는 온갖 캔디나 군것질 꺼리들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을 굳이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 시기, 장소나 상황 등에 따라 모든 것이 다를진대, 이를 수학공식 마냥 우겨 넣는 법칙으로 일반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 관점으로 보자니, 이번에 접한 <초역 니체의 말>도 우리가 흔히 경험해 왔던 '사십에 읽는 xxx...' 혹은 '오십에 읽는 xxx' 등의 시리즈물과 크게 다를 바없이 여겨졌다. 급기야, 작가가 정한 소제목을, 임의로 반대되는 문구로 적어 보고, 그에 맞는 짧은 명언이나 경구들을 찾아서 갖다 붙혀 보면, 또 다른 <초역 OO의 말>이 나올 수도 있을 법하다. <몽테뉴의 수상록>의 축약판이라고 해야 할까. 그나마 <수상록>은 좀 더 긴 문장들이 주제의 앞과 뒤를 이어줬기라도 했는 데, 이 책은 나의 상상을 더욱 요구한 듯 싶다.
내게 있어서 철학자 니체의 책들은 쉽게 섭렵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만큼 이해하는 데에 상당히 벅찬 철학자이다. 그를 따라가기 위해, 동시대 혹은 그 이전의 철학 대가들, 사회/문화 또는 종교적 배경 등의 다양한 사전지식도 요구되기도 한다. 결국, 나는 니체를 공부했던 다른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정도이거나, 또는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그가 남긴 '신은 죽었다', '영원회귀', '초인' 등에 대한 겉핡기 정도가 전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주저하며 읽기를 미루고 있는 것도 아직 준비되지 않은 나를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장위의 <선악의 저편>이라도 먼저 이해해야 할 듯 하다. 이런 내게 있어서, <초역 니체의 말>은 니체의 다양한 저서들 중에서, 몇 문장들을 뽑아 이해될 문장으로 바꾸어 주었다는 점에서는 고마움을 느낀다. 나열해 보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부터 <선악의 저편>, <각서> 등 총 11권의 저서 중에서 발췌한 그의 문장들을 경험하게 해 준다.
232개의 소제목의 어느 것이라도 읽고 난 후, 나의 생각을 반영하여 나의 문장으로 만들어 낸다면 지금 살고 있지 않은 <니체의 말>을 지금 살아 있는 <당신의 말>로 바꿀 수 있으리라. '니체'도 그랬고, '부처'도 그랬고, '조르바'도 그랬듯이, 사는 건 바로 '지금'이지 않는가. 지금을 살아가는 '당신'의 세상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니체의 짧은 몇몇 문장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인간은 늘 껍질을 벗고 새로워진다.
순수하게 능동적인 사랑으로 행동할 때에는 '무엇을 위해서'라는 말도 생각도 결코 하지 않는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라.
우리가 무엇인가를 시작할 기회는 늘 지금 이 순간 밖에 없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결코 죽고 만다.
소유욕은 휴식마저도 앗아가고, 그 사람을 완전히 구속한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깊이 파고들어 언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창적인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이미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있으나 아직 알아차리지 못해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나아가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진정 자유롭게 사는 인간이란 어떤 행동을 하든 부끄럽지 않은 경지에 이른 인간이다.
자신의 표현이나 문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기 이전에 자신의 머릿속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비는 선인의 위에도 악인의 위에도 차별하지 않고 내린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상대를 선택하지 않고 온몸을 적시고 만다.
책을 읽은 뒤 최악의 독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최악의 독자라는 것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과 같다.
일을 완성하는 데에는, 재능과 기량보다도 시간에 의한 숙성을 믿으며 끊임없이 걸어가는 인내의 기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다.
체험하고 있을 때는 그것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며, 도중에 자신의 체험에 대하여 냉정히 관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린아이가 매일 당연한 듯 보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눈이 지금 보고 있는 아름다움을 인정하라.
깊은 배려에서 행해지는 세상의 모든 행위가 헌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