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질문 있어?"

새우깡이 50년간 1등인 이유

by 아빠쌤

우리는 1등을 동경합니다. 그리고 1등을 부러워합니다. 한 번 하기도 힘든 1등을 무려 50여 년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1971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과자계의 스테디셀러, 새우깡입니다. 새우깡이 이렇게 오랫동안 1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우리 집 첫째에게서 들었죠.


등굣길의 특별한 대화

일주일에 두어 번은 첫째 아이 등굣길에 함께합니다. 가뜩이나 분주한 출근길입니다. 아이가 조금 늦잠을 자거나 늑장을 부리면 마음이 바빠져 채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가 학교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과 가슴에 아이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이 시간은 저에게 더없이 소중합니다. 아빠로서 우리 아이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주는 이 아침 시간 말입니다. 그 등굣길에 아이가 저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빠, 질문해 봐. 궁금한 거 없어? 아무거나 괜찮아."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질문이 없다. 진짜 뭘 물어야 할까?^^'

교실에서는 그렇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교사인데, 정작 우리 아이 앞에서는 질문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등교를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은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걸요.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은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가 알려준 과자 인기 순위

이번에도 운전을 하며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아빠가 과자 이름 말하면 내가 과자 회사 알려줄게."

한결 질문이 쉬워졌습니다.


"맛동산?" "해태!"

"새우깡?" "농심!"

"오징어 땅콩?" "오리온!"

그랬더니 신이 나서 아이가 말합니다.


"아빠, 내가 과자 인기 순위하고 아이스크림 인기 순위 알려줄까?"

아이가 줄줄이 읊어냅니다.

과자 순위: 새우깡, 포카칩, 홈런볼, 꼬깔콘, 프링글스, 오징어 땅콩, 에이스, 맛동산, 포테이토칩...

아이스크림 순위: 붕어싸만코, 월드콘, 투게더, 하겐다즈, 메로나, 브라보, 빵빠레, 비비빅, 누가바...

아이의 설명을 듣고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를 검색해 보니, 아이가 말한 과자와 아이스크림 인기 순위가 거의 유사했습니다. 어디서 이런 걸 다 외우고 있었을까. 신기하면서도 기특했습니다. 아이는 아이만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관심사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맛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우깡과 맛동산, 저도 참 좋아합니다. 빵빠레와 월드콘도 정말 좋아하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있더군요.


왜 그럴까요?


좋아하는 맛은 혀만이 아니라 가슴과 머리도 함께 반응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새우깡과 빵빠레에는 함께 즐겼던 추억도 같이 있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던 기억, 소풍날 도시락 가방에 넣어주시던 어머니의 손길, 운동회 날 텐트 안에서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던 그 맛. 맛이라는 것은 단순히 미각만의 경험이 아닙니다. 그 순간의 감정, 함께했던 사람들, 그때의 온기까지 모두 함께 기억되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과 추억을 선물하기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특히 어릴 때 먹었던 것들은 맛은 물론 그 음식과 함께했던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에, 되도록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과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 주고 싶어 졌습니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어, "그때 아빠가 해주신 그 음식" 혹은 "엄마가 차려주시던 그 밥상"을 떠올리며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 저녁 식사의 원칙

바쁜 아침과 각자의 자리에서 먹는 점심은 제외하더라도, 꼭 저녁은 아이들과 함께합니다. 물론 이 가치로운 시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아내의 수고스러움과 노력이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 애씀을 알기에 아이들과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냅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 건강한 밥을 섬세하게 맛으로 느끼고 마음에도 담을 수 있도록

- 건강한 밥상을 즐길 줄 알기를

- 맛있고 정성스러운 밥상을 준비하는 수고스러움을 이해할 수 있길

- 맛을 섬세하게 구별하는 미식가가 되길

- 그 맛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하는 사람이 되길


저 또한 아내의 가치로운 요리를 하나씩 전수받으며, 홀로 맛을 만들어 낼 줄 알고 즐길 줄 알게 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치듯, 아빠로서도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요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힘

언젠가 교실에서 수업 시작 전, 아이들과 주말 안부를 묻고 답할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요리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은 늦게라도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 정말 잘한 것 같아.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먹고살 걱정이 없거든. 꿈이 크다면, 그리고 더 큰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스스로 만들어서 먹을 수 있는 요리가 큰 재산이 될 거야."


학생들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제 아이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유학을 가든, 세계여행을 하든, 혹은 자취를 시작하든,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어디서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도 익숙한 맛을 만들어내며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죠. 그것은 단순한 생존기술을 넘어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입니다. 꿈이 크다면 분명 스스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워보라고 전해주었더니, 아이들이 처음에는 생뚱맞다는 얼굴로 듣더니 마지막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러겠다고 하더군요.^^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도, 집에서 함께하는 우리 아이들도, 모두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음식에 담긴 사랑과 추억

50년간 1등을 지킨 새우깡처럼, 우리가 아이들에게 만들어주는 음식과 그 순간의 추억은 평생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입니다. 건강한 음식, 정성스러운 밥상,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언젠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힘든 날, 문득 "집밥"이 그리워질 때, 그 그리움 속에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함께 둘러앉았던 식탁의 온기도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온기가 아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을 나누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어릴 적 어떤 음식의 추억을 가지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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