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이라는 이름의 사랑, 아빠의 밤은 계속됩니다.

by 아빠쌤

오늘도 가족을 위해 조용히 싸운,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제가 어젯밤에 겪은 작은 에피소드를 나누려 합니다.

겉보기엔 사소한 일상이지만, 마음속엔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가운데,
비슷한 밤을 지나온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가족을 위한 ‘무겁지만 따뜻한 책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제는 제가 일주일에 두 번씩 지키는 운동 루틴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신줄 놓치지 않기 위한 나만의 약속이죠.


멋진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습관입니다.

상체 운동으로 땀을 쏟고, 러닝머신 위에서 심장을 두드리며
온몸을 비워낸 후, 개운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보통은 아내의 컨디션을 살펴 저녁 준비를 돕거나 잠깐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요, 그날은 좀 달랐습니다.


아내가 거의 번아웃 상태였거든요.

운동했다고 몸이 느려지면 안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민첩하게!’

속으로 다짐하며 바로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전투 같은 저녁 준비를 마친 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했고, 아이들 양치까지 마무리하니 속으로 외쳤습니다.


“드디어 잘 수 있겠구나!”


그런데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이가 툭 내뱉었습니다.


“아, 맞다! 숙제 있었지…”


밤 11시가 넘은 시각.
아내는 둘째를 재우느라 방에 들어갔고, 저는 막 이불에 착륙하려던 몸을 다시 일으켜야 했습니다.


아이의 숙제는 국어와 수학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쓰고 풀이하는 과제였습니다. 눈 비비며 책상에 앉았는데, 이게 웬걸—제가 먼저 졸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도 꾸벅꾸벅…

그 순간,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습니다.


“너무 졸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마치 한겨울 맨발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근 느낌.
울먹이는 아이를 보니, 피곤하단 말은 더 이상 꺼낼 수 없었습니다.


“힘들면 내일 새벽에 해도 돼.”


조심스레 말했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눈빛이 달랐습니다. 작지만 불타는 의지, 스스로 해내고 싶다는 결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웃음 포인트가 있는 예문으로 분위기를 풀고,
문제 하나하나를 천천히, 함께 풀어갔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였지만, 마지막 문제를 마친 순간
아이보다 제가 더 뿌듯했습니다.


‘우리, 결국 해냈구나.’

그렇게 아이는 제 옆에서 잠이 들었고, 저도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작고도 깊은 평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어디쯤이 따끔따끔.
모기였습니다.


간지러움을 참으며 잠을 청하려던 그때, 팔뚝에서 묘한 울컥함이 느껴졌습니다. 귀찮았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불을 켜보니, 한 팔에 다섯 군데나 물린 자국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짜증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내가 이 정도쯤 물려도, 아이와 아내가 편히 잘 수 있다면 괜찮아.’


그 자리에서 조용히 결심했습니다.


‘이 모기를 잡지 않으면 오늘 잠은 없다.’

온 방을 조심히 훑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벽 한구석에 잠시 쉬고 있던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정확하게, 조용히, 한 방.

손바닥에 번진 제 피를 보며 웃음이 났습니다.


‘이 피 한 방울로, 우리 가족이 편히 잘 수 있다면…’


불을 끄고 다시 누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지나간 밤.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뭘까?
돈? 책임? 혹은 인생 그 자체?


어젯밤, 저는 그 질문에 대한 제 나름의 정답 하나를 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졸린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힘이었고,
귀찮음을 이겨내는 책임감이었으며,
아이와 아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용히 움직이는 한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묵묵히 하루를 지탱하는 모든 가장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 무거움 속에서, 우리는 가장 따뜻한 행복을 조금씩 발견해가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고생하신 모든 부모님들, 정말 멋지십니다.
작지만 묵직한 하루의 끝에서,
아빠는 또 한 번 성장합니다.

라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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