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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17. 2024

3-3 통제한다는 착각

통제한다는 착각


우리는 종종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카지노에서 적절한 예시를 찾을 수 있다. 바카라 게임은 50 대 50 확률 게임으로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이다. 확률은 50 대 50이지만 뱅커 커미션 5%가 있기 때문에 오래 게임을 하면 결국 카지노가 돈을 버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은 바카라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카라 게임이 진행되는 테이블을 보면 특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바로 유저가 자신의 카드를 직접 오픈하는 모습이다. 본래 바카라 카드는 딜러가 뱅커 카드와 플레이어 카드를 직접 오픈하지만, 테이블에서 가장 큰 돈을 베팅한 손님이 원할 경우 해당 손님이 선택한 카드를 직접 오픈할 수 있는 룰이 있다.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카드를 오픈하는 사람 손에 집중된다. 놀랍게도 베팅이 적중했을 때 사람들은 카드를 오픈한 사람 덕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라면 카드를 오픈한 사람 탓을 하게 된다. 사실 누가 카드를 오픈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카드를 직접 오픈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큰 금액을 기꺼이 베팅한다. 직접 카드를 오픈했을 때 더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카라 테이블에서만 통제의 착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룰렛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룰렛 공을 직접 굴리겠느냐고 묻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룰렛 게임에서 누가 공을 굴리는지 여부는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러시아워 시간, 분기점이나 나들목은 많은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교통량이 많은 시간에 진입로는 누구에게나 스트레스가 된다.  꽉 막힌 진입로 차선과 다르게 시원하게 뚫린 옆차선에서 달리던 많은 차량이 진입로 입구 부근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진입로 입구 부근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의 심리는 당연히 기다리기 싫고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운전실력을 과신해서 끼어들 수 있다고 확신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그들은 도로 상황자체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운전자가 양보를 해줘야 지만 끼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통제하려는 것과 같다. 만약 입구에서 끼어들기를 하지 못한다면 뻥 뚫린 차선에서 정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나들목 구간에서 사고도 많이 일어난다. 이들은 대부분 진입로 입구에서 끼어들기에 성공하고 이를 자신의 운전 실력이 좋아서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착각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운전 중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운전뿐이다. 도로위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과속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과속을 운전실력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과속은 도로위의 상황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나온다. 신호위반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나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 문항을 살펴보자. 만약 당신이 투자자라면 아래 예시에서 어떤 문항을 선택할 것인가?

상황 : 당신은 두가지 상품 중 한 곳에 투자해야 한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A. 매수는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지만, 수익중인 종목의 매도는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B. 매수도, 매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당신은 위 상황에서 A와 B중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A를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을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그럼 실제 데이터를 보고 확인해보자. 


 캘리포니아 대학의 테런스 오딘교수와 주닝 교수는 투자자의 행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테런스 오딘 교수는 10년간 끈질기게 증권사에 개인투자자의 데이터를 요청했고 결국 데이터를 얻는데 성공했다. 개인정보에 예민한 미국에서 테런스 오딘 교수만큼 투자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은 없다. 그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자의 행동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는 많은 논문을 작성했지만, 개인 저서는 아직 남기지 않았다. 그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중국의 주닝 교수가 쓴 <<투자자의 적>>에서 그들의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주식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연구했다. 이들 주식 포지션 변경에 주목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람이 주식을 투자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 이 욕망의 무한성 원리에 따라 행동했을 때 결과가 어떠할지 연구했다. A라는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가정하자. A주식은 현재 수익 중이다. 수익 중인 A주식을 팔고 B주식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이때 포지션을 변경하고 싶어하는 기본적인 심리는 A보다 B의 주식이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는 거래를 발생시키는데, 투자자의 거래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보다. A라는 주식을 보유중이고 수익을 보고 있지만, B주식으로 갈아타려는 이유는 B주식의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A보다 B가 더 좋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A를 매도하고, B를 매수했을 때 일어나는 결과를 알아보자. 3개월, 6개월, 1년 이내, 2년의 기간동안 그가 매도한 주식보다, 새로 매수한 주식의 수익율이 더 좋았을까? 애석하게도 새로 매수한 주식의 수익율이 매도한 기존 주식보다 수익율이 현저하게 낮았다.이는 두가지 사실을 증명하는데,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이 한계가 명확하며, 오르는 주식을 매도하고 다른 주식을 매수했을 때 오르던 주식이 훨씬 수익율이 좋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자신의 계좌에서 수익중인 주식을 매도하고, 손실중인 주식은 매도하지 않는다.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고 포지션을 조정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이와 관련된 아주 재미있는 통계가 있어 소개해드리고 싶다. 증권사에서 매년 연령별 계좌 수익율을 조사한다. 각 증권사 별로 조사하는데 가장 수익이 좋은 연령대는 매년, 모든 증권사에서 똑같다. 바로 19세 이하 연령대이다. 정보를 가장 빠르게 취득하는 20~30대도, 안정적인 위치에 올라선 40~50대도, 시간이나 자금적 여유가 있을 수 있는 60대 이상도 아니다. 왜 19세 이하 연령의 계좌 수익율이 일등일까? 바로 부모들이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우량한 회사의 주식을 사고 그냥 내버려 둔 덕이다. 반대로 연령별 계좌 수익률 꼴지는 어디일까? 바로 20대다. 


 성별로 치자면 여자보다 남자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20대 남자의 수익률이 가장 떨어진다. 이는 다른 수익률 일등인 19세 미만 계좌와 같은 이유 때문인데, 바로 거래 빈도 탓이다. 계좌의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은 떨어진다. 테렌스 오딘 교수와 주닝 교수의 연구 결과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이는 대수의 법칙이 적용되는 탓이기도 하다. 거래 횟수가 많아 질수록 운의 요소는 떨어진다.


  몇 번의 투자는 요행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거래 빈도가 높아질수록 주식 투자는 요행으로 돈을 벌 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위험을 대하는 태도가 연령별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기도 한데,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투자처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거래비용을 포함하기 전의 데이터라는 사실이다. 테렌스 오딘 교수와 주닝 교수는 거래비용을 포함하지 않았을 때도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안 좋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알아냈고, 거래 비용을 합산한다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라쿤 자산 운용사 홍진채 대표의 <<주식하는 마음>> 책에서는 거래비용에 대해 아주 잘 설명 되어있다. 이보다 잘 설명할 자신이 없어 내용을 첨부한다. 


 “연 회전율 100%는 1년에 포트폴리오 전체를 한 번 갈아치운다는 뜻입니다. 연초에 1억 원어치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연말까지 1억 원어치를 팔고 그만 큼을 다시 샀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는 2020년 현재 거래세(매도할 때 내는 세금)가 0.25%(농어촌특별세 포함)이고, 매매 수수료가 0.015%(매수, 매도 각각. 수수료율은 증권사마다 다름)입니다. 따라서 1회전을 할 때마다 세금과 수수료 로 투자금의 0.28%를 내야 합니다. 한 번 매수해서 매도할 때마다 0.28%는 수 익을 내야 본전이라는 뜻이지요. 여전히 별것 아닌 것 같나요? 하루에 매매를 몇 번 하시나요? 연간 포트폴리오 회전율을 계산해본 적 있으신 가요? 일주일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회전시킨다면, 투자금의 0.28%를 매주 수수료와 세금으로 낸다는 뜻입니다. 1년은 52주니까, 연간 14.56%를 낸다는 뜻 이네요. 1년에 적어도 14.56%는 수익을 내야 본전이라는 건데요. 그만한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수 있다면 당신에겐 이 책이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고 펀드매니저에 견줄 수 있으니까요. 믿으세요. 진짜입니다.”


 자신의 회전율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사람은 대단히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수료나 양도세를 제외한 거래세도 관심밖이다. 주식을 하는 이유가 자산증식을 위해서고, 단순히 돈을 벌기보다 부자가 되기로 했다면 거래비용에 유의해야 한다. 나는 원래 거래가 많지 않은 편이기도 하지만, 이런 데이터를 확인하고 극도로 거래를 꺼린다. 물론 단타를 통해 수수료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도 많다. 그 정도의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면 이 책을 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나는 그런 실력이 없기에, 그들과 다른 방법으로 부자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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