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수 Jun 10. 2024

3-2 옐로스톤 대화재의 교훈

옐로스톤 대화재의 교훈


 미국의 워싱턴 D.C. 에서 서쪽으로 약 1600마일 떨어진 곳에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있다. 1872년 미국의 첫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면적이 약 9065 평방미터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의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1헥타르는 10,000㎡로 대략 3,000평의 면적이다. 산불은 몇 헥타르를 태우기도 하고, 심할 경우 몇 백 헥타르의 면적을 태우기도 한다.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은 울진 14,140헥타르, 삼척 2,162헥타르 면적을 태우고 진화됐다. 익숙한 단위인 평으로 변환하자면 무려 49,313,550평을 태운 것이다.


 1988년 옐로스톤에서는 대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역사에 남을 만큼 재앙적인 피해 규모를 남겼다. 처음 옐로스톤에서 발생한 산불은 늘 있어왔던 수준의 산불이었다. 알려지지 않을 뿐 옐로스톤에서 산불은 흔한 일이다. 옐로스톤의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된 1886년의 산불 피해도 10,117 헥타르의 면적에 불과했다. 

 

 1988년 7월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일주일 뒤 다른 곳으로 산불이 번졌지만 특별하지 않았다. 산불은 조기에 진화될 것으로 보였지만 7월 중순까지 번져 나갔다. 하지만 이때까지 그 누구도 이 산불이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번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불은 이미 여러 곳으로 번졌고,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겪어 본적 없는 사태로 번져가고 있었다. 두 달 동안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태워버린 산불은 첫 눈이 오고 나서야 차츰 잦아들었다. 321,300 헥타르의 면적을 태우고 난 뒤였다. 무려 971,932,500평을 태운 것이다. 서울시 면적의 5배가 불에 탄 것이다. 진화 작업에 투입된 소방 예산은 1억 2000만달러가 넘었다. 


  1988년 대화재는 왜 일어났으며, 산림 관리자들은 왜 큰불로 번지게 방치했던 것일까? 코넬대학교의 멜러머드와 글렙 모레인, 도널드 터콧은 미국과 호주에서 일어난 산불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모아서 조사했다. 이들은 1988년 옐로스톤의 산불이 대화재로 발전한 것에 특별한 이유가 없음을 알았다. 그리고 한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1890년 이후로 미국 산림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산불을 철저하게 막았다. 이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미국 산림청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산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의도하지 않게 숲의 노령화를 불러왔다. 늙은 나무들이 쌓였고 풀과 잔가지, 나무껍질 등도 쌓였다. 즉 산림청은 작은 불을 막기위해서 불에 잘 타는 숲을 조성했던 것이다. <<우발과 패턴>>에서 저자인 마크 뷰캐넌은 옐로스톤 대화재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산불은 매우 중요한 자연적인 과정이므로, 생태계에 다시 도입되어야 한다…여전히 큰 산불은 꽤 자주 일어날 것이다. 임계상태에서는 이런 일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끔찍한 대참사는 초임계상태에 있을 때보다 훨씬 적게 일어날 것이다. ” 


 미국 산림청의 대처는 꽤 익숙하게 들린다. 투자자로써 자주 보던 상황이 오버랩 된다. 바로 연준의 역할이다. 연준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지닌다. 물가안정과, 낮은 실업률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실업률은 올라간다. 침체로 기업이 어려워지면 금융가는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 이는 기업의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연준은 최종 대부자 역할을 통해서 대출 수준을 완화하고, 통화정책을 통해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화적인 태도는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부의 양극화가 가속되고, 경제는 다시 어려워진다. 이를 적절한 선으로 운용하는 것이 연준의 역할이다. 하지만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마크 뷰캐넌은 <<내일의 경제>>에서 경제학은 오랜 시간 균형과 평형의 개념에 기초해 있고, 경제는 자연스럽게 평형 상태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평형 상태는 안정감을 주고, 안정감은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대부분 틀린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실리 레온티에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 이론가들은 계속 여러 가지 수학적 모델을 만들고, 이것들의 성질을 세밀하게 탐구한다. 또 계량경제학자들은 온갖 함수를 데이터에 이리저리 끼워 맞춰본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의 경제 체계 구조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


연준은 과연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산림청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 경제학자 출신으로 첫 연준의장 자리에 오른 아서 번스는 미국 경제학회 회장과 전미경제분석국 NBER의 국장을 지낸 뛰어난 경제학자였다


닉슨 미국 대통령은 마틴의 후임으로 아서 번스를 지명했다. 아서 번스는 의장직에 오른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갔다. 덕분에 경기가 활성화되기는 했지만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아서 번스의 통화정책은 완화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닉슨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던 아서 번스는 대선이 이어지는 동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갔다. 아서 번스는 훗날 자신의 일기를 통해 백악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정부와 연준은 경제를 의도적으로 통제하려 했고,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이 미국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리는데 일조했다. 아서 번스의 후임인 폴 볼커 의장은 많은 희생이 뒤따르는 긴축 정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폴 볼커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된 앨런 그린스펀은 연준의장으로서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정부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연준의장직을 맡았을 때도 순조롭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연준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경기는 매우 좋았다. 낮은 실업률과 물가도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웅정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전성기라는 말은 내려가라는 신호이다.” 


 이 말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경제 호황은 곧 높은 물가가 높게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준은 경제 상황이 좋기 때문에 미리 금리를 올려 파티를 끝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창 무르익은 파티에서 불을 끄고 사람들을 파티장에서 쫓는 역할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린스펀은 미리 긴축정책을 시작했다. 5년만에 금리인상을 시작하자 몇 가지 문제를 발생시켰다. 1994년은 채권 트레이더에게 지옥과 같은 기옥으로 남아있다. 이 일은 일명 “1994년 채권 대학살로 불린다”. 그리고 문제는 멕시코에서 터졌다.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가 시작되자 멕시코의 외환부채와 채권이 말썽을 일으켰고, 디폴트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은 적절한 긴축 덕에 연착륙에 성공했고 낮은 물가와 낯은 실업률로 경제는 골디락스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지 않았다. 1996년 연준은 1994년과 같은 고민에 다시한번 빠졌다. 골디락스 상태의 경제는 자연상태 그대로 두었을 때 오래 갈 수 없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그 효과가 최소 1년 뒤에나 나타나기에 미리 손을 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연준은 1997년 3월 처음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상황은 1994년 같지 않았다.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아시아 전체로 퍼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유가가 하락하자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문제가 터졌다. 


 러시아가 모라토리움을 선포하자 전세계 경제는 흔들렸다. 롱텀 캐피탈이 파산 위기에 놓였다.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재임 기간 중에 두 번 크게 놀랐다고 한다. 1987년 블랙 먼데이 때 다우지수가 하루만에 22% 하락했다는 보고를 받고, 22포인트가 떨어졌다고? 하고 되물었고, 22포인트가 아니라 22%라는 말을 듣고 대단히 놀랐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롱텀 캐피탈이 파산위기에 놓였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크게 놀랐다고 한다.


 롱텀 캐피탈의 파산위기는 단지 한 회사의 파산 위기가 아니었다. 롱텀 캐피탈은 월가의 대다수 회사들에 차입을 했기 때문에 미국의 금융 전체가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긴급자금을 투입해서 롱텀 캐피탈의 파산을 막았다. 하지만 이는 금융가에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고 이는 두고두고 문제로 남았다. 


 결국 롱텀 캐피탈은 2000년에 파산했다. 97년에는 아시아 위기, 98년에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움, 99년에는 Y2K문제로 금리 인상을 미뤘다. 주가는 이미 1996년부터 버블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린스펀 의장이 1996년 연설에서 주식시장을 두고 “비 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자산 버블은 더 심해졌다. 마치 위기를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연준의 정책이었다. 옐로스톤 대화재를 낳은 미국의 산림청과 유사한 행보였다. 결국 2000년 초 연준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주가는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폭락했다. 나스닥은 고점대비 -74.40% S&P500 지수는 고점대비 -50.50%가 하락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결과를 억지로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저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대한 책사 제갈공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謀事在人, 成事在天. 모사재인 성사재천)


 아무리 뛰어난 대통령이나 총리, 정부 각료, 연준의장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투자하는 동안에는 우리 자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을 막아주지 못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들을 탓할 것인가? 물가와 실업률과 같은 거시경제 문제들도 우리의 자산을 위협할 것이다. 엔론 사태나 오스템 임플란트 직원횡령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자산이 폭락하고, 911테러나, 러시아 전쟁과 같은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니콜라, 루나 코인과 같은 사기도 언제나 우리를 유혹할 것이다. 자산의 위협을 받을 때 마다 남을 탓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외부의 이벤트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내적인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옐로스톤이 주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가의 조정을 반갑게 받아들이고, 반대로 너무 오르기만 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 개인으로써 세상을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만약 우리가 그런 부분을 스스로 통제하고 한다면 불행한 삶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순응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답을 찾는 과정, 즉 내가 진짜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나의 두 번째(순서가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철학이자 원칙으로 삼았다.


          





이전 11화 3-1 통제와 과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